[프리미어12 조기탈락] 여전히 류현진이 그리운…한국이 마주한 과제

입력
2024.11.19 06:00
사진=뉴시스


야구 강국, 더는 아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조금 일찍 짐을 쌌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4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것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호주전을 치르기도 전 탈락을 확정지었다. 씁쓸한 현주소를 직면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위라 평가했던 일본은 물론 해볼 만하다 여겼던 대만에게도 패했다. 일본 매체 ‘데일리스포츠’는 “한국이 1차 리그(조별리그)서 탈락했다.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한국은 각종 세계무대서 굵직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일본을 잡으며 4강 신화를 일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임팩트가 강했다.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미어12에서도 마찬가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초대챔피언으로 출발해 두 번째 대회였던 2019년엔 준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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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시간은 끝났다. 다른 나라들이 전진하는 동안 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쓰디쓴 기억이 쌓여가는 중이다. WBC의 경우 2013년, 2017년, 2023년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을 맛봤다. 이 과정서 이스라엘, 호주 등 한 수 아래라 치부했던 상대에게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숙적’ 일본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4-3) 이후 프로 선수들의 맞대결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넘지 못하고 9연패 늪에 빠졌다.

더딘 세대교체가 발목을 잡는다. 많은 이들이 ‘첫 경기 징크스’를 꼬집는다. 1차전에서의 패배가 전체 흐름을 흩뜨려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한 경기 확실하게 막아줄 에이스가 없다는 의미다. 한국 야구가 신바람을 냈을 때를 떠올리면 확실한 카드가 있었다. 특히 좌완 트로이카 류현진(한화), 김광현(SSG), 양현종(KIA)은 오랜 기간 꾸준히 제 몫을 해줬다. 계산이 서는 마운드 운용을 가능케 함으로써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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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니다. 이번 대회서 약점으로 여겨졌던 부분은 단연 선발 투수진이다.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명도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4.81로 높아진 배경이다. 대만(1.80), 일본(2.86)과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 손주영(LG) 등이 이탈하면서 당초 구상했던 전력과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고영표(KT), 곽빈, 최승용(이상 두산), 임찬규(LG) 등도 저마다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이다. 핑계를 대긴 어렵다.

좀 더 냉정한 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과론적이지만 결국 KBO리그 경쟁력 약화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야구는 역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리그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국제 경쟁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매번 반성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날선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당장 2026년 WBC를 비롯해 나고야 아시안게임(AG), 2028년 LA올림픽 등 국제대회들이 이어진다. 뚜렷한 변화 없이 드라마틱한 성적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눈앞에 산적해있는 과제들, 더는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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