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타이베이(대만), 박정현 기자) 10안타를 치고도 한일전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끝까지 온 힘을 다했지만, 원했던 결과를 내지 못한 대표팀이다. 목표했던 슈퍼라운드행은 한 걸음 더 멀어졌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은 15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세 번째 경기 일본전에서 3-6으로 패했다.
끝까지 힘을 내보려 했지만, 대표팀은 패했다. 대만과 개막전(13일) 3-6 패배 이후 대회 두 번째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쿠바전(14일) 승리까지 이번 대회 전적은 1승 2패가 됐다. 6개 팀 중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슈퍼라운드행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일본과 대만이 2경기 2승으로 조별리그 B조 공동 1위인 상황이다.
한국은 남은 도미니카공화국전(16일)과 호주전(18일)을 모두 잡아 3승을 확보한 뒤 다른 팀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한국 입장에선 B조에서 전력이 가장 앞서는 일본이 대만과 쿠바, 도미니카공화국을 모두 이겨 5전 전승을 챙기고 1위로 진출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면서 현재 1승 1패인 호주가 쿠바와 대만을 이기고, 한국이 최종전에서 호주를 누르면 슈퍼라운드 진출 희망이 살아난다. 일본이 5연승한 가운데 한국과 대만, 호주가 나란히 3승 2패를 거두게 되고, 3팀간 승자승에서도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하게 되기 때문이다.
쿠바와 도미니카공화국도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면 3승2패까지 가능하지만 두 팀 모두 일본전을 남겨두고 있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국 호주의 분전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3개 이상의 팀이 동률이고, 동률팀 사이 승자승 규정으로 순위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엔 득실 점수 차이로 순위를 가르는 팀 성적지표(Team Quality Balance·TQB) 규칙을 따른다. 득실 차이로 순위를 가린다는 점에선 축구 등 여타 종목과 비슷해 보이지만, 비교 수식은 다소 복잡하다.
팀 성적지표는 (득점/공격 이닝)-(실점/수비 이닝)의 식으로 계산된다. 복잡한 등식으로 양 팀의 우위를 정하는 이유는 9회말 공격을 하지 않거나 연장 승부에서 점수를 대거 획득할 수 있는 야구 종목의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팀 성적지표를 통해서도 순위가 가려지지 않으면 자책점에서 팀 성적지표를 뺀 수치가 높은 팀이 상위를 차지하고 이마저도 같으면 동률팀 간 경기에서 타율이 높은 팀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이 기록까지 똑같으면 동전 던지기로 순위를 결정한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호주의 전력이 대만을 이길 정도가 되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 것도 사실이어서 류중일호는 그야말로 실날 희망을 안고 남은 2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치게 됐다.
◆파격적 '왼손 타자' 대거 기용…NPB 평균자책점 1위 투수를 무너뜨려라
공격력 강화를 위해 결단을 내린 류 감독. 사용할 수 있는 왼손 타자를 대거 기용했다.
이날 대표팀은 홍창기(좌익수)-신민재(2루수)-김도영(3루수)-문보경(1루수)-나승엽(지명타자)-최원준(우익수)-박동원(포수)-박성한(유격수)-이주형(중견수), 선발 투수 최승용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공격의 핵심인 김도영과 포수 박동원, 스위치 히터 김주원을 제외하는 모두 왼손 타자. 오른손 투수인 일본 선발 다카하시 히로토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류 감독은 경기 전 "왼손 타자들이 다 들어왔다. 문보경의 허리는 괜찮다. 윤동희가 빠졌고, 나머지는 동일하다"라며 "(쿠바전 하위 타선에 배치됐던) 박성한과 최원준 다 좋았다. 어제(14일)도 얘기했지만, 코스에 잘 들어오면 치기 힘들다. (김)도영이도 어제 잘 쳤지만, 공이 한가운데 몰린 것 같았다"라고 얘기했다.
이에 맞서는 일본은 구와하라 마사유키(좌익수)-고조노 가이토(2루수)-타츠미 료스케(중견수)-모리시타 쇼타(우익수)-구리하라 료야(3루수)-마키 쇼고(1루수)-기오미야 고타로(지명타자)-구레바야시 고타로(유격수)-사카쿠라 쇼고(포수), 선발 투수 다카하시로 진용을 갖췄다.
경계 대상은 대표팀 타선이 넘어야 할 일본 에이스 다카하시다. 그는 올해 일본프로야구(NPB) 양대리그 평균자책점 1위(1.38)을 기록한 강력한 투수다. 점수가 나야 이길 수 있기에 타선이 얼마만큼 에이스를 빠르게 공략하는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물오른 대표팀 타격감…선취점 뽑은 대표팀
확실히 타격 컨디션이 올라 보이는 대표팀이다. 일본 최고 투수를 공략하며 결과를 만들었다.
대표팀은 2회초 선취점을 뽑아냈다. 1사 후 박동원이 2루타를 쳐 득점권에 나섰다. 이후 박성한이 3루수 땅볼에 그쳤지만, 이주형이 투수 방면 내야 안타로 출루해 2사 1,3루 득점 기회를 이어갔다.
쉽게 찾아오지 않기에 더욱 소중했던 기회. 홍창기는 다카하시를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쳐 1-0을 만들었다.
◆완벽했던 1회와 달랐던 2회…'新 빅게임 피처'의 아쉬운 조기 강판
흐름이 좋았기에 더욱 아쉬웠던 최승용의 조기 강판이다.
최승용은 KBO리그 빅매치에서 좋은 투구를 거듭하며 새로운 '빅게임 피처'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한일전 선발 투수로 낙점돼 많은 기대를 받았다. 호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야 했다. 1회말은 완벽했다. 까다로운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구와하라를 스윙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고조노를 2루수 신민재의 호수비에 힘입어 잡아냈다. 타구가 힘없이 굴러 왔지만, 빠르게 앞으로 뛰어들어온 신민재가 1루로 빠르고 정확하게 던져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타츠미는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정말 좋았던 1회말, 그러나 2회말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시작부터 일본 타자에 공략당했다. 2스트라이크라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모리시타와 구리하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에 몰렸다. 이후 마키와 기요미야를 각각 3루수 직선타와 1루수 땅볼로 잘 돌려세웠으나 구레바야시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줘 1-2로 역전당했다.
최승용은 이후 사카쿠라의 강습 타구에 발을 맞았고, 구원 투수 유영찬과 교체돼 경기를 마무리했다. 바뀐 투수 유영찬은 구와하라를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워 최승용의 책임 주자를 지웠다. 최종 성적은 1⅔이닝 4피안타 1탈삼진 무4사구 2실점이다.
◆'최고참의 존재감'…2루타→홈런 다카하시 저격수된 박동원
대표팀 최고참 박동원의 존재감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박동원은 4회초 큼지막한 홈런포를 때려내 분위기를 바꿨다. 다카하시 상대로 1사 후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쳐 2-2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 내내 박동원은 다카하시를 괴롭혔다. 첫 타석이었던 2회초 2루타를 쳐 포문을 열었고, 4회초에는 홈런포를 때려내 다카하시 저격수로 떠올랐다.
그리고 5회초 대표팀은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곧바로 리드를 잡았다. 선두타자 신민재가 바뀐 투수 스미다 치히로 상대로 중전 안타로 1루를 밟았다. 이후 김도영의 유격수 땅볼이 나온 1사 2루에서 문보경이 스윙삼진으로 돌아섰지만, 대타 윤동희가 1타점 2루타를 쳐 3-2로 앞서 갔다.
◆'볼넷-볼넷-사구' 위기 자초 대표팀…늦은 투수 교체로 역전 허용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 대표팀은 흔들리는 곽도규를 내버려뒀고, 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5회말 대표팀은 재역전당했다. 2사 후 나온 실점이라 더욱 아쉬웠다.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유영찬이 잡은 뒤 바뀐 투수 곽도규가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이닝 종료 직전 곽도규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타츠미와 모리시타에게 연거푸 볼을 던져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2사 1,2루에서는 구리하라를 사구로 내보내 2사 만루에 처했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곽도규 대신 이영하를 올렸지만, 이미 늦었다. 일본 주포 마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3-4로 리드를 빼앗겼다.
◆추격해도 부족한데…정해영의 치명적인 난조→KO 펀치 맞은 대표팀
따라가도 모자란데, 대표팀은 7회말 치명적인 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7회말 시작부터 마운드에 오른 최지민은 고조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누상에 주자를 내보냈다. 이후 타츠미를 스윙삼진으로 처리한 뒤 정해영에게 배턴을 넘겼다. 정해영은 기대만큼의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모리시타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내줘 3-6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후 구리하라를 1루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마키에게 좌측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허용해 1사 2루가 됐다.
대표팀은 다시 한 번 투수 교체에 나섰다. 2사 2루에서 김서현을 올렸다. 김서현은 첫 타자 사노 케이타를 스윙삼진으로 돌려세워 추가 실점을 막았다.
8회초 삼자범퇴로 물러난 대표팀은 9회초 공격에서도 침묵하며 무릎을 꿇었다.
◆대표팀 누가 누가 잘했나
이날 대표팀은 선발 등판한 최승용이 1⅔이닝 2실점 하며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그 뒤를 이어서는 유영찬(2⅔이닝 무실점)-곽도규(⅓이닝 2실점)-이영하(1⅓이닝 무실점)-최지민(⅓이닝 1실점)-정해영(⅓이닝 1실점)-김서현(⅔이닝 무실점)-김택연(⅔이닝 무실점)이 순서대로 등판했다.
타선에서는 박동원이 홈런포를 쏘아 올렸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홍창기와 박성한도 멀티히트를 쳤지만, 팀 빛이 바랬다.
사진=타이베이(대만), 박지영 기자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