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김도영 앞에 주자를 모으지 않아야 한다"
김도영은 14일 대만 타이베이의 티엔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2차전 쿠바와 맞대결에 3루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김도영은 올해 KBO리그의 수많은 역사를 새롭게 썼다. 비록 40-40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38홈런-40도루의 기록을 바탕으로 KBO리그 역대 최연소 30-30 클럽에 가입하는 등 141경기에 출전해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타율 0.347 OPS 1.067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남겼다. 현재 김도영은 정규시즌 MVP가 확정적인 상황.
그런데 프리미어12 평가전이 시작된 후 김도영의 타격감은 바닥을 찍었었다. 쿠바와 평가전을 비롯해 상무 피닉스와 연습경기 등에서 김도영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언젠간 김도영의 타격감이 올라올 것이라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애써 감췄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된 후 김도영은 완전히 달라졌고, 그 누구도 막지 못할 폭주 기관차였다.
비록 대표팀의 승리로 이어지진 못했으나, 김도영은 지난 13일 대만과 개막전에서 적시타를 터뜨린 것은 물론 날카로운 타구를 수차례 만들어내는 등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더니, 14일 쿠바를 상대로 정점을 찍었다. 첫 번째 타석에서 일본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 리반 모이넬로를 상대로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2-0으로 앞선 2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2사 만루의 찬스가 마련되자 '포식자'로 변신했다.
김도영은 모이넬로의 초구 150km 하이 패스트볼을 힘껏 잡아당겼고, 이는 좌월 그랜드슬램으로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도영은 세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터뜨리며 좋은 감을 이어갔고, 쿠바가 7-1로 한 점을 추격해오자 8회말 다시 한번 솔로홈런을 폭발시키며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으로 원맨쇼 활약을 바탕으로 류중일호의 이번 대회 첫 승의 선봉장에 섰다.
쿠바를 잡아냈으나, 현재 류중일호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5일 일본에게 패한다면, 슈퍼라운드(4강) 진출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4강행은 매우 유력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상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일본이 될 수밖에 없다. 세대교체와 부상자로 인해 전력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일본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다.
일본은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사용한다. 바로 올 시즌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를 통틀어 평균자책점 1위(1.38)에 오른 타카하시 히로토다. 최고 158km 강속구를 바탕으로 투심, 스플리터, 커터, 슬라이더, 커브 등을 구사하는 타카하시는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주니치 드래건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타카하시는 데뷔 첫 시즌 19경기에 등판해 6승 7패 평균자책점 2.47의 성적을 남겼고,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해 일본 대표팀의 전승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그해 25경기에서 7승 11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하더니, 올해 21경기에 나서 12승 4패 평균자책점 1.38로 재능을 만개했다. 평균자책점은 일본 1위, 센트럴리그 다승은 공동 4위에 해당됐다.
타카하시는 15일 한일전에 앞서 김도영을 향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일본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타카하시는 타이베이에 도착한 뒤 일본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한일전은 전통적인 경기라고 생각한다. 절대로 질 수 없는 경기"라며 김도영에 대한 질문에 "저보다 어리죠? 그 정도로 기세가 있는 타자라고 생각한다. 김도영 앞에 주자를 모으지 않아야 한다. 도루도 가능하다. 젊은 만큼 기세로 밀어붙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맞대결을 가질 때 선수들은 투수가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김도영은 14일 모이넬로를 상대로 자신을 증명했다. '숙적' 일본의 에이스를 상대로 다시 한번 무서움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