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25·두산)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 일본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비록 3-4로 패했지만, 그에겐 남다른 의미의 경기였다. 곽빈은 앞서 두 차례 국제대회에서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처음 성인 대표팀에 뽑혔던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일본전(0.2이닝 1실점)과 체코전(1.1이닝 2실점)에 등판해 2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두 번째 기회였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담 증세로 모든 경기에 결장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웃지 못한 이유다.
곽빈은 세 번째 국제대회였던 APBC를 통해 그간의 아쉬움을 조금 털어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일본 도쿄돔에서 홈팀을 상대로 호투한 경험은 그의 성장을 자극했다. 곽빈은 최근 APBC를 돌아보며 “큰 대회에서 내 몫을 해냈다”며 “투수로서 발전한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15승을 챙긴 곽빈은 원태인과 함께 공동 다승 1위에 오르며 데뷔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네 번째 국제대회인 프리미어12를 앞둔 곽빈의 위상은 이전 대회들과 다르다. 곽빈은 자신이 에이스가 아니라며 몸을 낮췄지만, 국내외 기대치부터 달라졌다. 일단 이번 대표팀엔 원태인과 손주영(LG)이 부상으로 빠져 선발 자원 자체가 많지 않다. 선수 구성부터 KBO리그 다승 1위 투수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쿠바, 상무와 국내 연습경기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인 곽빈은 프리미어12 첫 상대인 대만전 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대만, 일본, 호주, 쿠바, 도미니카공화국과 B조에 속했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4강에 진출할 수 있다. 같은 조에 묶인 팀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첫 경기 대만전의 중요성이 크다. 류중일 한국 대표팀 감독은 곽빈 또는 고영표(KT)를 선발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
프리미어12 예선이 열리는 대만 현지에서도 곽빈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대만 야후 스포츠는 “한국 대표팀의 선발 투수진에는 곽빈과 고영표가 1, 2선발로 자리 잡았다”며 “곽빈은 올해 15승9패의 성적으로 KBO 다승왕에 올랐다”고 집중 조명했다.
대만 매체들은 지난 9일 한국 대표팀의 첫 대만 공식 훈련이 진행된 타이베이 텐무 구장을 찾아 곽빈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곽빈은 한국팀 에이스로서 압박감을 느끼냐는 대만 기자의 물음에 “에이스는 따로 있다”며 말을 아꼈다. 대만 스포츠 매체 TSNA는 “한국팀 에이스 투수 곽빈이 첫 훈련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며 “그가 대만과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