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간 류중일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13-3 대승을 거뒀다. 전날(1일)에도 쿠바를 2-0으로 눌렀던 한국은 이로써 기분좋게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WBSC) 프리미어12를 준비하게 됐다.
14안타 13득점으로 대폭발한 타선이 이날 한국 승리의 주된 원인이었다. 그 중에서도 윤동희(2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와 한준수(3타수 1안타 2타점), 이주형(4타수 1안타 2타점)은 단연 빛났다. 이 밖에 최원준(2타수 1안타 2타점)과 송성문(6타수 2안타 1타점)도 뒤를 든든히 받쳤다.
투수진의 역투도 돋보였다. 선발투수 최승용(2이닝 무실점)을 비롯해 고영표(1이닝 1실점)-엄상백(2이닝 1실점)-소형준(1이닝 무실점)-최지민(1이닝 1실점)-전상현(1이닝 무실점)-정해영(1이닝 무실점) 등이 효과적으로 쿠바 타선을 봉쇄했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투·타 컨디션이 너무 빨리 올라오지 않았나 걱정도 된다. 투수진이 점수를 주긴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잘 던졌다. 타선에서는 윤동희의 홈런으로 어제보다 경기를 잘 풀었다”고 총평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한국 야구는 현재 류중일 감독과 세대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펼쳐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우승)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준우승)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냈으며, 이번 대회에서도 그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자 한다.
류 감독은 “내가 대표팀을 맡은 뒤 최고로 점수가 많이 나왔다. 농담이지만, 점수를 아끼면서 나눠 냈으면 한다(웃음)”며 “그동안 투수진이 좋았는데, 야수진은 아쉬웠다. 아시안게임, APBC, 그리고 이번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으로 인해 선수들의 국제 경기 경험이 쌓였다. 덕분에 처음 보는 투수 공에 잘 적응하는 것 같다. 프리미어12에서도 일본, 쿠바, 대만 등 쉬운 팀이 없다. 잘 집중해서 점수를 차곡차곡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류중일 감독은 투수진에 대해 “(고영표, 엄상백 등) 선발투수들만 점수를 줬더라”라며 “(임)찬규는 포스트시즌이 끝난 지 열흘 정도 됐고 다시 공을 만진 지 2~3일 됐다. 오늘 투입은 불가능했다. 빠르면 6일 상무와 평가전에 기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표팀은 사사구 12개를 얻어냈는데, 몸에 맞는 볼이 무려 5개에 달했다. 윤동희와 김주원 등이 모두 사구를 당했다.
류 감독은 “체크할 것이다. (김)주원이가 종아리, (윤)동희가 팔꿈치 부위(정확히는 전완근)다. 혹시 모르니 병원에 보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대표팀에 합류한 김영웅은 이번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결장했다.
류중일 감독은 “(김)영웅이가 게임은 안 되는데, 타격 훈련은 된다 했다. 스트레칭을 하는데 결리는 부분이 있다 했다. 그래서 시합에 못 나갔다. 체크를 해 봐야 한다”며 “오늘 호텔에 통증 치료를 하는 의사 분이 온다.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물어보니 날갯죽지 쪽인데 처음 (통증이) 왔다 한다. 체크가 필요할 것 같다. 모레 쉬는 날에 병원을 보내려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류 감독은 “4번 타자 고민이 좀 된다. 왼손 투수와 오른손 투수 나왔을 때 타선 그림을 어떻게 할까도 고민이 된다. 누굴 빼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편 이번 프리미어12에서 B조에 편성된 한국은 8일 결전지인 대만으로 출국한다. 13일 첫 경기로 대만전을 치르는 한국은 이후 14일 쿠바, 15일 일본, 16일 도미니카 공화국, 18일 호주와 차례로 격돌한다. 여기에서 상위 2위 안에 들면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슈퍼라운드는 21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다. 2015년 초대 대회에서 정상에 섰던 한국은 2019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고척(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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