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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젊은 피의 약진이 돋보였다. 2000년대생, 이른바 ‘Z세대’가 리그를 이끌어 갈 새 주역으로 등장했다.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었다. 세대교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바라고 바라던 순간이다.
단순히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유망주들의 급성장이 올해 야구 흥행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도 Z세대의 대거 승선이 점쳐진다.
가장 빛나는 이름은 단연 KIA의 통합우승을 이끈 내야수 김도영(2003년생)이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로컬 보이’로 2022 KBO 신인 1차 지명을 통해 KIA 유니폼을 입었다. ‘제2의 이종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다. 데뷔 3년 만에 진가를 증명했다. 올 시즌 KIA의 주전 3루수로 풀타임 소화, 리그를 폭격했다. 정규리그 성적은 141경기 출전 및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40도루로 연말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 수상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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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만 놓고 보면, 삼성 외야수 김지찬(2001년생)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6(453타수 143안타) 3홈런 36타점 42도루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출생 선수 중에서 단일시즌 40도루 이상을 달성한 건 올해 김도영, 김지찬 둘뿐이다. 그 외 정규리그 28홈런을 때려내면서 사자군단 거포로 우뚝 선 김영웅, 안타 156개를 생산하면서 롯데의 중심 타자가 된 윤동희 역시 2003년생 신성으로 세대교체의 기수로 올라섰다.
팀의 뒷문을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 이 또한 Z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31세이브를 올리면서 구원왕에 오른 KIA 정해영은 2001년생이다. 올 시즌부터 KT의 새 마무리를 맡게 된 2003년생 박영현은 25세이브를 올려 해당 부문 4위다. 마운드 위 묵직한 돌직구를 뽐내는 SSG 마무리 조병현(2002년생), 두산 마무리 김택연(2005년생) 등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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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선발 투수는 상황이 다르다. 여전히 ‘구관이 명관’이다. 젊은 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2000년대생 가운데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운 투수는 삼성 에이스 원태인(2000년생) 한 명뿐이다. 20대 중반으로 범위를 늘려도 두산 곽빈(1999년생), LG 손주영(1998년생) 정도가 추가되는 데 그친다. Z세대 기대주인 한화 문동주, SSG 오원석(31일 KT 트레이드 이적) 등은 올 시즌 부상에 시달렸다.
오히려 30대 후반을 맞이한 백전노장 레전드들이 올 시즌 두 자릿수 승리 달성에 동반 성공했다. 12년 만에 친정 한화로 복귀한 류현진(1987년생)은 28경기 158⅓이닝을 던져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그보다 한 살 어린 KIA 양현종(11승·4.10), SSG 김광현(12승·4.93)도 규정이닝에 진입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한국야구지만, 국내 선발만큼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향후 ‘류·양·김’을 잇는 에이스 발굴이 또 하나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