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제 2의 이정후'가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내년에는 사령탑의 마음을 사로 잡는 선수가 될까.
롯데 외야수 김민석(20)은 지난 해 프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휘문고 시절 천부적인 타격 재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의 고교 선배인 이정후의 뒤를 이을 선수로 꼽혔던 김민석은 롯데에 입단할 때부터 '제 2의 이정후'라는 별칭이 따라 다녔다.
지난 시즌 빠르게 롯데의 주전 외야수 자리를 꿰찬 김민석은 '사직 아이돌'로 급부상하면서 올스타에 선정되며 승승장구했다. 정규시즌 129경기에서 타율 .255 3홈런 39타점 16도루를 남긴 김민석은 102안타를 마크하면서 고졸 신인 데뷔 시즌 100안타를 기록한 역대 8번째 선수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김민석은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시범경기 돌입을 앞두고 오른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재활에 돌입, 4월 10일 사직 삼성전에서야 시즌 첫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복귀 후 8경기에서 타율 .179에 그친 김민석은 2군행 통보를 받았고 그 사이 황성빈이 새로운 주전 외야수로 자리매김하면서 1군 복귀 후에도 백업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대타 자원으로 쏠쏠한 방망이를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발이 빠른 대주자 요원으로도 적합하지 않았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김민석이 백업 1순위인 것은 맞다. 하지만 발은 장두성과 김동혁이 더 빠르다"라면서 대주자 요원으로 장두성, 김동혁 등 발빠른 선수들을 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음을 말하기도 했다. 대타 또한 이정훈에 밀려 이렇다할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다.
결국 김민석은 올해 1~2군을 오가며 41경기에서 타율 .211 홈런 없이 6타점 3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35경기 타율 .277 홈런 없이 11타점 4도루.
혹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던 김민석은 가을리그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주로 2군급 선수들이 나서는 대회. 작년만 해도 1군에서 시즌을 마쳤던 김민석이 올해는 가을리그를 뛰고 있으니 어색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김민석의 방망이는 날카로웠다. 대회 기간 동안 타율 .333(27타수 9안타)를 기록한 김민석은 29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24 울산-KBO Fall League 결승전에서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기도 했다.
롯데는 이 경기에서 NC를 10-2로 크게 누르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5회말 김민석의 3루타로 득점포를 가동한 롯데는 계속된 찬스에서 추재현의 2타점 2루타와 소한빈의 적시타로 3점을 더해 단숨에 4-2로 경기를 뒤집었다. 롯데는 6회에도 이호준의 2타점 2루타와 서동욱, 김민석, 추재현의 연속 적시타 등으로 6점을 뽑아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 지었다.
대회 MVP는 김민석의 몫이었다. 과연 가을리그의 활약이 내년 시즌 성장의 촉매제가 될까. 역시 김민석의 경쟁력은 방망이에 있다. 타격부터 살아나야 1군에서 최소 대타 요원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롯데가 '202안타의 사나이'인 외국인타자 빅터 레이예스와 재계약을 맺는다면 윤동희, 황성빈과 함께 주전 외야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 당장 김민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사실 황성빈도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주전 후보로 꼽혔던 선수는 아니었다. 김민석에게도 언제 기회가 또 찾아올지 모른다. 김민석이 혹독했던 2년차 징크스를 털고 내년에는 기량을 만개하는 시즌을 치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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