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가 위기의 KIA를 구했다…150km 유망주 대반란, 대투수도 "큰일했다" 격려

입력
2024.10.30 08:24
 김도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KIA는 그 어느 때보다 부푼 마음을 안고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나섰다. 이미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서고 있던 KIA는 1승만 더하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마침 '대투수' 양현종이 선발투수로 나섰기에 승리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웬걸. 양현종은 1회부터 르윈 디아즈와 김영웅에 백투백 홈런을 맞으면서 3실점을 했고 3회초에도 디아즈에 우월 2점홈런을 맞아 2⅔이닝 4피안타 5실점에 그치고 말았다. KIA는 1-5로 뒤지면서 승리를 확신하기 힘든 처지가 됐다.

이때 구세주가 등장했다. KIA는 양현종에 이어 우완투수 김도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도현은 지난 2022년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은 선수로 올해 2월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 정규시즌에서는 35경기에 나와 75이닝을 던져 4승 6패 3홀드 평균자책점 4.92를 기록한 김도현은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소중한 경험치를 쌓았다.

김영웅을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고 3회를 마친 김도현은 4회초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재현을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은 뒤 김현준에게 시속 150km 직구를 던져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웠고 이병헌에게도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져 삼진 아웃으로 처리, 삼성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분위기를 탄 김도현은 거칠 것이 없었다. 5회초 삼성의 상위타선이 등장했지만 김도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렸다. 특히 5회에는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김도현은 선두타자 김지찬을 1루수 땅볼로 잡은데 이어 류지혁을 시속 125km 커브로 헛스윙 삼진 아웃을 잡았고 김헌곤을 유격수 땅볼로 요리하면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김도현 ⓒ곽혜미 기자 김도현 ⓒ곽혜미 기자

김도현이 무실점으로 막은 사이에 KIA는 5-5 동점을 이루며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이날 김도현은 2⅓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볼넷은 1개만 허용했고 탈삼진은 3개를 수확했다. KIA가 7-5로 역전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 김도현의 호투가 있었던 것이다. 김도현이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자 양현종은 "너무 큰일을 했다. 고생했다"라고 김도현을 격려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한국시리즈의 '히든카드'로 주목을 받은 선수가 김도현이었다. 김도현은 지난달 24일 광주 삼성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7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등 정규시즌에서 삼성을 상대로 3경기에 등판해 10⅔이닝을 던져 1승 평균자책점 0.00으로 뛰어난 피칭을 보였기 때문. KIA 벤치가 양현종이 흔들리자 바로 김도현을 투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됐다.

경기 후 김도현은 "우리가 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최대한 볼넷을 주지 말고 빠르게 승부하려고 했다. 초반에 볼넷을 줬지만 빨리 잊어버리고 그 다음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했다"라면서 "진짜 처음에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설렜는데 이렇게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라고 활짝 웃었다.

올해 김도현은 1년 동안 '스텝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9월에라도 1군에 올라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김도현은 "그런데 운 좋게 5월에 1군으로 올라왔고 (윤)영철이가 허리 부상이 있어서 선발로 들어갔는데 좋은 경험을 했고 한국시리즈까지 올 수 있어서 나에게는 정말 행복한 한 해였다"라고 말했다.

김도현이 올해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가능성,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놀라운 호투는 그가 앞으로 KIA 마운드의 주축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기고 있다. "내년에는 개막 엔트리부터 들어가고 싶다"는 김도현은 "비시즌에 변화구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고 싶고 직구도 계속 던지면서 감을 잘 익혀야 할 것 같다. 잘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도현 ⓒ곽혜미 기자 김도현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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