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팀이 선발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상황에서 선발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선수가 단기전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KIA 타이거즈 투수 김도현의 이야기다.
김도현은 지난 2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 구원 등판해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2⅓이닝 무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7-5 승리 및 구단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선발투수 양현종이 2⅔이닝 4피안타(3피홈런) 1사사구 3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고, 팀이 1-5로 지고 있던 3회초 2사에서 김도현이 마운드로 향했다. 김도현의 불펜 경험, 정규시즌 삼성전 성적(3경기 10⅔이닝 무실점) 등을 감안해 빠르게 교체 타이밍을 가져간 KIA다.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KIA로선 김도현이 실점을 최소화한다면 추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투수로 김도현을 올린 KIA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김도현은 첫 타자 김영웅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매조졌고, 4회초에는 선두타자 박병호의 볼넷 이후 이재현-김현준-이병헌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하위타선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5회초에도 김지찬의 1루수 땅볼, 류지혁의 삼진, 김헌곤의 유격수 땅볼로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이닝을 끝냈다.
그 사이 타선도 힘을 냈다. 3회말 최형우의 1타점 적시타로 추격을 시작한 KIA는 5회말 최형우의 솔로포로 3-5까지 따라붙었고,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김도영의 볼넷 때 김윤수가 폭투를 범하면서 3루주자 김태군, 2루주자 박찬호가 모두 홈으로 향했다.
KIA는 6회말 1사 1·3루에서 김태군의 내야안타 때 3루주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득점으로 승부를 뒤집었고, 8회말 박찬호의 1타점 적시타로 승기를 굳혔다. 시리즈 MVP와 5차전 데일리 MVP는 각각 김선빈, 박찬호에게 돌아갔지만, 김도현의 호투가 없었다면 KIA는 5차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김도현은 "(양)현종 선배님이 초반에 안 좋았는데, 그래도 뒤를 잘 이은 것 같다. 한편으로는 아쉽고, 또 한편으로는 좋았던 것 같다"며 "우리가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볼넷을 주지 말고 빠르게 승부하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초반에 볼넷을 준 걸 빨리 잊고 다음 타자를 어떻게 상대할지 많이 고민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현종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김도현은 "(양)현종 선배님이 '네가 너무 큰 일을 해줬다, 고생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양현종 선배님이 일찍 내려가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팀이 이겨서 좋다"고 전했다.
2019년 2차 4라운드 33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김도현은 2022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이적했다. 이렇다 할 활약 없이 2022년을 보내다가 그해 8월 현역으로 입대했고, 올해 2월 21일 전역했다.
2군에서 2024시즌을 시작한 김도현은 5월 초 1군에 콜업된 이후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선발과 불펜 모두 경험하면서 마운드에 힘을 보탰고, 후반기 팀의 선두 수성에 크게 기여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 3이닝 1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도현은 "처음에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렜는데, 이렇게 팀에 보탬이 돼 너무 좋았다"며 "선발로 나가지 못한다고 해서 섭섭한 건 없었다. 그냥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싶었고, 감독님과 코치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 전역 이후 '9월에만 (1군에) 올라가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5월에 올라왔다. (윤)영철이가 부상을 당하면서 내가 계속 선발로 들어갔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국시리즈까지 치르게 됐는데, (올해는) 내게 너무 행복한 한 해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제 김도현은 2025시즌 준비를 위해 힘을 쏟으려고 한다. 그는 "비시즌 기간에 변화구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 직구는 계속 던지면서 감을 익혀야 할 것 같다"며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