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호준’이 강조했던 3가지, 11년 지나 감독으로 돌아온 지금도 그대로

입력
2024.10.23 13:12
수정
2024.10.23 13:12


신생팀 NC는 1군 진입 첫해인 2013시즌 9개팀 중 7위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최하위 전망을 뒤집었다. 전력의 한계는 있었지만, 끈끈한 팀 야구로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 가운데 있었던 이가 주장 이호준이었다. 주축 타자로 활약하면서 동시에 팀 구심점 역할을 했다. NC가 단기간에 강팀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특유의 팀 문화가 있었고, 그 문화의 중심에 이호준이 있었다. NC 구단 역사의 기틀을 다진 공로자로 그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 이호준이 감독으로 돌아왔다. 김경문, 이동욱, 강인권 전 감독을 이은 제4대 감독이며, NC 선수 출신 1호 감독이다. 22일 공식 선임 발표가 났다.

11년 전 그가 말한 3가지


11년 전, 주장 이호준은 3가지를 강조했다. 개인 불만으로 팀 분위기를 흐리지 말 것, 치고 나면 무조건 전력 질주할 것, 동료가 열심히 하려다 실수를 했다면 더 격려할 것. 요약하면 결국 ‘팀 퍼스트’다.

이 감독은 통화에서 “주장 맡고 처음 말한 게 그 3가지다. 유니폼 입고 야구장 나온 이상 절대 개인 불만을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 불만이 있다면, 남자답게 감독실을 찾아가든 코치실을 찾아가서 직접 말하라고 했다”고 11년 전을 돌이켰다. 시즌을 치르는 동안 모두가 그저 행복할 수만은 없다. 경기를 뛰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히 불만이 생긴다. 이 감독은 “불만이 있다고 뒤에서 드러내기 시작하면 어린 친구들부터 동요하기 시작한다. 팀을 와해시키는 첫 번째가 그거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끼리 정말 단단하게 뭉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범한 내야 땅볼에도 전력 질주를 강조한 것, 열심히 하려다 실수를 했을 때 더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이 감독은 “‘너 때문에 졌어’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300만원씩 벌금도 세게 매겼다”고 했다. 은퇴 이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늘 강조했던 3가지고, 감독으로 돌아온 지금도 당연히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3가지다.

이 감독은 ‘3년 내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올해 NC는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 감독은 “절대 저희 전력이 아래가 아니다”라고 자신했다. NC는 감독 인선 과정에서 ‘성장’과 ‘성적’ 2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이를 찾았다.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면서, 동시에 가을야구 진출과 같은 성적까지 내주기를 바랐다.

이 감독도 자신 있다고 했다. 그는 “싸울 수 있는 전력이 9위·10위인데 리빌딩도 하고 성적도 내라고 한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만, 지금 전력은 절대 아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성적을 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면접 때도 그래서 더 자신 있게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역 은퇴 후에도 NC에서 3년간(2019~2021) 타격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지금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그의 코칭을 받았던 이들이다. 그래서 시즌 중 다른 팀 하이라이트를 볼 때도 NC 선수들의 플레이를 더 집중해서 봤다. 과거 가르쳤던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지금은 어떤 경기를 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자연히 장단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 감독이 ‘성장’과 ‘성적’을 모두 자신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성적, 성적, 데이터··· 코드가 일치했다


NC가 차기 감독에게 바랐던 또 한 가지는 ‘데이터’다. NC는 리그에서 데이터 수집·생산 능력으로 첫 손에 꼽히는 팀이다. 그런 장점을 현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주길 원했다. 이 지점에서도 구단과 이 감독의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이 감독은 “NC는 데이터 시스템이 굉장히 잘 돼 있는 팀이다. 태블릿 뚜껑 딱 열고 30분만 보면 내일 경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와 있다”며 “30분만 하면 되는데, 그 정도도 선수가 투자를 안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 감독부터 현역 시절 상대 선수들의 데이터를 줄줄 꿰고 있었다. ‘노림수의 달인’으로 불렸던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이 감독은 “주자 상황에 따라, 점수 차에 따라, 어떤 볼배합으로 들어올 것인지를 알고 있으니까 2스트라이크가 돼도 별로 겁이 안 났다. 100% 맞을 수는 없겠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과 내가 확신을 하고 들어가는 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코치 시절에도 선수들에게 데이터를 강조했다. 신예 선수가 선발로 나간다면, 이따금 따로 불러 그날 상대할 투수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을 물었다.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면 감독에게 건의해 선발 라인업에서 아예 빼버리기도 했다. 경험도 없는 선수가, 최소한의 공부도 되어있지 않은 건 문제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지금 NC에도 그런 제 성향을 아는 선수들이 많다. 뭘 강조하는지 다들 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장과 성적 그리고 데이터까지. NC와 이 감독의 코드가 일치했다. 임선남 단장이 “감독님과 구단의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정말 많아 좋은 쪽으로 많이 놀랐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 감독은 24일부터 팀에 합류해 마무리 캠프를 지휘한다.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던 팀에서 감독으로 첫발을 떼는 만큼 감회가 더 새로울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NC 다이노스 선수 출신 1호 감독이 됐다.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있을까 싶다”며 “NC가 명문구단으로 갈 수 있도록 정말 잘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책임감도 크다. 선수 생활하면서 팀 컬러와 분위기를 아는 만큼 자신도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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