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강민(42)은 SSG 구단과 팬들에게 각별한 이름이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01년 SK의 2차 2라운드(전체 18순위)를 받고 입단해 오랜 기간 문학의 중원을 지켰다. 공·수·주 모두를 갖춘 중견수로 이름을 날렸고, 특히 KBO리그 역사상 최고 중견수 수비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큰 경기에서 강인하고 영웅적인 모습으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SSG와 인천에서 23년을 뛴 김강민이 인천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나이도 있었고, 구단도 원했고, 선수도 원하는 바였다. 하지만 2023년 시즌이 끝난 이후 미묘한 마찰음이 생겼다. SSG는 이제는 기량이 하락세에 접어든 김강민을 2024년 시즌 주요 전력으로 보지 않았다. 2024년 시즌 초 적당한 시기에 은퇴 경기를 하고, 이후 지도자 연수 등을 통해 그 다음을 보길 바랐다. 하지만 김강민은 그보다는 현역 연장 의사가 더 강했다.
이 차이를 조율하지 못한 대가는 참담했다. 2022년 시즌 뒤 연봉 협상에서 지도자 연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나 구단은 1년간 별다른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확실하게 미래에 대한 논의가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3년 시즌 뒤 2차 드래프트가 열렸다. SSG는 마흔이 넘은 김강민을 데려갈 팀이 없다고 판단하고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틈이 있었다. 중견수가 필요했던 한화가 김강민을 4라운드에서 지명하면서 말 그대로 파란이 일어났다.
김강민은 결국 현역 연장을 선언했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23년을 활약한 프랜차이즈 원클럽맨을 홀대했다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전력에서 제외했다고 해도 충분한 소통을 통해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것을 하지 못한 SSG가 팬들의 지탄에 시달렸다. 프로의 냉정함만 생각했지, 프로의 감정적인 부분을 잘 헤아리지 못한 SSG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단장이 사실상 이 문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오프시즌 내내 김강민이라는 이름 석 자가 구단 비판을 불렀다.
마음이 편치 않게 SSG를 떠난 김강민은 올해 한화에서 1년을 뛰었다. 시즌 초반 중용되며 건재를 과시하는 듯했지만 아쉽게도 그 기세는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머리에 투구를 맞는 아찔한 사건이 있었던 이후 내리막을 탔고,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에는 1군보다 2군에 있는 날이 더 많았다. 시즌 41경기에서 타율 0.224, 1홈런, 7타점을 기록한 김강민은 2024년 시즌 뒤 구단에 은퇴를 통보했다. 구단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조용히 절차를 진행했다.
관심은 김강민이 SSG에서 은퇴식을 할 수 있느냐였다. 비록 경력에 SSG 외에 한 팀이 더 추가되기는 했지만, 김강민은 23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였고 구단의 전성기에 힘을 보탠 스타 선수였다. 이적은 지나간 일이라고 쳐도, 마지막은 SSG와 함께 하길 바라는 팬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SSG도 은퇴식 시나리오를 가지고는 있었다. SSG 관계자는 김강민이 은퇴를 발표한 직후 "시즌 중반 김강민이 은퇴한 이후 은퇴식을 인천에서 치르는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김강민이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자 은퇴식을 놓고 구단에서 다시 논의가 있었다. 다만 은퇴 발표 직후 확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몇몇 있었다. 일단 김강민의 앞길에 대해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김강민이 한화를 비롯한 다른 팀에서 코칭스태프로 새 길을 시작한다면 은퇴식 일정을 잡기가 애매했다. 만약 타 팀 2군 코치라고 하면 시즌 중 김강민을 인천으로 불러야 하는데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강민의 의견을 들어볼 시간도 필요했고, 한화도 어떻게 움직이는지 봐야 했다.
모든 파악을 마친 SSG는 김강민의 은퇴식을 인천에서 열기로 했다. SSG는 "SSG랜더스(대표이사 민경삼, 이하 SSG)가 25시즌에 김강민 선수의 은퇴식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면서"SSG는 김강민이 구단에서 23년 동안 활약하며 보여준 노고와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은퇴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김강민 선수의 은퇴식 일정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김강민은 2001년 2차 2라운드로 입단해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SSG에서 23시즌 동안 1,919경기, 타율 0.274, 1,470 안타, 138 홈런, 674 타점, 805 득점, 209 도루를 기록했다"고 15일 공식 발표했다.
일정은 조율할 시간이 필요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2025년 시즌 초 은퇴식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1년은 한화에서 보냈지만, 워낙 SSG의 색깔이 강한 팀이고 팬들도 원하고 있어 은퇴식에 큰 걸림돌은 아니었다. 비록 경력에서 새로운 팀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인천과 문학에서 맞이하는 셈이 됐다. SSG 팬들도 크게 환영하고 있다.
김강민은 1군 통산 1960경기에 나가 타율 0.273, 139홈런, 681타점, 209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중원을 지켰다. SSG에서만 통산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특히 2018년과 2022년은 가을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팀의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2022년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에서 타율 0.375, 2홈런, 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500에 결정적인 순간 장타를 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김강민의 추후 행보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기는 하지만 인천 팬들의 환대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할 전망이다. 김강민은 이적 이후 편지를 통해 SSG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남기기도 했고, 3월 26일 인천에서 열린 시즌 첫 경기 때는 SSG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프로 경력을 시작한 곳에서 은퇴식을 가지는 김강민의 마지막 모습이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