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KBO리그 레전드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롤모델 삼아 성장한 '1라운드 출신' 유망주 최준호(20)가 다가올 2025시즌 두산 베어스 선발진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최준호는 지난 10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피닉스 교육리그 지바 롯데 마린스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5이닝 동안 60구를 던져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1회를 헛스윙 삼진과 중견수 뜬공 2개로 가볍게 정리한 최준호는 2회 뜬공 2개로 손쉽게 2아웃을 잡았다. 이케다 라이토에게 첫 안타를 내줬지만, 흔들림 없이 토미야마 코노신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없이 2회를 막았다.
최준호는 3회 선두타자 코노 히카루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9번부터 2번까지 3명의 타자를 모두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4회는 유격수 땅볼과 3루수 뜬공으로 2아웃을 잡은 뒤 야마구치 코우키에게 우전안타를 내줬으나, 첫 안타를 허용했던 이케다를 2루수 뜬공으로 막았다.
두산 타선은 4회 말 홍성호의 3루타에 이어 박지훈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1-0의 리드를 잡았다. 최준호는 5회 초를 3루수 땅볼, 1루수 파울 뜬공, 헛스윙 삼진으로 삼자범퇴 처리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두산은 4번째 투수로 등판한 최종인(3⅓이닝)이 9회 초 투런포를 맞아 1-2 역전을 허용해 최준호의 승리는 날아갔다. 두산은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전다민과 김동준의 안타로 2사 1, 3루 찬스를 만든 뒤 여동건의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들었고, 승부는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앞서 7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전(0-6 패), 8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전(0-4 패), 9일 세이부 라이온즈전(2-5 패)까지 피닉스 리그서 3연패에 빠졌던 두산은 4경기 만에 패배의 사슬을 끊었다.
북일고를 졸업하고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최준호는 "니퍼트처럼 두산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최준호는 입단 당시 팔꿈치 피로 골절이 발견돼 첫 시즌은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퓨처스리그에서만 8경기(28⅔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했다.
2024시즌 2년 차를 맞아 스프링캠프에서 성장세를 보이며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최준호는 4월 17일 1군에 콜업돼 삼성 라이온즈전서 데뷔전을 치렀다. 선발 김호준(1⅔이닝 5실점)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한 최준호는 4⅓이닝 8피안타(3피홈런) 4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1군 데뷔전은 부진했지만, 선발 데뷔전은 완벽했다. 브랜든 와델의 대체 선발로 4월 23일 NC 다이노스전에 선발로 등판한 최준호는 5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 완벽투로 기대에 부응했다. 이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한 그는 5월 12일 KT 위즈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첫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데뷔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5월 5경기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순조롭게 적응하는 듯했던 최준호는 6월 체력 회복을 위해 잠시 2군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4경기 3패 평균자책점 9.17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결국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그는 후반기에 복귀해 7월 3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2.25로 시즌 초반 좋았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상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최준호는 8월 3일 키움 히어로즈전(2⅔이닝 3피안타 2실점)에서 3회 1루수 베이스 커버 과정 중 왼쪽 발목 인대 부분 파열 부상을 당했다. 정규시즌을 그대로 마치는 듯했던 최준호는 최종전인 9월 28일 NC전에 복귀했으나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1피안타 1볼넷을 기록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최준호는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서 탈락하며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데뷔 첫해 성적은 17경기(72⅓이닝) 3승 6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아쉬움과 가능성이 공존한 2024시즌이었다. 시즌 종료 후 최준호는 피닉스 교육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10일 지바 롯데전에서 깔끔한 호투로 눈도장을 찍었다.
올 시즌 두산은 선발진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원투펀치 역할을 기대했던 라울 알칸타라(12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4.76)와 브랜든(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은 부상과 부진으로 온전하게 한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알칸타라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조던 발라조빅(12경기 2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6)도 기대에 못 미쳤고, 임시 대체 선수로 영입한 시라카와 케이쇼도 두산 입단 후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6.03으로 부진하며 브랜든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지 못했다.
국내 선발진도 공동 다승왕 곽빈(30경기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만이 고군분투했을뿐이었다. 최원준(24경기 6승 7패 평균자책점 6.46)은 2시즌 연속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고, 김동주(1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6.84)은 지난해 보여준 가능성을 올해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그 결과 두산은 평균자책점 8위(5.07), 최다 이닝 9위(683⅓이닝) 등 선발진의 성적이 리그 하위권에 머물렀다.
다음 시즌 두산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선발진의 재건이다. 외국인 투수를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위 선발을 맡아줄 국내 투수들의 분발도 필요하다. 데뷔 첫해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준 최준호가 이번 겨울 한층 더 성장해 2025시즌 두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OSEN,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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