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동원’ 에르난데스, 투혼의 히어로...5G 7.1이닝 117구 2세이브 1홀드는 진심이었다

입력
2024.10.12 07:40
“팀 동료를 도우며 희생해야 한다. 그래서 희생을 자처했다.”

‘엘동원’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준플레이오프 역대 최다인 5경기 등판 2세이브 투혼의 역투로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이런 외국인 선수가 또 어딨을까. 4경기 연속 등판에도 불구하고 ‘한 이닝 더’를 외치며 등판을 자처했던 외인은 준PO 1~5차전서 연속 등판해 끝내 LG의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다.

 에르난데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11일 잠실야구장에서 KT위즈와 2024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서 투수들의 역투와 오스틴 딘의 맹타 등을 앞세워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한 LG는 2위 삼성 라이온즈가 기다리고 있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준PO 시리즈 MVP는 2경기서 11.1이닝을 소화하면서 2승 평균자책 1.59의 역투를 펼친 선발투수 임찬규가 차지했다. 임찬규는 LG의 승부처였던 준PO 2차전과 준PO 5차전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기에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임찬규에 못지 않게 LG의 준PO 시리즈 투혼의 언성 히어로였던 이가 있다. 그것도 시즌 도중 합류한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다.

에르난데스는 무려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해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제로의 역투를 펼쳤다. 7.1이닝 동안 단 5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10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에르난데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LG의 불펜 불안에 더해 마무리 투수 유영찬이 시리즈를 앞두고 부친상을 당한 슬픔 속에서에르난데스는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았다. 일반적인 마무리 투수의 역할을 넘어 승부처마다 멀티 이닝을 소화했기에 등판 경기와 이닝 숫자도 상당했다.

실제 에르난데스는 5경기로 종전 원종현(당시 NC, 현재 키움) 등과 함께 준PO(단일시즌) 최다 경기 출장 타이 기록을 세웠다. 마지막 준PO 5경기 출장 기록이 2017년 원종현의 7년 전 것임을 고려하면 최근 야구에선 더욱 찾아보기 힘든 투혼의 기록이었다.

경기 활약도 압도적이었다. 5일 1차전서 에르난데스는 2이닝 동안 27구를 던졌다. 곧바로 다음날 열린 2차전서도 1.2이닝 동안 38구를 던지면서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홀드를 기록했다.

이어 하루를 쉰 에르난데스는 8일 3차전 9회 말 마무리 투수 유영찬이 투런 홈런을 허용하자 다시 등판해 0.2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올리며 경기를 매조졌다.

 에르난데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준PO 4차전서도 투혼을 보여줬다. LG가 8회 초 5-5로 동점을 만들자 에르난데스가 8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에르난데스는 2이닝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8~9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LG의 연장전 승부를 이끌었다. 하지만 LG가 11회 말 심우준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면서 아쉽게 LG가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준PO 4차전서도 초과 이닝 투구를 자청했다. 준PO 5차전을 앞두고 만난 염경엽 감독은 “에르난데스가 고마운 게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4차전서도 ‘9회말을 마치고 나서 10회 초 점수가 나면 계속 내가 던지겠다’고 하더라. 그런 마음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마음들에 감동을 받고 있다”며 승리를 향한 에르난데스의 강한 의지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무려 이틀 연속 투구인 동시에 4경기 연속 연투를 하고도 2이닝을 넘겨 계속 투구를 하고 싶다는 에르난데스의 투혼은 당일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를 쉰 이후 에르난데스는 11일 준PO 5차전서도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매조지하면서 자신의 마음가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에르난데스는 11일 준PO 4차전서 LG가 4-1, 3점차로 앞선 9회 초 등판해 1이닝 동안 볼넷 1개를 내줬지만 삼진 1개를 솎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LG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마침내 제 손으로 결정 지은 셈이다.

 에르난데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경기 종료 후 염 감독은 “내 마음속 MVP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다. (등판을 자청한) 에르난데스의 그런 마음이 우리 선수들에게 전해졌다. 우리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뛴 이유다. 에르난데스가 헌신적인 모습으로 팀 분위기를 만들었다”면서 거듭 에르난데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에르난데스에겐 ‘엘동원’이란 별명도 붙었다. 과거 믿을 수 없는 투혼을 통해 연이은 출장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면서 ‘무쇠팔’로 불린 전설적인 투수인 故 최동원에 빗댄 별명이다.

그리고 에르난데스는 경기 종료 후 수훈선수 인터뷰서 “팀이 이겨서 기분은 최고다. 이런 상황을 겪다 보면 팀 동료를 도우면서 희생해야 한다. 그래서 희생을 자처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만족스럽다”면서 앞으로 다가온 플레이오프 1차전서도 “이겨야 한다. 나가겠다”며 마무리 등판을 자처했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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