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였던 두산 베어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신진 야수 자원 육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야심 차게 1차 지명 야수로 뽑았던 외야수 김대한과 내야수 안재석이 1군 무대에서 주춤한 흐름을 보여준 점이 아쉬웠다.
두산 이승엽 감독도 지난 와일드카드 결정전 시리즈 종료 뒤 "아무래도 베테랑 선수들 위주다 보니까 어린 선수들과 경쟁 체제가 아직 되지 못한다.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하고 베테랑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주전급과 백업의 경험과 실력 차이가 크게 나다 보니 이 격차를 줄이느냐에 따라 강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시즌이었다"라며 풀리지 않는 야수진 고민을 토로했다.
이렇게 야수 육성에 목마른 두산이 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내야수를 선택했다. 두산이 2008년 허경민 이후 16년 만에 뽑은 1라운드 내야수이자 1라운드에서 유일한 내야수 지명이기도 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덕수고등학교 내야수 박준순이다.
박준순은 올해 공식 경기 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442, 50안타, 5홈런, 33타점, 22도루, 출루율 0.569, 장타율 0.681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고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타격 재능을 인정받았던 박준순은 야수들 가운데 가장 빨리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린 영광도 얻었다.
두산 관계자는 "박준순과 다른 투수 후보군을 비교했는데 야수 1번이 더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1군 주전 내야진의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올해 내야수 풀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1라운드에서 뽑지 않는다면 박준순 선수는 곧바로 다른 팀으로 갈 가능성이 컸기에 1라운드 지명을 결정했다"라며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1라운드 유일한 내야수인 만큼 계약금도 남달랐다. 두산 구단이 지난 7일 발표한 2025년 신인 선수 11명 계약 내용에 따르면 박준순은 2억 6000만원 계약금에 사인했다. 이는 구단 마지막 1차 지명 야수였던 안재석의 계약금 2억 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그만큼 두산이 박준순을 향한 기대치가 높다는 걸 보여준다.
박준순은 구단을 통해 "프로 계약을 맺으니 이제 두산 베어스 선수가 됐다는 사실이 정말 실감난다. 계약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을부터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계약 소감을 전했다.
2라운드 지명 투수 최민석(서울고)은 1억 5000만원에 계약했다. 최민석은 최고 149km/h 속구에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두루 구사하는 우완 투수다. 3라운드 지명 투수 홍민규(야탑고)는 1억원에 계약했다. 홍민규는 140km/h 후반대 속구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우완 투수다.
4라운드 황희천(충암고·투수)은 8000만원, 5라운드 이선우(충암고·내야수)는 7000만원, 6라운드 한다현(라온고·내야수)은 6000만원, 7라운드 양재훈(동의과학대·투수)은 5000만원에 각각 도장을 찍었다.
8라운드 김성재(선린인터넷고·포수)와 9라운드 주양준(경남고·외야수)은 나란히 4000만 원, 10라운드 연서준(비봉고·투수)과 11라운드 최우혁(라온고·투수 겸 외야수)은 각 3000만 원에 계약을 확정했다.
두산은 1라운더 내야수 박준순을 장기적인 육성 방향 아래 중·장거리 호타준족 2루수 자원으로 키우고자 한다. 두산 관계자는 "2루 수비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아무래도 타격에서 땅볼 타구가 많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체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올해 경기를 비교적 많이 뛴 여파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출루율과 장타율 수치도 괜찮고, 도루에서도 주루 센스가 뛰어난 편이라 다방면으로 큰 기대를 받을 만한 선수"라고 바라봤다.
박준순의 마인드도 남달랐다. KBO리그 2504안타 기록으로 레전드 반열에 오른 박용택 해설위원은 신인 드래프트 지명 행사 전 방송에 출연해 박준순의 타격 메커니즘과 관련해 다소 아쉬운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박준순은 그런 부정적인 메시지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단 뜻을 밝혔다.
박준순은 "박용택 위원님께서 좋은 말씀과 지적을 해주신 덕분에 내 단점을 보완할 계기도 만들어 오히려 감사할 뿐이다.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내년부터 1군 무대에서 증명하면서 그런 아쉬운 평가를 뒤엎고 꼭 반전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최근 몇 년 동안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한 어린 야수들이 1군 무대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히도록 하는 과제를 안았다.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박준순이 앞선 선배들과 달리 1군 무대에서 비교적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분위기다. 안재석과 박준순이 향후 팀 키스톤 콤비 미래를 책임질 조합으로 자리 잡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과연 박준순이 빠르게 1군 무대에 자리 잡아 두산 화수분 야구 재건을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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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