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프로 23년 차 베테랑도 방출 칼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좌완투수 고효준의 이야기다.
SSG 랜더스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방출 선수 명단을 발표하며 선수단 정비를 단행했다"고 알렸다. 구단은 투수 고효준, 박민호, 서상준, 이찬혁, 허민혁, 포수 김지현, 전경원, 내야수 강진성, 최경모, 최유빈까지 총 10명의 선수에게 방출 의사를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나 고효준이다. 2002년 2차 1라운드 6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1983년생 고효준은 SK 와이번스(현 SSG), KIA 타이거즈, 롯데, LG 트윈스, SSG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1군 통산 601경기에 등판해 890이닝 47승 54패 5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5.27의 성적을 남겼다. 올 시즌에는 26경기 22이닝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8.18을 기록했다.
고효준은 2022시즌을 앞두고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와 계약했다. 당시 SSG는 "고효준의 몸 상태가 좋고, 구위에 힘이 있으며, 경험도 풍부해 왼손 투수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LG 시절이었던 2021년 1군에서 3경기에 등판한 게 전부였던 고효준이지만, SSG의 바람대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2022년 45경기 38⅔이닝 1승 7홀드 평균자책점 3.72로 반등에 성공했다. 그해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 1⅓이닝 무실점으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팀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고효준은 지난해에도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73경기 58이닝 4승 1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50으로 2019년(15홀드) 이후 4년 만에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했다. 지난해 고효준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는 리그 전체에서 김진성(LG·80경기), 노경은(SSG), 김범수(한화 이글스·이상 76경기) 세 명뿐이었다.
고효준은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는 등 올 시즌에도 팀의 전력 구상에 포함돼 있었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팀의 불펜 사정을 감안할 때 많은 기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정규시즌 개막 이후 4월까지 16경기 12⅔이닝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4.26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사령탑도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숭용 SSG 감독은 4월 중순 고효준의 활약에 관한 질문에 "던질수록 감을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니까 베테랑들도 자극을 받으면서 좀 더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고효준은 5월 4일 문학 NC 다이노스전 이후 오른쪽 햄스트링 부위에 불편함을 느꼈다. 이틀 뒤 병원 검진을 통해 우측 햄스트링 부분 손상 소견을 받았고, 5월 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회복에 전념한 고효준은 6월 4일 1군으로 올라왔지만, 6월 한 달간 8경기 7⅔이닝 1패 평균자책점 12.91로 부진했다. 6월 28일 1군 엔트리 말소 이후 세 달 넘게 콜업되지 못했고, 계속 2군에 머물렀다. 올해 고효준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17경기 19⅓이닝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6.05.
고효준이 자리를 비운 동안 좌완 영건 한두솔이 성장세를 보였으며,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던 김택형이 돌아오는 등 고효준의 입지가 좁아졌다. 박시후, 백승건 등 가능성을 보여준 좌완투수들도 있었다. 결국 SSG는 고효준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나이, 부상 이력 등이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좌완 불펜 보강을 원하는 팀이라면 고효준을 노려볼 만하다. 고효준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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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