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최원영 기자) 잘 추슬러 승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KIA는 지난 31일 광주 두산전서 6-30으로 대패했다. 30일 맞대결서 7-12로 패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충격패로 고개를 떨궜다.
각종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KIA 투수진은 두산에 28피안타 13볼넷 1사구를 허용하며 30실점을 떠안았다. 두산은 역대 리그 최초로 30득점 고지를 밟으며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역대 리그 팀 최다 출루 신기록도 수립했다. 42출루를 이뤄냈다. 구단 역대 한 경기 최다 안타 기록 역시 갈아치웠다.
KIA는 2022년 7월 2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서 23-0으로 완승을 거둬 역대 리그 최다 점수 차 기록을 보유했다. 그러나 이번 두산전서 24점 차로 패해 최다 점수 차 신기록의 제물이 됐다.
이날 선발투수 김도현이 2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6실점(투구 수 63개)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어 김기훈이 ⅔이닝 1피안타 4볼넷 1사구 1탈삼진 3실점(31개), 곽도규가 1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28개), 최지민이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5실점(37개), 이준영이 0이닝 3피안타(2피홈런) 4실점 3자책점(15개)으로 고전했다.
이후 김현수가 ⅔이닝 4피안타 3볼넷 7실점(34개), 김대유가 1⅓이닝 6피안타 2볼넷 1탈삼진 5실점(35개)으로 무너졌다. 장현식은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16개)으로 허리를 이었다. 마지막으로 외야수 박정우가 투수로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13개)으로 삼자범퇴를 선보였다.
이튿날인 1일 만난 이범호 감독은 "요즘 계속 어려운 경기들을 해 생각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걱정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은 "4~5월부터 선발투수들을 2~3회에 교체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중간투수들이 힘들어질 시기가 됐다. 날씨가 무척 더워 체력적으로 힘든데 출전경기수까지 많아져 그렇다"며 "선발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해 중간투수들을 많이 소진하다 보니 수비 시간도 길어졌다. 그래서 타자들도 지쳐가는 것 같다. 여러 면에서 팀이 조금씩 지치는 게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31일)는 투수들을 길게 끌고 가고 싶어도 한 이닝에 25~30개 이상 던지니 2이닝 이상 쓸 수 없었다. 다른 투수가 나와야 했는데 그 선수들도 투구 수가 많아졌다. 한 이닝에 15~20개 정도 던질 수 있는 투수에게 30~40개를 던지게 하면 부상 위험이 있다"며 "선발이든 중간이든 투수들이 각자 맡은 이닝은 확실히 책임져줬으면 한다. 그래야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힘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우의 투수 등판에 관해서는 "70% 정도로 던졌을 것이다. 다칠까 봐 세게 안 던지는 듯했다"며 "퓨처스팀에서 한 번씩 올라와 투구하는 걸 보니 컨트롤이 잘 되더라. 당시 타격이 너무 안 돼 투수를 한 번 시켜볼까 생각했던 선수다. 투수코치가 6회 넘어가며 '9회에는 야수가 던져야 할 것 같다'고 해 (박)정우를 마지막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전)상현이, (임)기영이가 계속 본인들이 던질 수 있다고 하고, (불펜에서) 전화도 왔는데 이 선수들이 등판하면 오늘(1일) 경기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정우가 제일 깔끔하게 막아줬다"며 "큰 점수 차로 졌지만 야수가 등판해 잘해주며 팀 분위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선수단 분위기는 어떨까. 이 감독은 "가장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KIA 팬분들에게 죄송하다. 그래도 지나간 경기는 지나간 것이다. 따로 선수들을 수습할 생각은 없다"며 "아마 본인들이 더 잘 알 테고, 울분을 토하고 있을 것이다. 실점을 많이 한 것에 대해 팬분들에겐 너무 죄송하지만 선수들과 따로 미팅을 하진 않으려 한다. 지쳐있는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경기에서 승리하고 팀 분위기가 더 나아지면 그때 안 좋았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다. 지금은 선수들에게 미팅을 통해 잘해보자고 해도 크게 와닿지 않을 듯하다"며 "어제 경기를 치르며 선수들 스스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지나간 경기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오늘은 기분 좋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겠다"고 언급했다.
KIA는 31일 투수 김현수와 김기훈을 콜업했다. 이어 1일 김현수를 말소하고 투수 윤중현을 엔트리에 등록했다.
이 감독은 "(김)현수는 피칭할 때 (패스트볼) 구속이 146~147km/h까지 나왔다고 했는데 어제는 141~142km/h에 그쳤다. 본인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며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내려갔는데 스스로 걱정스러운 듯하다.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면 어떡하지', '구속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있는 듯해 머릿속에서 지우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김)기훈이는 구위, 구속, 변화구 등을 봤을 때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 계속 써보려 한다"며 "특히 구위를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어제 첫 등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3번째 등판에선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오늘 중간에서 길게 던져줄 투수도 필요해 기훈이는 엔트리에 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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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