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부자(父子)가 한 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끼는 진기록이 탄생했다. 1993년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 포수였던 정회열, 그리고 올해 한국시리즈 헹가래 투수가 된 KIA 타이거즈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그 주인공이다.
정해영은 2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면서 팀의 7-5 승리 및 V12 확정에 힘을 보탰다.
7회말까지 6-5로 앞서가던 KIA는 8회초 큰 위기를 맞이했다. 피안타 없이 3사사구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이재현과의 승부를 앞두고 정해영을 호출했다. 조금 일찍 마무리투수를 올리면서 삼성의 추격을 뿌리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KIA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초구가 볼이 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린 정해영이지만, 2구 직구로 유격수 뜬공을 이끌어내면서 이닝을 마감했다. 여기에 8회말 박찬호의 1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승부의 추가 KIA 쪽으로 기울어졌다.
정해영은 팀이 7-5로 리드하던 9회초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선두타자 이성규에게 삼진을 솎아냈고, 대타 윤정빈을 2루수 땅볼로 잡았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정해영은 2사에서 김성윤에게 삼진을 유도하면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정해영은 "많이 긴장한 상태에서 올라갔는데, 초구가 볼이 된 이후 그 다음부터 전력투구를 하면서 힘으로 붙으려고 했다. 어차피 (상대보다) 우리가 좀 더 힘이 남은 상태였는데, 그러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렇게 큰 경기에서는 세이브를 많이 의식하지 않는다. 어차피 9회에 마무리하면 5점 차든 10점 차든 그게 다 세이브라고 생각한다"며 "오랜만에 세이브 상황에서 올라가서 더 긴장했고, 더 집중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따로 준비한 세리머니는 없었지만, 정해영은 포수 김태군과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표현했다. 정해영은 "만약에 팀이 오늘(28일) 이기지 못했다면 전체적으로 좀 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 기분에 맡겼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날 정해영은 '동일 구단 부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만들면서 관심을 모았다. 정해영의 아버지인 정회열 동원대 감독은 1993년 주전 포수로 활약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31년이 지난 올해 아들 정해영도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정해영은 "그때(1993년) 현장에 있진 않았지만, 우승 장면을 인터넷으로 많이 봤다. 우리 KIA 팬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많이 느낀 것 같다"며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날 좋아하고, 아낀다.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조언도 많이 해주시는데, 계속 말씀해 주시면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도중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정해영은 팀의 통합 2연패와 더불어 '부상 없는 2025시즌'을 바라본다. 그는 "(비시즌 기간) 드라이브라인을 다녀오면서 효과도 있었는데, 반대로 내가 힘을 더 많이 쓰는 방법을 터득한 게 어떻게 보면 부상의 원인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부상을 경험했으니까 두 번 다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광주, 김한준 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