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타자 박병호는 올 시즌 초반이 힘겨웠다. 문상철, 강백호에게 밀리며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고, 급기야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삼성 오기 전까지 박병호가 KT에서 거둔 성적은 44경기 타율 0.198 20안타 3홈런 10타점 10득점.
오재일과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살아났다. 삼성에서만 20홈런을 치면서 2년 만에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9월 4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기다리던 KBO리그 역대 3번째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대구에서만 14홈런을 치르는 등 라팍에 어울리는 타자가 되었다.
400홈런 고지를 밟으며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하나 지웠다면, 우승 역시 그에게는 또 다른 목포였다.
한국시리즈에만 오면 작아지고, 또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히어로즈 소속으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였던 2014년엔 6경기 타율 0.143 3안타 1홈런 1타점 3득점에 그쳤다. 두 번째 한국시리즈인 2019년에도 4경기 타율 0.250 4안타 2타점 3득점으로 아쉬웠다. 팀 역시 2014년에는 삼성 라이온즈, 2019년에는 두산에 발목이 잡혔다.
유니폼을 바꿔 입어 KT 위즈 소속으로 지난해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는데 5경기 0.111 2안타 1홈런 2타점 3득점이라는 아쉬움 속에 LG 트윈스에 벽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해는 어땠을까. LG와 PO에서 13타수 3안타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겼던 박병호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조용했다. 1, 2차전 9타수 무안타로 잠잠했다. 그러던 박병호는 3차전 세 번째 타석에서 11타수 무안타의 침묵을 깨는 시원한 솔로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14개(WC 1개, 준PO 9개, PO 1개, KS 3개)로 공동 1위에 올랐다. 공동 1위에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다. 이승엽 감독은 준PO 2개, PO 6개, KS 6개의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의 전설이다.
또한 박병호는 KS 3개 팀 홈런 기록(2014 넥센, 2023 KT, 2024 삼성)을 만들어냈다. 김동수(1998 LG, 2001 삼성, 2004 현대)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그러나 이 홈런이 박병호가 존재감을 보여준 유일한 순간이었다. 4차전 2타수 무안타 볼넷, 5차전에서는 2타수 1안타 2볼넷으로 3출루 경기를 만들었으나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삼성은 5차전에서 5-7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박병호도 타율 0.118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이 전부였다. KS 통산 타율도 0.153 72타수 11안타(3홈런) 6타점 10득점으로 종전 0.163보다 더 떨어졌다.
그동안의 아쉬움을 딛고 우승 타이틀을 꿈꿨던 박병호지만 올해도 우승 반지를 손에 끼지 못했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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