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된 분위기 살렸다" 30실점 참패에도 박수받은 1이닝 퍼펙트 야수등판, 그런데 70%만 던졌다니 [오!쎈 광주]

입력
2024.08.01 17:40


[OSEN=광주, 이선호 기자] "정우 때문에 분위기 살아났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호투한 외야수 박정우(26)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7월3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30으로 크게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날 선발 김도현을 비롯해 8명의 투수들이 28안타 13볼넷 1사구를 내주고 30실점을 했다. 임기영과 전상현을 기용하기에는 다음날 경기를 대비해야 했다. 야수 한 명을 마운드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고 어깨가 좋은 박정우가 낙점을 받았다. 이 감독이 퓨처스 사령탑 시절 박정우의 투구 능력을 경험했다.  

마운드에 오른 박정우는 가볍게 볼을 뿌리며 첫 타자 김재환을 2루 땅볼로 유도했다. 이어 강승호는 바깥쪽 직구(135km)를 찔러넣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두 타자 모두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터트렸다. 마지막 타자로 투수 권휘가 올라왔는데 제구가 흔들렸다. 볼넷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두산 더그아웃에서 스윙하라는 사인이 나왔다. 권휘는 박정우가 던진 3개의 볼에 세 번의 헛스윙을 하고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산의 70번째 타자였다. 30실점 참패속에서도 가장 깔끔하게 1이닝을 마쳐 박수를 받았다. 고교때 투수경력이 없다. 대신 어깨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130km대 중반의 구속으로 증명했다.

1일 두산과의 경기에 앞서 이범호 감독은 "70% 밖에 던지지 않았다. 부상 우려가 있어 세게 던지지 않았다. 퓨처스 시절 한번씩 마운드에 오르면 컨트롤도 잘됐다. 방망이가 안맞을 때 투수를 시키려고도 했다. 제일 깔끔하게 막은 것 같다. 팀 분위기가 다운됐는데 끝날 때는 정우로 인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어제는 9회 던질만한 야수 한 명 필요했다. 뒤에 두고 마지막에 썼다. 상현과 기영이가 더그아웃에서 던지겠다고 전화왔는데 던지면 오늘 경기 지장이 있었다. 넘어간 경기는 넘어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박정우는 이날 9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명단에 이름을 넣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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