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낙태 종용, 억압된 환경이 만든 '야구 금쪽이들' [박연준의 시선]

입력
2024.07.13 09:30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마약 사건부터 낙태 종용까지,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한국 야구계가 떠들썩하다. 올 시즌 사상 첫 전반기 600만 관중 돌파를 넘어 1,000만 관중 돌파 '역대급 인기'를 바라보는 KBO 리그에 논란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은 마약류 상습 투약과 수수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 돼 재판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오재원을 검찰에 송치한 뒤 그와 연루된 이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경찰에 따르면 오재원의 마약류 대리 처방 및 투약에 연루된 이들이 현직 두산 베어스 선수들을 포함해 총 29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같은 날(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프로야구 선수 A 씨의 사생활을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수도권 구단 국가대표 출신의 한 투수가 일명 '양다리'를 걸치며 임신 후 낙태를 종용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해당 선수의 소속 구단은 MHN스포츠를 통해 "선수의 사생활 문제다. 구단은 선수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짤막한 입장을 전했다. 이어 폭로 글을 작성한 여성은 12일 "구단의 대처가 황망하다. 그 선수가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길 바란다"고 추가 입장을 전했다.

'야구계 금쪽이' 무엇이 이들을 만들었나

'금쪽이'. 채널A 오은영 박사의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에서 나온 언어로 주로 '문제아'를 지칭하는 단어다.

야구계를 시끄럽게 한 마약 사건과 낙태 종용 논란을 만든 이들은 '야구 금쪽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를 마냥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무엇이 이들을 문제아로 만들게 되었는지를 알아차려야 비슷한 논란 발생을 막을 수 있고, 야구 꿈나무들의 발걸음을 올바른 길로 인도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한민국 교육 환경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를 넘어 한국 스포츠계의 변화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다. 바로 선수들을 향한 '억압된 지도 방식'이다.

엘리트 야구 즉, 학교 야구부 선수들은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야구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선 여전히 선수 두발에 대해 '1학년 3mm· 2학년 6mm· 3학년 9mm'의 시대착오적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핸드폰 소지 금지, 연애 금지 등 어쩌면 아이들의 모든 행동들을 통제, 억압하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지도 환경은 선수들의 잘못된 자아를 만들어 냄과 동시에 인성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지난 2016년 한국 체육교육학 회지의 '통제적 코칭 행동이 운동선수들의 심리적 욕구, 소진과 도덕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 논문 내용에 따르면 지도자의 통제적 행동 방식이 선수의 욕구 좌절, 잘못된 인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논문 내용에 따르면 통제적 코칭 행동은 선수들의 심리적 욕구에 가장 큰 부적 영향을 미친다. 또 도덕적 행동, 심리적 욕구와 소진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정서에 생각과 행동 결과를 촉진 및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연시 여겼던 아마추어 야구의 억압된 환경, 얼차려 등 지도자들의 잘못된 지도 방식이 선수들이 잘못된 인성을 갖추게 하는 데 악영향을 끼쳤고, 이는 프로 선수가 되어서도 잘못된 길을 가게 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억압된 지도 환경, 이제는 없어져야

오재원의 마약 사건을 비롯해 낙태 종용 문제는 선수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있으나, 이들을 '금쪽이'로 만든 한국 스포츠계의 잘못된 교육 방식이 계속해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KBO 리그를 빛낼 차기 프로야구 선수 꿈나무들에게는 이어져서는 안 되는 교육 방식이다. 제2의 오재원 사건, 낙태 종용 논란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한국 야구계에도 선진화된 교육 방식을 통해 선수들이 온화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환경 구축을 해야 한다.

무조건 '안돼, 조용히 해, 똑바로 해'라는 말이 아닌, 선수들에게 자율성과 선택권을 부여하고 순화된 언어를 활용하여 내적 동기 자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식을 지향해야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춘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거나 너무 늦음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이는 틀린 말이다. 또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선 외양간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가 있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억압된 교육 환경이 변함없이 계속된다면, 10년 뒤에도, 먼 훗날에도 한국 야구계에서 선수들의 '인성 논란', '야구 금쪽이'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한국 야구 관계자들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사진=MHN스포츠 DB<저작권자 Copyright ⓒ MHNsports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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