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더그아웃은 얼어붙고 관중석은 뜨거워지고···긴박했던 ‘켈리 퍼펙트’ 전야

입력
2024.06.26 10:28
수정
2024.06.26 10:28


케이시 켈리(LG·35)의 투구 이닝이 길어질수록 잠실벌이 달아올랐다. 모두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기다리며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비록 9이닝 퍼펙트 게임에는 실패했지만 LG 팬과 선수, 코치진까지 한마음으로 숨죽인 시간이었다.

켈리는 지난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에서 9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완봉승했다. 8회까지 상대 타자를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기에 퍼펙트 게임에 대한 기대가 고조된 상태였다.

퍼펙트 게임은 9이닝 이상 경기를 진행하며 안타·볼넷·몸에 맞는 공·야수 실책을 포함해 어떤 이유에서든 모든 타자를 한 번도 1루로 내보내지 않고 승리하는 게임을 뜻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43시즌 동안 퍼펙트 게임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켈리가 한 회만 더 버티면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퍼펙트 게임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7회초부터 LG 팬들은 켈리의 이름을 힘차게 연호했다. 켈리는 완봉승 후 방송 인터뷰를 하다가 팬들의 함성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7회에 마운드에 오를 때 관중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는 걸 들으며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인생에 딱 한 번 오는 기회이기에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그아웃은 애써 기대감을 누르고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결승 홈런을 친 3루수 문보경(24·LG)은 경기 후 “(켈리가 퍼펙트 투구를 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는데 7회쯤 오늘 경기가 좀 빨리 끝난다 싶어서 전광판을 보니 0-0-0이었다. 그때부터 발이 안 움직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민재 형도 ‘야, 우리 그거(퍼펙트) 중이야’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혹여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대기록을 망칠까 봐 다들 긴장했다.

켈리와 퍼펙트를 함께 만들어나간 포수 박동원, 뒤에서 수비를 책임지는 야수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켈리는 경기 후 ‘야수 중 누가 제일 긴장한 것 같았나’라는 질문에 유격수인 구본혁(27)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박동원은 9회초 삼성 윤정빈이 안타로 출루하면서 퍼펙트 기록에 실패한 켈리를 포옹하며 “우리가 퍼펙트 게임 문 앞까지 갔는데 얼마나 멋있냐, 잘했다”라고 다독였다.

삼성의 첫 안타에 LG 팬석에서는 아쉬운 탄식이 새어 나왔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LG 팬들은 글러브로 얼굴을 가린 채 아쉬워하는 켈리를 향해 아낌없는 격려의 응원을 보냈다.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켈리의 이름을 연호했다.

켈리는 경기가 끝난 뒤 모자를 벗고 1루 쪽을 향해 인사했다. 그는 “많이 기대하고 있었던 팬분들을 향한 감사 인사이기도 했고, 안타를 친 윤성빈 선수를 향한 인사이기도 했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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