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투수였지" 잠실예수 완벽 부활 서사…퇴출 위기에서 퍼펙트 도전자로 돌아왔다 이렇게

입력
2024.06.26 05:55
 LG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 KBO리그 대표 장수 외국인 선수 케이시 켈리가 퍼펙트게임에 도전했으나 9회 무산됐다. 그래도 27타자 상대 1피안타 무4사구 완봉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 LG 트윈스 LG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 KBO리그 대표 장수 외국인 선수 케이시 켈리가 퍼펙트게임에 도전했으나 9회 무산됐다. 그래도 27타자 상대 1피안타 무4사구 완봉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퇴출 위기에서 퍼펙트 직전까지 간 도전자로. LG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가 다시 지옥 문턱에서 돌아왔다. 정규시즌 최초 27타자 상대, 1피안타 무4사구 완봉승을 기록한 뒤 반등을 자신했다. 평균자책점은 5.13에서 4.66으로 뚝 떨어졌다.

켈리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9회까지 102구를 던지면서 1피안타 무4사구 완봉승을 기록했다. 8회까지 퍼펙트 도전을 이어가다 9회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대기록이 무산됐다. 켈리는 강민호를 3루수 병살타, 대타 김헌곤을 우익수 뜬공으로 막고 완봉승으로 하루를 마쳤다.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 곽혜미 기자

이 경기 전 켈리의 평균자책점은 5.13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0명 가운데 뒤에서 2위였다. 5월을 마쳤을 때는 5.60에 달했다. 6월 들어 평균자책점을 조금씩 낮추고는 있었지만 13일 대구 삼성전(8이닝 6실점)처럼 대량 실점하는 경우도 계속됐다. 켈리는 올해 개막 후 첫 15경기 가운데 5경기에서 5점 이상 빼앗겼다.

지난해에도 퇴출 위기를 겪었던 켈리는 후반기 반등과 한국시리즈 호투로 KBO리그 6년차 재계약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도 부진이 이어지자 구단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공개적으로 켈리와 디트릭 엔스 가운데 한 명은 교체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차명석 단장이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켈리와 엔스가 함께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차명석 단장의 출장이 예상보다 짧아졌다. 두 선수 모두 교체 없이 6월 막바지까지 왔다. 비록 완성에는 실패했지만 9회까지 퍼펙트게임 도전이라는 쉽지 않은 업적을 쌓았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켈리는 관중석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어떤 이유에서 감정이 북받쳤는지 묻자 "올해 굉장히 힘든 시즌이었다. 8회 또 9회까지도 아웃카운트가 올라갈 때마다 팬들이 미친듯이 응원해줘서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 우리 팬들은 내가 힘들 때에도 많은 응원을 보내줬다. 고마운 마음이 올라왔다. 울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라고 얘기했다.

9회 마지막 이닝을 앞둔 마음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한 번에 아웃 3개를 잡을 수는 없다. 아웃카운트 하나씩, 공 하나에 집중하려고 했다"며 "이런 상황이 오면 더 잘하려다 무산되곤 한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오늘 경기는 빠르게 진행이 됐다. 그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그아웃의 긴장감을 켈리도 느꼈다. 그는 "더그아웃에 있는 감독님, 코치님과 선수들 그리고 구단 직원들까지 열심히 도와줬다. 그런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켈리 박동원 ⓒ곽혜미 기자

배터리 호흡을 맞춘 박동원은 경기 후 마치 자신이 마운드에 있던 것처럼 허탈한 얼굴을 했다. 그래도 마운드에서는 켈리에게 미소만 보였다. 켈리는 "박동원이 멋있다, 잘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거라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박동원이 완봉승으로 끝날 수 있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얘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켈리는 이날 포심 패스트볼 37구(최고 시속 149㎞ 최저 143㎞), 커브 25구, 슬라이더 16구, 체인지업 19구, 포크볼 3구, 투심 2구로 퍼펙트에 도전했다. 직구 구속이 점점 꾸준히 좋아지면서 6월 반등이 시작됐다. 켈리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시즌 초 구속이 잘 안 나와서 답답했다. 그래도 답을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내가 어떤 투수였는지 돌아보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구속이 올라간 면도 있다. 이제 빠른 공을 던졌던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계기가 되는 투구였다. 오늘 등판을 통해서 내가 이렇게 강한 공을 자신있게 던졌지 하고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계속 훈련하면서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을 즐기면서, 내일은 또 새로운 날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하겠다"고 얘기했다. LG 동료 선수들이 방송 인터뷰를 마친 켈리를 축하하고 있다. ⓒ LG 트윈스

▶ 역대 9회 퍼펙트 무산 사례

1982년 8월 15일 삼성 황규봉 vs 삼미 슈퍼스타즈

9회 1사 후 양승관에게 안타 허용

2007년 10월 3일 두산 다니엘 리오스 vs 현대 유니콘스

9회 1사 후 강귀태에게 안타 허용

2022년 4월 2일 SSG 윌머 폰트 vs NC 다이노스

9이닝 퍼펙트 후 연장 10회 교체

2024년 6월 25일 LG 케이시 켈리 vs 삼성 라이온즈

9회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안타 허용

▶ 역대 8회 퍼펙트 무산 사례

1997년 5월 23일 한화 정민철 vs OB 베어스

8회 1사 후 심정수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포수 패스트볼

2011년 8월 5일 LG 벤자민 주키치 vs 한화 이글스

8회 2사 후 이양기에게 안타 허용

2012년 6월 24일 롯데 이용훈 vs LG 트윈스

8회 1사 후 최동수에게 안타 허용

2017년 9월 15일 SK 스캇 다이아몬드 vs 두산 베어스

8회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안타 허용

2018년 4월 18일 넥센 최원태 vs NC 다이노스

8회 1사 후 최준석에게 안타 허용

2023년 4월 18일 삼성 백정현 vs 키움 히어로즈

8회 1사 후 에디슨 러셀에게 안타 허용<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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