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을 차지했던 김민별이 마침내 데뷔 첫 우승 영광을 누렸다.
김민별은 13일 전북 익산시 익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았다. 18점을 보태 총 49점을 마크, 방신실(47점)을 2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1억8000만 원을 품에 안았다.
이번 대회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유일하게 스트로크 방식이 아닌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을 부여하고 보기는 -1점, 더블보기 이상은 3점을 주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펼쳐졌다. 김민별은 나흘간 버디 26개, 보기 3개로 스트로크 방식으로 계산하면 23언더파를 쳤다.
김민별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뜻깊은 하루였다. 3라운드까지 31점 공동 5위에 처져있던 김민별은 선두 김민선7(35점)에 4점 뒤진 31점 공동 5위로 4라운드를 맞았다. 4번(파3)~5번(파4)~6번(파5)~7번(파4) 홀 4연속 버디로 신바람을 내는 등 10번(파5) 홀까지 무려 6개의 버디를 낚아 선두로 뛰어오른 뒤 17번(파5) 홀에서 마지막 버디를 생산해 49점을 완성했다.
지난해 방신실, 황유민과 함께 루키 빅3로 불렸던 김민별은 동기들을 제치고 생애 단 한 번만 도전할 수 있는 신인왕을 수상했지만 2승을 거둔 방신실, 1승을 챙긴 황유민과 달리 우승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지난해 6월 한국여자오픈에선 홍지원, 마다솜과 3명 연장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고 약 한 달 뒤 대유위니아MBN여자오픈에선 황유민에게 플레이오프 끝에 좌절을 맛보는 등 두 차례 연장 패배를 맛보기도 했다.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도 마지막 단추를 잘 꿰지 못해 고개를 숙일 때가 많았다.
올 시즌을 앞두곤 2022년 ‘우승 없는 신인왕’을 차지한 뒤 2년 차였던 지난해 ‘대세’로 떠오른 이예원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기대와 달리 오히려 성적은 작년보다 좋지 않았다. 직전까지 22경기에 출전해 19번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우승, 준우승 없이 3위만 2번 기록하며 5번 톱10 진입에 그쳤다.
극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던 김민별은 “정말 간절하게 바라던 우승을 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작년에 우승을 하지 못한 뒤 지난 겨울 정말 열심히 해 자신감 있게 새 시즌을 시작했는데 성적이 나지 않아 더 힘들었다. 그동안 부담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부모님을 떠올리며 “항상 아쉬운 모습만 보여드려 힘드셨을텐데, 나를 믿고 변함없이 응원해주셔 이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전반에 연속 버디를 하면서 오늘 분위기라면 역전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한 그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실 올해 다승왕을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이제야 첫 승을 하게 됐다. 다음 대회 때도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시즌 2승째를 챙겼던 방신실은 시즌 첫 승 및 통산 3승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정상 문턱에서 물러났고, 정윤지가 45점으로 3위에 랭크됐다. 박혜준 유현조가 나란히 44점으로 공동 4위에 자리했고, 김민선7은 8점을 보태는데 그쳐 43점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익산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