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을 상대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던져 구설수에 오른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끝내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자비도 구하지 못했다.
FA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PL) 경기 출전 정지 7경기의 징계를 6경기로 줄여달라는 벤탄쿠르의 항소에 대해 기각 처분을 내렸음을 알렸다.
토트넘 전담 매체 '스퍼스 웹'은 같은 날 이와 같은 소식을 전하며 "FA 독립 규제 위원회는 지난 달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리고 지난 여름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혐의로 10만 파운드 벌금을 부과했다"며 "토트넘은 10만 파운드 벌금 판결은 수긍하지만 벤탄쿠르의 출장 정지에 대해서는 항소하기로 했었다"고 덧붙였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우루과이의 한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에 딸과 함께 출연했다. 문제는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 달라"는 사회자에게 "손흥민 사촌 것을 갖다줄까? 어차피 걔넨(동양인) 다 똑같이 생겼거든"이라고 응수했다는 것이다.
'동양인은 전부 비슷하게 생겼다'는 전제를 깐 명확한 인종차별적 발언에 한국 팬들을 포함한 해외 팬들이 크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즉시 토트넘과 벤탄쿠르의 SNS에서 비난과 설전이 벌어졌다.
이에 벤탄쿠르는 단 24시간만 유지되는 SNS의 '스토리' 기능으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손흥민의 이름 철자까지 틀린데다 사과문의 형식으로 인해 진정성에 의심을 받으며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사태를 말없이 주시하던 손흥민은 벤탄쿠르를 용서한다는 게시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러나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벤탄쿠르를 감싸서는 안됐다는 의견까지 대두됐다.
FA는 당사자 간 화해와 별개로 해당 사건을 엄중히 주시하고, 이후 지난 달 18일 벤탄쿠르에게 프리미어리그 7경지 출전 정지 징계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FA는 "벤탄쿠르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 모욕적인 말을 사용해 평판을 추락시켰으며 FA 규정 E3.1을 위반했다"며 "이는 국적, 인종, 민족적 기원을 포함한 발언이기에 FA 규칙 E3.2에 정의된 가중 위반에 해당된다. 벤탄쿠르는 해당 혐의를 부인했지만 위원회는 청문회 후 벤탄쿠르에게 제재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FA가 이 사안을 특히 중대하게 본 것은 벤탄쿠르의 발언이 가진 파급력 때문이었다.
벤탄쿠르가 해당 발언을 서면, 통화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했을 경우 전달 범위가 좁아지기에 FA 규정상 6경기 미만의 출전 정지 징계만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벤탄쿠르는 해당 발언을 TV 인터뷰에 나와서 퍼뜨렸다. FA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불특정 다수가 들었기 때문에 처벌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봤다.
토트넘은 이에 반기를 들었다. 구단에서 공식으로 "벤탄쿠르의 처벌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하기에 이르렀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까지 "실수"라며 벤탄쿠르의 편을 들었다. 또한 구단은 이 항소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FA는 냉정했다. FA 측은 "이 항소는 심리 후 기각됐고, 규제 위원회 명령에 따라 7경기 출전 정지가 유지된다. 항소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서면 이유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퍼스 웹'은 "이미 벤탄쿠르는 7경기 출전 정지 징계 중 5경기를 결장했고, 향후 2경기가 더 남았음을 의미한다"며 "벤탄쿠르는 다가올 토트넘의 EFL컵 8강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과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까지 빠지고, 이후 박싱데이(12월 26일)에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경기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 손흥민 SNS, 벤탄쿠르 SNS, '포르 라 카미세타'<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 MHN Sport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