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 1라운드에서 탈락할 위기에 몰렸다. 2024 월드시리즈 우승 0순위 후보로 꼽혔던 다저스가 이렇게 탈락하면 데이브 로버츠(52) 다저스 감독도 자리를 보존하지 못할 전망이다.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에 진출한 다저스는 홈에서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1승 1패를 거둔 뒤 지난 9일(한국시간) 장소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펫코 파코로 옮겨 3차전을 치뤘다.
방문팀 다저스는 이날 경기에서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외야수 무키 베츠(32)가 1회초에 찾아온 자신의 첫 번째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마이클 킹(29)을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6구, 83.3마일짜리 스위퍼를 잡아 당겨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그러자 홈팀 샌디에이고의 반격이 곧바로 시작됐다. 이들은 0:1로 뒤진 2회말 공격에서 다저스 선발투수 워커 뷸러(30)를 상대로 잰더 보가츠(32)의 볼넷과 데이빗 페랄타(37)의 안타 그리고 우익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5)의 투런홈런 등을 묶어 무려 6점이나 뽑아내며 단숨에 경기를 6:1로 뒤집었다.
하지만 다저스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1:6으로 뒤진 채 끌려가던 이들은 3회초 공격 때 원아웃 주자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등장한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32)가 샌디에이고 선발 킹을 상대로 1볼 2스트라이크에서 5구, 85.3마일짜리 스위퍼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으로 만들었다. 단숨에 승부가 5:6 한 점 차이로 좁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다저스의 추격은 딱 거기까지 였다. 5:6 점수는 최종 스코어가 됐고,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에 패해 NLDS 전적 1승 2패로 몰렸다. 먼저 3승을 거두는 팀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에 진출하기 때문에 다저스는 벼랑 끝에 몰린 셈이 됐다.
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겨울 리그 최고스타 오타니 쇼헤이(30)를 영입하며 전력보강에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운드 보강을 하기 위해 일본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를 데려왔고, 탬파베이에서 강속구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32)도 데려왔다. 두 투수 영입에만 무려 4억 6000만 달러(약 6182억원)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글래스노우는 현재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야마모토도 올 시즌 부상으로 정규시즌에서 겨우 18경기 선발 등판에 그쳤다. 정규시즌 말미에 다행이 팀에 복귀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선발등판해 단 3이닝 투구에 5피안타(1홈런) 5실점 하며 무너졌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15.00을 기록했을 정도로 부진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지만 아이러니하게 다저스에는 현재 밑고 맡길만한 선발투수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10일 열리는 NLDS 4차전에 다저스는 오프너로 대체한다는 전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온라인 매체 '스포팅뉴스'는 10일 "다저스가 올 포스트시즌에서 일찍 탈락하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경질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지난 겨울 다수의 선수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한 다저스는 이로 인해 2024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는 전력 3위에 선정됐다. 때문에 이들이 조기에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로버츠 감독이 그 책임을 지고 경질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츠 감독 또한 이런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올 초 스프링캠프 때부터 다저스를 향해 쏟아지는 언론매체들의 질문공세를 받으면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면 꽝'이라는 이야기를 이미 들어서 잘 알고 있다"고 말할 만큼 자신들을 향한 팬들과 언론의 관심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다수의 슈퍼스타를 보유한 팀의 감독이 느낄 수 있는 부담감이다.
그럼에도 또 다시 다저스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챔피언 자리에 올려 놓은 로버츠 감독은 시즌 중에 다저스와의 연장계약에 대한 희망도 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 7월 LA 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옳바른 대답은 아니, 정직한 답변은 일단 올 시즌에만 집중해서 다저스 구단과 LA 시에 또 한 번 챔피언 타이틀을 안겨주고 싶다"며 "확실한 건, 나는 이곳이 아닌 다른 팀에서는 감독을 하고 싶지 않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나의 희망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다저스와의 연장계약 희망을 애둘러 표현했다.
지난 2016년부터 다저스 지휘봉을 잡은 로버츠 감독은 지난해까지 매 시즌 90승 이상을 거두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20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그는 다저스 감독으로 재직한 9시즌 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챔피언 자리에 7번이나 올랐다. 내셔널리그 챔피언도 3번이나 차지했다.
로버츠 감독은 또 메이저리그 역대 감독 중 최소 315경기를 치른 지도자 가운데 최고 승률(0.626)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대로 계속 다저스 지휘봉을 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NLDS에서의 탈락만큼은 막아야 한다.
다저스는 지난 2022년 NLDS에서 샌디에이고와 맞붙어 시리즈 전적 1:3으로 패해 탈락한 경험이 있다. 10일 경기에서 다저스가 또 지게 되면 '2022년 NLDS'가 재현되는 셈이다.
사진=MHN스포츠 DB<저작권자 Copyright ⓒ MHNsports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