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서의 파리에서] 희망을 쏜 한국 사격, 그런데 수장이 사라졌다

입력
2024.08.07 07:51
수정
2024.08.07 07:51
4일 프랑스 파리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앞에서 대한민국선수단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마친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왼쪽부터)여자 10m 공기소총 금메달 반효진, 25m 권총 금메달 양지인, 10m 공기권총 은메달 김예지, 공기권총 금메달 오예진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쁨도 잠시.

한국 사격이 프랑스에서 희망을 쐈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수확한 진종오의 은퇴 이후 침체에 빠졌던 한국 사격은 2020 도쿄 대회(2021년 개최)에서 은메달 1개에 그치며 역대 최저 성적을 냈다.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로 2012년 런던 대회(금3·은2)를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대회 초반 메달 물꼬를 트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파리 대회를 앞두고 전망이 밝진 않았다. 또, 한국 취재진의 발길이 닿기도 쉽지 않아 관심이 모이지 않았다. 사격 경기가 열렸던 프랑스 샤토루의 슈팅 센터는 파리에서 300㎞ 이상 떨어진 곳에 있다. 하루에 2~3개의 경기장을 오가야 하는 올림픽 취재 현장의 특성상 사격 취재 일정을 쉽게 잡지 못했다.

타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사격은 꾸준히 메달 소식을 전했다.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박하준-금지현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 대회 50m 권총 진종오(금)-최영래(은)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쓴 오예진, 김예지가 기쁜 소식을 전했다. 여기에 한국 하계올림픽 역사상 100번째 금메달을 책임진 여고생 사수 반효진까지 힘을 보탰다.

도쿄 대회 실패 이후 뼈를 깎는 노력이 더해졌다. 사격 대표팀은 국가대표 선발전 방식부터 바꿨다. 대회와 똑같이 결선 제도를 도입해 경쟁력을 키웠다. 오랫동안 사격 선수 양성에 힘쓴 장갑석 총감독은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고 훈련 중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경쟁력있는 선수를 뽑기 위해 선별 방식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장 감독의 선택을 끝까지 존중했던 점도 눈에 띈다. 10m 공기소총은 원래 박하준과 반효진이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 감독은 끝까지 출전 선수를 확정하지 않고 무한 경쟁체제를 엿봤다. 금지현이 프랑스 도착 후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자 메달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강한 팀을 구성하고자 멤버를 바꿨다. 그동안은 공정성을 위해 지도자들이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장의 ‘선택’을 위해 제한을 풀었고 장 감독은 고심 끝에 내려 메달권 조합을 꾸렸다.

진종오 이후 사격의 얼굴이 필요했는데 스타 탄생도 주목해볼만한 요소다. 김예지는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5월 국제사격연맹(ISSF) 바쿠 월드컵 여자 25m 권총에서 세계 신기록을 작성한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액션 영화에 캐스팅 돼야 한다. 연기할 필요조차 없다”고 찬사를 보내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기쁨을 안고 귀국했는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월 대한사격연맹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던 신명주 회장이 돌연 자진 사임을 표한 것. 자신이 병원장으로 있는 명주병원의 임금체불 논란이 일자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역대 최고 성적으로 두둑한 포상을 기대한 선수들도 걱정하게 됐다. 연맹 규정에 따르면 금메달은 선수 5000만원, 코칭스태프 2500만원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은메달은 선수 3000만원, 코칭스태프 1500만원이다. 선수들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포상금만 2억 7000만원에 달한다. 신 회장과 함께 포상 계획을 세우고자 했던 연맹 관계자들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역대 최고 성적을 쓴 연맹은 21년간 회장사를 맡았던 한화그룹이 지난해 11월 물러난 후 6개월간 후임 회장사를 물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겨우 새 수장을 찾았는데 약 두 달 만에 또다시 공백 사태를 맞이했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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