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시즌” 워니의 깜짝 발언, 해프닝인가 ‘라스트 댄스’ 예고인가

입력
2024.12.17 06:00
[점프볼=최창환 기자] 화기애애했던 전희철 감독과의 점프볼 2025년 1월호 표지 촬영을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6일 새벽 1시. 자밀 워니가 개인 블로그에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남겨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서울 SK 관계자들 역시 예상 못 한 ‘뜬금포’였다. 차라리 “워니 계정 해킹당한 건가요?”라는 한 팬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일 정도였지만, 확인 결과 ‘본인 피셜’은 맞았다. 워니의 갑작스러운 은퇴 예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워니는 왜 “마지막 시즌”을 언급했나

안녕하세요. SK 나이츠 자밀 워니입니다.

지난 6년을 SK 나이츠의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이게 제 농구선수로서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걸 알기에, 팬들에게 제 생각을 전하고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한국어로 얘기하는 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외국선수로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꿈을 좇는 삶을 균형 있게 살아가야 합니다. 한국이 저의 두 번째 고향이 되어줘서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저의 우선순위를 찾아야 하고 농구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도 배웠어요.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지난 시즌에 저의 의지와 개인적인 고민을 시험했지만, 그 덕분에 진정한 저를 찾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 기뻐요.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인생에서 원하는 일을 하세요. :)

워니가 남긴 글의 전문이다. 그야말로 은퇴 예고나 다름없다. 불과 사흘 전 전희철 감독과의 커버스토리를 위해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할 때까지도 낌새가 없었기에 필자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사실 워니가 소셜미디어에 알쏭달쏭한 글을 남겼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워니는 지난 시즌 부산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허무하게 시즌을 마친 직후에도 “지난 5년 동안 쉽지 않은 여정을 이어왔다.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동료들과의 사진을 게재했다. SK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마친 소감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팬들의 DM 문의가 쏟아지자, 워니는 “루머다. 아직 다음 시즌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SK 관계자 역시 “재계약 방침을 세웠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대화도 충분히 나눴다. 충분히 쉬며 생각한 후 답을 달라고 했다. 출국 전 ‘See you soon’이란 말도 남겼다”라며 워니와의 동행을 낙관했다.

잡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SK가 계획대로 또 한 번 재계약하며 워니의 글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워딩이 세다. 직접적으로 ‘마지막 시즌’이라는 표현을 썼다. SK는 워니가 글을 올린 배경에 대해 확인하려 했지만, 16일은 선수단 휴식일이었던 까닭에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한성수 통역을 통해 자신이 직접 올린 글이 맞다는 문자만 보내 SK 역시 ‘본인 피셜’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SK 관계자는 “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않을 거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종종 했지만, 농구가 재밌고 팀도 잘 나갈 때는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없었다. 팀이 3연패에 빠진 직후여서 감정에 변화가 생길 순 있겠지만,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GOAT’냐 ‘라스트 댄스’냐


워니는 코로나19로 어머니,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다. 슬픔에 빠져 큰 슬럼프를 겪기도 했던 워니는 이를 극복하며 왕좌를 되찾았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족에 대한 각별함은 더욱 커졌다.

“원래 외국 생활을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급여가 많지 않아도 G리그에서 오래 뛰었던 것이다. 중국에 비하면 한국은 만족도가 높아 오래 뛰고 있지만, 워니는 여전히 가족과 지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형제를 비롯한 친인척은 미국에 있기 때문에 그리워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SK 관계자의 말이다.

보다 수준 높은 외국선수들이 가세했지만, 워니는 올 시즌 역시 최고 레벨의 외국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18경기 평균 34분 59초를 소화하며 25.3점 12.3리바운드 4.7어시스트 1.9스틸 1블록슛으로 활약했다. 6년 차 시즌에 평균 득점, 어시스트는 커리어하이를 기록할 정도로 물오른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향후에도 최고의 외국선수로 군림하며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워니의 올 시즌 연봉은 세후 기준 약 60만 달러다. 여기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포함하면 한화로 약 10억 원도 받을 수 있다. NBA나 유럽 최상위 레벨의 리그 정도를 제외하면, 외국선수 신분으로 이만한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리그는 많지 않다.

사업으로 대박이 날 수도, 선수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차이도 있겠지만 30세에 은퇴한다는 건 여러모로 위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또한 KBL 제도상 원소속팀과 재계약한다면, 이전 시즌 연봉보다 최대 10% 인상된 금액도 받을 수 있다.

SK 관계자는 “올 시즌 경기력, 나이를 감안하면 향후 4~5년 더 1옵션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40~50억 원이다. 미국에 돌아간다 해도 농구 외에 이 정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SK는 일단 워니가 올린 글에 대해 가볍진 않지만 무겁게 받아들이지도 않겠다는 자세다. SK 관계자는 “훈련하는 날(17일) 얘기를 나눠봐야겠지만, 팀 분위기가 전환되고 우승도 한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코칭스태프와도 더 긴밀하게 대화를 나눠볼 것”이라고 말했다.

KBL에서의 커리어를 이어간다면, 안정된 수익뿐만 아니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워니는 통산 266경기만 뛰고도 5830점 289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의지만 있다면 라건아가 보유한 외국선수 최다득점(1만 1343점), 역대 최다 리바운드(6567개) 돌파도 가능하다. SK에서만 뛰며 대기록을 세운다면 외국선수 최초의 영구결번도 허황된 꿈은 아닐 것이다.

안정된 수익과 함께 KBL 외국선수 ‘GOAT’의 길을 택할 것인가, 한국판 ‘라스트 댄스’를 예고한 것일까. 워니는 여러모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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