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먹여주고 직접 해결하고… ‘요친놈'은 바쁘다

입력
2024.12.10 15:37
수정
2024.12.10 16:02


우리 일상 생활에서 ‘미친놈’은 욕이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에서는 다르다. 경기력을 두고 그런 소리가 나온다면 당사자에게 축하할 일이다. 그만큼 다른 선수들과 차이나게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입이 쩍 벌어지는 기량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에게 이름과 미친놈을 섞은 애칭이 간혹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냥 잘하는 수준으로는 안된다. ‘저건 진짜 말도 안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는 되어야 얻을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왕조 시절의 스테판 커리(36·미국)가 대표적이다. 당시 커리는 거리, 수비상황 등 기존 3점슛 공격의 틀을 깨는 엄청난 외곽슛 폭발력을 선보였는데 그로 인해 국내에서 ‘커친놈(커리+미친놈)’소리를 들었다.

최근 팬들 사이에서 또다른 미친놈으로 통하는 선수가 있다. 덴버 너게츠의 ‘조커’ 니콜라 요키치(28‧211cm)가 그 주인공이다. 한창때 커리가 그랬듯 무시무시한 경기 지배력에 더해 본인만의 유니크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저게 돼?’라는 소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아직 공식 애칭까지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팬들이 ‘요친놈(요키치+미친놈)’이라고 부르고있는 모습이다. 북극곰이라는 기존 애칭에 더한 ‘정신 나간 북극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역시 좋은 뜻이다.

요키치는 현재 리그 최고의 선수로 불린다. 백인 빅맨, 평균 이하의 운동능력 등으로 인해 드래프트 때부터 저평가받았지만 높은 BQ를 앞세운 전천후 플레이로 뉴타입 유니콘 플레이어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높이 뛰고 빨리 달리지는 못해도 센터로서 기본기가 탄탄하고 손끝감각이 좋다.

거기에 정상급 퓨어포인트가드 수준의 시야와 패싱능력을 탑재하고 있는지라 개인 공격, 공격생산성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에이스 센터이자 컨트롤타워다. 커리같은 경우 전성기 커리만큼은 아니더라도 근접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몇 있다. 반면 요키치는 아예 따라한다는 것이 엄두가 안나는 만큼 제2의 요키치는 쉽지 않을 것이다는 분석이다.

3타임 MVP답게 올시즌 역시 엄청난 성적표를 쓰고 있다. 19경기에서 평균 32.3득점(2위), 10.2어시스트(2위), 13.6리바운드(1위), 1.8스틸, 0.7블록슛을 기록중이다. 높이 뛰지도 않는 스타일의 센터가 리바운드 1위를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쟁쟁한 포인트가드들을 제치고 어시스트 1위를 다투고 있는 모습은 놀랍기 그지없다.

거기에 팀 동료들이 부진하다보니 득점에서도 커리어하이를 쌓아가는 웃픈 일이 만들어지고 있다. 요키치는 볼을 오래 소유하면서 자신이 고득점을 올리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경기 전체를 보며 팀 동료들을 살려주는 유형의 포인트 센터다. 현재의 득점 페이스는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연일 떠먹여 주다가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자신이 직접 득점의 선봉에 서고 있는 것이다. 무서운 것은 포스트 인근에서의 다양한 스킬에 더해 3점슛까지 불을 뿜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래도 손끝 감각은 좋았지만 팀내 슈터들이 미덥지못하자 자신이 쏘는 경우가 많아졌다. 힘들게 오픈찬스를 만들어줘도 성공률이 미덥지못한 가운데 외려 본인이 던지는 터프샷이 더 믿음직한 상황이다.

12월들어 가진 5경기에서 요키치는 평균 39.4득점, 14.8리바운드, 8.8어시스트, 2.6스틸로 괴력을 발휘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승 3패라는 사실이다. 좀처럼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않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는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전에서는 56득점, 16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맹활약했으나 팀은 패했다.

허탈해진 요키치는 경기후 “우리 팀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팀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좀처럼 요키치에게서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다행히 다음 경기였던 애틀랜타전에서는 요키치가 45득점, 14리바운드, 8어시스트, 3스틸로 경기를 이끈 가운데 마이클 포터 주니어, 크리스천 브라운, 러셀 웨스트브룩 등 팀 동료들이 고르게 뒤를 받쳐주며 승리를 가져갔다.

요키치는 최근 2경기에서 합계 104득점을 쏟아붓는 등 괴력을 멈추지않고 있다. ESPN은 요키치가 1963년 윌트 체임벌린 이후 연속 경기에서 최소 45득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고 전했다. 엄청난 기록이기는 하지만 요키치는 별반 신경 안쓸 듯 하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팀 동료들과 함께 승리를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친 듯이 바쁜 팀 에이스에게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러다 방전되면 덴버로서는 답이 없어진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요키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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