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동시에 1위를 달리는 팀을 이끌고 있으니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도 해고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리버풀을 지휘하는 네덜란드 출신 신흥 명장 아르네 슬롯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월드클래스 지도자 위르겐 클롭이 9년간 리버풀의 새 전성기를 이끈 뒤 물러난 터라 슬롯 감독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텐데, 멤버 보강도 거의 없이 클롭 감독이 뽑아놓은 선수들을 갖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챔피언스리그 리그페이즈를 1위로 마쳤다.
이게 끝이 아니다. 리버풀은 잉글랜드 리그컵 준결승에 올라 7일 오전 5시 홈구장인 안필드에서 토트넘과 2차전 홈 경기를 치른다. 잉글랜드 FA컵에서도 32강에 올라 10일 하부리그 구단 플리머스 아가일과 격돌한다.
네덜란드에서 축구종가로 오자마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당연히 슬롯 감독이 보는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견해 등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5일 열린 토트넘과의 리그컵 준결승 2차전 기자회견에서도 슬롯 감독을 향해 다양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슬롯 감독이 부드러운 표정을 멈추고 다소 화를 낸 게 있었다. 그는 "내가 여기 영국에서 감독 생활하며 가장 이해라 안 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경기당 엔트리가 선발 11명, 교체 9명 등 20명에 '불과한' 점이다. 그나마 박지성, 이영표가 뛰던 2000년대 초반엔 프리미어리그 교체 멤버가 5명 뿐이었는데 9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슬롯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이나 다른 빅리그처럼 교체 명단이 12명이 아니고 9명인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슬롯 감독은 "여기 경기 수가 정말 많지 않나.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에 리그컵, FA컵도 하고 리버풀, 첼시, 아스널, 맨시티, 애스턴 빌라 같은 팀들이 정말 많은 경기를 한다"며 "이를 다 소화하려면 정말 많은 스쿼드가 필요한데 교체명단까지 왜 20명만 경기마다 고를 수밖에 없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20명만 고르라고 하니 매 경기 골치가 너무 아프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에 뛰고 싶어하는데…"라고 했다.
실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UEFA 클럽대항전엔 구단 결정에 따라 23명을 엔트리에 포함시킬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와 리그컵, FA컵에선 교체명단에 9명만 등록할 수 있다보니 적지 않은 감독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잉글랜드 축구 초년생인 슬롯 감독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