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버밍엄 시티 이적을 공식발표한 이명재는 벌써부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버밍엄은 4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명재를 영입했다. 계약 기간은 이번 시즌까지다. 등번호는 16번이다"고 공식발표했다. 이명재도 개인 SNS에 "이번 겨울, 울산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어 팬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글을 씁니다"고 하면서 버밍엄 이적 소식을 전했다.
이명재는 K리그 최고 레프트백이다. 2014년 울산 HD에 입단한 후 알비렉스 니가타 임대를 거쳤고 이후 주전 레프트백으로 뛰었다. 김천 상무로 가 군 생활을 보냈고 울산으로 복귀한 이명재는 2020년대 울산 성공 핵심 일원으로 활약했다.
울산이 2022시즌부터 K리그1 3연패를 하는데 이명재가 핵심이었다. 2022시즌 19경기 3도움, 2023시즌 30경기 5도움, 2024시즌 28경기 3도움을 기록했다. 2024시즌엔 K리그1 시즌 베스트 일레븐에도 선정됐고 늦은 나이에 국가대표로도 발탁되면서 선발 자원으로 활약했다. 지금까지 7경기를 소화했다.


울산과 계약이 만료된 이명재는 동행보다 도전을 택했다. 행선지는 버밍엄이었다. 버밍엄은 지난 시즌까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있었는데 강등이 돼 잉글랜드 리그원(3부리그)에 있다. 바로 챔피언십에 승격을 목표로 나서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 리그원 사상 최대 이적료를 투자하면서 스쿼드를 보강했다.
아킬레스건은 레프트백이었다. 리 뷰캐넌 부상으로 레프트백 수급이 필요했다. 놀랍게도 이명재를 데려왔다. 버밍엄의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후반기는 힘들 수 있다. 압박과 기대를 견뎌야 한다. 이 시기를 견디려면 성격이 강하고 경험이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어린 선수들 중에도 그런 능력이 되는 선수가 많지만 대개 그렇지 않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를 데려오려느 이유다. 우승을 했거나 많은 경기를 치른 선수라면 더 필요하다"고 경험 있는 선수를 데려오고자 했는데 이명재가 선택된 것이다.


백승호와 함께 뛰게 된 이명재는 10년 동안 함께 한 울산 팬들을 향해 "제가 팀에 처음 온 순간부터 팬 여러분은 언제나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좋은 순간에도, 힘든 순간에도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 주신 덕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가장 행복하고 감격적인 순간을 떠올려 보니, 팬 여러분과 함께 들어 올린 세 번의 리그 우승 트로피가 생각납니다. 우승의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질 때마다 많이 좌절하고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더 큰 함성으로 경기장을 가득 메워 주셨던 팬 여러분 덕분에 가슴에 별을 하나씩 채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저에게 이렇게 꿈같은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감격적인 리그 3연패', '영광스러운 태극마크', '리그 베스트 11' 누군가는 저를 빗대어 '늦게 핀 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꾸준히, 조금씩 성장해 왔고 '지금이 저의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지금의 모습으로 또 다른 무대를 경험하고 한 단계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늘 울산의 '원클럽맨'으로 커리어를 마치는 상상을 하곤 했기에,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내 팀으로의 이적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영국 버밍엄 시티 FC에서 좋은 제안을 받게 되었고, 도전을 결심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울산의 유니폼은 벗어놓지만, 오랜 시간 울산에서 배운 교훈과 얻은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버밍엄 시티 FC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수의 왼쪽을 저의 무대로 만들어 주신 울산 팬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덕분에 경기장에서 누구보다 담대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뛸 수 있었습니다. 또, 팀의 목표를 위해 함께 싸워 주신 가족과도 같은 동료들, 코칭 스태프, 그리고 팀의 모든 구성원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이룬 모든 것들이 울산이라는 팀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언젠가 웃으며 울산에 돌아오길 소망해 봅니다. 그때는 푸른 문수 하늘에 더 많은 별이 떠 있도록 저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고 하며 작별 인사를 마무리했다.

이명재를 두고 현지에서 관심이 크다. 영국 '버밍엄 월드'는 "버밍엄이 이적시장 마지막 날 고급 와인 같은 선수를 영입했다. 31살이고 레프트백이지만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도 가능한 이명재다. 이명재는 국가대표에 2024년에 데뷔했다. 고급 와인처럼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레프트백을 더할 필요가 있었던 버밍엄은 공식전 250경기를 뛴 이명재를 데려왔는데 좋은 선택처럼 보인다. 이명재는 백승호와 함께 뛸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영국 '버밍엄 라이브'도 "이명재는 울산에서 K리그1 우승만 3번을 했다. 니가타 임대, 김천 군 생활을 제외하면 울산에서만 경력을 보냈다. 울산에서 활약으로 최근 대한민국 대표팀에 발탁돼 7경기를 소화했다"고 이명재를 소개했고 또 "이명재는 전성기를 누리며 잉글랜드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 기대감을 밝혔다.


버밍엄은 이명재와 함께 그랜트 헨리, 키어런 도웰 등을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 데려왔다. 모두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다.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과 함께 우승, 승격을 노린다. 현재 버밍엄은 승점 63점으로 1위에 올라있다. 2위 위컴과 2경기 차이가 나는 가운데 승점 4점 차이다.<저작권자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