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도 쉰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에서 손흥민 못지 않은, 아니 그보다 더 큰 존재감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는 선수로 쉰다.
둘 다 허벅지 뒤 근육(허벅지)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손흥민이 3경기 연속 결장한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캡틴 손흥민이 리그 최강 맨시티와의 리그컵(카라바오컵) 16강전에 결장한다.
토트넘 사령탑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맨시티와의 카라바오컵 16강전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고 사실상 확정지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회견 중 손흥민 관련 질문을 가장 먼저 받고는 "손흥민은 거의 회복됐다"며 "그를 주말 경기에 내보낼 생각이다. 그 시기엔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리그컵은 단판 승부다. 패하면 탈락한다. 토트넘 입장에선 맨시티가 주전급 선수들을 상당수 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손흥민이 들어가면 오히려 승리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트로피가 없다. 이번 카라바오컵이 찬스가 될 수도 있다.
그보다는 당장 순위 추락으로 초비상이 걸린 프리미어리그 순위 경쟁에 손흥민 활용 초점을 두겠다는 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뜻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31일 오전 5시15분 홈구장인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맨시티와 격돌한다. 이어 11월 3일 오후 11시 역시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 애스턴 빌라와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토트넘은 4승 1무 4패로 리그 8위(승점 13), 애스턴 빌라(승점 18)는 4위다.
지난 시즌 전력 열세 평가를 뒤집고 4강에 올라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애스턴 빌라는 이번 시즌에도 4강 싸움을 벌이며 좋은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3전 전승을 기록하며 리그 페이즈 최상위권을 질주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굴지의 명문 구단도 중위권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애스턴 빌라는 우나이 에미리 감독 리더십 아래 승승장구하고 있다.
토트넘 입장에선 애스턴 빌라에도 패하며 또 연패를 기록할 경우, 10위권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손흥민 컨디션을 100% 끌어올려 애스턴 빌라전에 투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지난달 27일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경기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쳐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달 중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연전도 뒤로 하고 회복에 집중했다. 손흥민은 지난 19일 웨스트햄과의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엔 선발로 나섰으나 25일 AZ알크마르(네덜란드)와의 UEFA 유로파리그 홈 경기, 27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원정 경기에 부상 여파로 다시 연속 결장했다. 맨시티전에도 빠지게 됐다.
손흥민은 2024-2025시즌엔 프리미어리그 6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고 있다. 유로파리그와 리그컵에도 한 경기씩 나섰다. 갈수록 빠지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분간 손흥민은 유로파리그나 리그컵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프리미어리그 위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 재발'은 토트넘 10년 차를 맞은 손흥민에게 그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다. 심상치 않은 손흥민의 부상 재발 배경엔 토트넘의 관리 소홀 및 선수단 투자 부족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토트넘은 지난해 간판 스트라이커인 해리 케인을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 1억 파운드(약 1750억원)라는 거액에 팔고서도 공격수 보강을 하지 않았다. 제임스 매디슨을 600억원 주고 사왔지만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결국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고스란히 구단 통장에 넣은 채 레프트윙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보직 변경하는 꼼수를 부렸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17골을 넣으며 토트넘의 구상에 맞는 활약을 펼쳤으나 시즌 막판엔 스트라이커 보직 변경에 따른 한계를 노출했고 결국 레프트윙으로 돌아갔다. 손흥민이 최전방에 자리잡다보니 측면 공격이 죽었다. 매디슨도 시즌 막판 부진하면서 손흥민이 중원까지 내려가 패스를 뿌리는 어색한 전술을 맞았다.
이번 시즌도 초반에 비슷했다. 1100억원 주고 데려온 스트라이커 솔란케가 초반 부상에 시달리자 백업이 없어 손흥민이 다시 그 자리를 맡기도 했다. 게다가 히샬리송까지 부상을 당하면서 손흥민은 32살 나이에 스피드를 무기로 삼는 선수임에도 리그컵과 유로파리그 등 주중 경기까지 뛰는 강행군을 펼쳤다.
결국 탈이 났고 손흥민의 초반 혹사가 결국 부상 및 부상 재발이라는 초대형 악재로 돌아왔다.
토트넘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리그컵 16강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점처졌던 프리미어리그 통산 도움 2위 케빈 더 브라위너도 빠진다는 것이다.
맨시티를 이끄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그컵 사전 기자회견에서 더 브라위너 질문을 받은 뒤 출전 불가를 못 박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는 아직 뛸 수 없다"며 "바라건대 A매치 브레이크가 끝나면 좋아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생각보다 부상이 길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A매치 브레이크는 오는 11월 11일부터 시작된다. 앞으로도 1주일 이상 더 재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더 브라위너 역시 지난 시즌부터 손흥민처럼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전반기를 거의 날린 뒤 돌아왔으나 계속 재발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일정도 절반을 소화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1992년생, 더 브라위너는 1991년생이다. 둘 모두 프리미어리그에서 큰 족적을 남긴 현역 선수들이다. 30살이 넘어가면서 햄스트링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공교롭게 동반 복귀가 예상됐던 이번 리그컵에서 나란히 출전이 불발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 토트넘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