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시즌 중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SSG와 경기에서는 2루 위에서 하나의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2024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추신수가 2루에 간 뒤 투수 교체 시점에서 김혜성과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추신수는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김혜성은 그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고 묻자 추신수는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메이저리그에 잘 다녀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웃었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한국야구가 낳은 최고의 야수로 뽑히는 추신수가 긴 도전을 앞둔 후배를 격려한 것이다. 김혜성은 2024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고, 실제 메이저리그 포스팅 절차를 거치고 있다. 늦어도 1월 초에는 결론이 나게 되어 있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2017년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김혜성은 2017년 1군에 데뷔한 뒤 성장 과정을 거쳐 KBO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 국가대표팀 내야수로 성장했다.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KBO리그 1군 통산 953경기에서 타율 0.304, 37홈런, 386타점, 591득점, 211도루를 기록했다. 주력에 있어서는 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실 1년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처럼 시작부터 메이저리그의 큰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혜성의 관찰 기간이 짧았던 것도 아니다. 복수 관계자는 "관찰 기간만 따지고 보면 김하성보다 짧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키움은 강정호 박병호를 시작으로 김하성 이정후까지 많은 메이저리그 진출생을 배출했고, 이들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김혜성도 많은 구단들이 눈여겨봤다. 그런 이야기가 처음 나올 때는 관계자들로부터 "왜 김혜성에 관심을 갖느냐"는 반문이 나올 정도로 꽤 오랜 기간 관심을 받아왔다.
이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부름, 그리고 개인의 선택을 앞두고 있는 김혜성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자체에 의심을 품는 관계자는 없다. 결국 얼마나 좋은 조건을 받고 갈 수 있느냐로 관심이 몰린다. 이는 김혜성의 성장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궁극적으로 김혜성이 지금까지 지적됐던 약점을 어떻게 지우느냐와 직결되어 있다. 2024년 성적이 평소보다 특이한 것은 없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보다는 약점 보완을 더 눈여겨봤을 가능성이 크다.
구단마다 평가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김혜성의 운동 능력을 꽤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트렌드다. 또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김혜성의 2루 수비가 나쁜 편은 아니며, 인조잔디를 쓰는 고척돔임을 고려할 때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은 된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또한 급한 상황에서는 유격수는 물론 중견수로도 뛸 수 있는 운동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하는 스카우트들도 있다.
종합하면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한 이정후처럼의 대박은 어렵지만, 26인 로스터에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및 대주자 요원이 필요한 팀들은 김혜성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가격 부담도 그렇게 크지는 않은 선수이기 때문에 스몰마켓 팀들의 접근성도 이정후보다 더 나을 수 있다.
반대로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파워가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것이 메이저리그에서의 공격 생산력에 치명타를 입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KBO리그에서는 3할 이상을 칠 수 있는 콘택트 히터지만, 그런 유형의 선수치고는 생각보다 헛스윙 비율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혜성의 삼진 비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태지만 그래도 2022년과 2023년 2년간 평균 13.6%의 삼진 비율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상대 투수들의 구위가 더 좋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콘택트 비율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스카우트들이 큰 틀에서 지적하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김혜성은 2024년 답을 내놨을까. 일단 긍정적인 대목이 있다. KBO리그의 올해 타고투저 성향을 어떻게 보느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김혜성의 홈런 개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24년에는 127경기만 뛰었음에도 개인 첫 두 자릿수 홈런(11개)을 기록했다. 또한 삼진 비율은 2020년 17%, 2021년 15.3%, 2022년 14.7%, 2023년 12.4%, 그리고 올해는 10.9%까지 떨어졌다. 전체 투구 대비는 물론 스윙 대비 헛스윙 비율 또한 데뷔 후 최저치를 찍는 데 성공했다. 두 분야 모두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이 과정을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된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