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효준이 내년에도 선수로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까.
병무청은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병역의무 기피자 422명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 사항을 공개했다. 여기서 박효준의 이름이 포함됐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병역을 기피,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은 인원으로 이 명단에 박효준이 이름을 올렸다.
야탑고 시절 김하성(FA)을 제치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찰 정도로 남다른 재능을 뽐냈던 박효준은 졸업과 동시에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명문'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계약금은 116만 달러(약 16억 8000만원)로 결코 적지 않았다. 양키스가 박효준에게 얼마나 큰 기대감을 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박효준의 성장세는 다소 더뎠다. 그럼에도 박효준은 차근차근 마이너리그 무대를 밟아나갔고, 2021년 드디어 재능이 대폭발했다. 박효준은 박효준은 양키스 산하 트리플A 스크랜튼/윌크스-베리 레일라이더스에서 48경기에 출전해 56안타 10홈런 29타점 44득점 8도루 타율 0.327 OPS 1.042로 무력시위를 펼쳤고, 7월 17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앞서 '콜업'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박효준은 17일 보스턴을 상대로 양키스타디움의 그라운드까지 밟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단 한 경기, 한 타석만에 짐을 싸게 됐고, 그해 7월 27일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양키스에서는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까닭. 그러나 이 트레이드는 박효준에게는 분명한 기회였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피츠버그에선 더 많은 기회를 기대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효준은 매우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경쟁력을 선보였다. 피츠버그로 이적한 후 박효준은 44경기에 출전해 25안타 3홈런 14타점 타율 0.197 OPS 0.638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박효준은 23경기에서 11안타 2홈런 타율 0.216 OPS 0.649로 2년 연속 부진하게 됐고, 결국 피츠버그와 동행에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후 박효준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올 시즌에 앞서서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올해 시범경기에서 박효준은 21안타 1홈런 9타점 2도루 타율 0.477 OPS 1.137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메이저리그 입성을 향해 무력시위를 펼쳤는데, 오클랜드 개막 로스터에 박효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올해도 끝내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이러한 가운데 박효준이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 포함됐다. 박효준은 지난해 3월 국외여행 허가 기간을 넘기면서 서울 지방병무청으로부터 고발됐다. 이후 외교부는 박효준에게 여권 반납 명령 통지서를 송달했다. 이에 박효준은 5월 여권 반납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고, 급기야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 이름까지 올리게 된 셈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신상이 공개된 병역 기피자는 추후 입영 등을 통해 병역을 이행할 경우 명단에서 삭제된다. 따라서 박효준이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서 이름을 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고, 결국엔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미국 영주권 획득을 통해 병역 이행 시점을 늦출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도 영주권을 발급 받지 못한 것을 고려한다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효준이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 올리게 된 것은 선수 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최근 박효준이 오클랜드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아직 트리플A 로스터에는 박효준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추후에라도 박효준이 오클랜드에서 방출된다면, 새로운 행선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어떠한 구단도 '위법' 리스크가 있는 선수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