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2년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 도전길에 나선 박효준(28. 오클랜드)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 승선에 실패한 그는 오클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뛰고 있다. 6일(한국시간) 현재 시즌 총 86경기에 출전한 박효준은 타율 0.256, 7홈런 46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0.780이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성적도 아니다.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한 트리플 A 리그를 감안하면 더 그렇다.
그렇다면 올해 박효준의 메이저리그 콜업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해답은 지난 2013년 류현진(37. 한화)과 함께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외야수 닉 버스(38. 은퇴)의 케이스를 살펴보면 대략 알 수 있다.
미국 미시건주 출신인 버스는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에서 LA 다저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8라운드면 상위 라운드에 속한다. 유망주에 속했던 셈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준 버스는 프로진출 5년 만인 2013년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기쁨을 맛봤다. 미국진출 6년 만에 빅리그 무대를 밟았던 박효준과 비슷한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하지만 버스가 빅리그에서 누렸던 기쁨의 시간은 매우 짧았다. 데뷔 후 단 8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105(19타수 2안타)의 극히 저조한 성적만 남긴체 마이너리로 강등됐다. 그리고 다시 메이저리그로 복귀하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6년 LA 에인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도전에 나섰던 버스는 그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복귀하며 꿈을 이뤘다. 2013년보다 더 많은 36경기에 출전하며 기회도 나름 받았다. 하지만 성적이 문제였다. 타율 0.198(81타수 16안타), 1홈런 8타점 2도루가 전부였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593에 그쳤다.
박효준도 버스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2021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프로진출 6년 만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총 45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5, 3홈런 14타점으로 부진했다. OPS도 0.633에 그쳤다.
그해 시즌 중 피츠버그로 트레이드 된 박효준은 이듬해인 2022년에도 총 23경기에 나와 타율 0.216(51타수 11안타), 2홈런 6타점의 성적을 남기고 마이너로 강등됐다. OPS도 0.648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 박효준의 마지막 빅리그 성적이 됐다.
버스는 2017년 샌디에이고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다시 한 번 더 빅리그 무대를 향한 도전에 나섰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개막전 로스터 진입을 위한 경쟁을 펼쳤지만 저조한 성적(타율 0.118) 때문에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산하 트리플 A에서 시즌을 시작한 버스는 마치 울분을 터트리듯이 리그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리그를 가지고 놀던 그는 총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8, 11홈런 55타점 9도루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리그 타격왕 자리에도 올랐다. OPS도 무려 0.936이나 됐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언론을 통해 언급됐던 그의 빅리그 콜업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71승 91패 승률 0.438을 기록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총 5개팀 가운데 4위로 시즌을 마쳤다. 때문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일찌감치 물 건너간 팀에서 굳이 유망주도 아닌 버스를 빅리그로 콜업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40인 명단에 있는 유망주 한 명을 버려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시 샌디에이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면 버스가 콜업될 확율은 높았다. 유망주 한 명을 버리더라도 즉시 전력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효준의 소속팀 오클랜드의 올 시즌 상황도 지난 2017년 샌디에이고와 비슷하다. 오클랜드는 6일 현재 46승 67패 승률 0.407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5개 팀 가운데 최하위에 쳐져있다. 1위 시애틀과의 승차는 13경기로 벌어져 있다. 4위 LA 에인절스와의 승차도 3.5경기나 된다. 지구우승은 물론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일찌감치 탈락했다.
바꿔 말하면 포스트시즌이 물건너간 오클랜드가 굳이 1년 짜리 단기 마이너 계약을 맺은 박효준을 40인 명단에 포함시켜 가면서까지 빅리그로 콜업할 이유나 명분이 없다는 뜻이 된다. 박효준을 포함시키면 유망주 한 명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트리플 A 타격왕 자리에 올랐지만 끝내 빅리그 콜업을 이루지 못한 버스는 2018년 미네소타와 계약하며 다시 한 번 더 '도전'을 외쳤지만 시즌 중 부진한 성적을 이유로 방출된 뒤 유니폼을 벗고 은퇴했다. 빅리그를 경험했던 20대 후반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 복귀는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 케이스다.
박효준도 버스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가 올 스프링캠프에서 4할(0.477)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메이저리그 개막전 26인 로스터에 승선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최지만(33)은 지난 2018년 밀워키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초청선수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올해 박효준과 같은 경우였다. 당시 최지만은 25경기에 나와 타율 0.409, 3홈런 10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OPS도 1.245나 됐다. 결국 그는 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그해 밀워키 개막전 로스터에 당당히 합류했다. 최지만은 이를 계기로 시즌 중 탬파베이로 트레이드됐고, 그곳에서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박효준과 최지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속팀과 마이너 계약당시 선수가 행사할 수 있는 옵트아웃(Opt out) 권리포함 유무였다. 최지만은 이 권리를 계약서 안에 포함시켰고, 박효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옵트아웃은 올해 박효준처럼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을 때 구단을 압박할 수 있는 선수의 권리이자 무기가 된다. 옵트아웃 조항이 있으면 구단은 계약서에 명시된 날짜까지 개막전 로스터 승선여부를 선수에게 알려줘야 한다. 좋은 성적을 올리고도 승선이 안되면 선수는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해 다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다른 팀을 모색할 수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박효준이 오클랜드와 계약할 당시 이 권리를 포함했다면 그의 올 시즌은 분명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MHN스포츠 DB, 피츠버그, 라스베이거스 구단 홍보팀 제공<저작권자 Copyright ⓒ MHNsports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