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거미들의 질주가 멈추지 않는다.
흥국생명이 2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3-0(26-24, 25-22, 25-22)으로 꺾고 4연승을 질주했다. 아직까지도 개막 후 패배가 없는 흥국생명이다. 김연경이 ?점을 터뜨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와 김다은이 뒤를 받쳤다.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가 공격에서 다소 저조한 활약을 펼쳤음에도 날개의 화력을 통해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IBK기업은행은 1세트 듀스 접전의 여파가 2세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였다.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의 화력이 앞선 경기들보다 부실했고, 잦은 범실로 추격의 흐름을 길게 이어가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김채원과 육서영이 수비와 공격에서 분투했을 뿐, 흥국생명의 연승 행진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별다른 무기는 보여주지 못한 경기였다.
1세트 IBK기업은행 24-26 흥국생명
[주요 기록]
범실: IBK기업은행 9개 - 흥국생명 7개
흥국생명 김다은: 24-24에서 연속 득점
초반 흐름은 팽팽했다. 흥국생명이 3-3에서 빅토리아의 파이프 범실이 나온 뒤 김다은의 하이 볼 반격으로 앞서가자, IBK기업은행도 긴 랠리를 끝내는 빅토리아의 백어택과 황민경의 연타로 받아쳤고 여기에 최정민의 서브 득점까지 보태졌다. 그러자 흥국생명도 김다은이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계속 맞불을 놨다. 두 팀은 10점대에도 나란히 도착하면서 계속해서 접전을 이어갔다. 먼저 유의미한 격차를 만든 쪽은 IBK기업은행이었다. 12-10에서 최정민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나온 김연경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했다. 여기에 이주아의 짧은 서브가 투트쿠에게 적중하면서 이고은과 김수지의 속공 호흡 불발까지 나왔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투트쿠와 김다은을 앞세워 금세 격차를 없애면서 다시 두 팀 간의 균형이 맞춰졌다. 이후 양상은 IBK기업은행이 1~2점 앞서가면 흥국생명이 그 뒤를 쫓는 흐름이었고, 20점에는 19-18에서 김다은의 서브 범실로 IBK기업은행이 선착했다. 그러나 21-20에서 이주아가 속공 범실을 저지르며 또 한 번 두 팀 간의 균형이 맞춰졌고, 20점대에서 벌어진 또 한 번의 혈투는 결국 듀스를 향했다. 듀스에서 김다은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24-24에서 연달아 반격을 성공시키며 1세트를 끝냈다.
2세트 IBK기업은행 22-25 흥국생명
[주요 기록]
흥국생명 김연경: 8점, 공격 성공률 61.54%
흥국생명 정윤주: 13-17에서 교체 출전, 무득점
2세트는 1세트와 달리 초반부터 흥국생명이 치고 나갔다. 2-1에서 황민경과 빅토리아의 연속 범실이 나왔고, 황민경의 공격 시도는 김수지가 블로킹으로 저지하면서 5-1로 앞서갔다. IBK기업은행은 자잘한 실수들을 쏟아내며 흔들렸고, 김채원만이 수비에서 고군분투할 뿐이었다. 흐름이 계속 나빠지자 김호철 감독은 김희진-김하경을 더블 스위치로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고, 김희진은 투입 직후 득점을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11-9에서 김연경이 연속 득점을 터뜨리면서,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의 추격 시도를 빠르게 저지했다.
흥국생명은 15-10에서 김연경이 또 하나의 어려운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선착했다. IBK기업은행은 더블 스위치를 원상복구 시키면서 계속 추격을 노렸고, 12-17에서 황민경의 서브 득점과 빅토리아의 반격으로 3점 차까지 격차를 좁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김다은 대신 정윤주를 투입하면서 변화를 줬다. 그러나 정윤주 쪽에서 득점이 터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IBK기업은행이 이를 기회로 삼아 추격을 더 거세게 이어갔고, 점수 차는 17-19 2점 차까지 줄어들었다. 이번에도 위기의 흥국생명을 구한 것은 김연경이었다. 20-18에서 절묘한 연타 두 개로 다시 4점 차를 만들었다. 이후 24-22에서 투트쿠의 퀵오픈이 터지며 흥국생명이 2세트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3세트 IBK기업은행 22-25 흥국생명
[주요 기록]
흥국생명 김연경: 18-18에서 3연속 득점흥국생명 피치: 블로킹 3개
아본단자 감독은 2세트 무득점에 그친 정윤주를 3세트 선발로 내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정윤주는 2-4에서 호쾌한 퀵오픈으로 마수걸이 득점을 올리며 조금씩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5-5에서는 재밌는 장면도 나왔다. 천신통이 적절한 패스 페인트로 득점을 올리자 이고은도 곧바로 패스 페인트로 응수했다. 이후 IBK기업은행이 10점대 진입 전 먼저 우위를 점했다. 7-6에서 빅토리아의 오픈 공격과 최정민의 속공이 연달아 터졌다. 9-7에서는 육서영의 시간차와 고의정의 직선 반격까지 이어지면서, IBK기업은행이 경기를 통틀어 가장 좋은 흐름을 탔다.
IBK기업은행의 폭격은 멈추지 않았다. 작전 시간 이후에 빅토리아가 연속 득점을 올리면서 6점 차까지 격차를 벌렸다. 그러자 아본단자 감독은 이고은을 빼고 김다솔을 투입했고, 흥국생명은 김다솔 투입 후 10-13까지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안정감을 되찾은 흥국생명은 이고은이 다시 들어온 이후에도 IBK기업은행을 밀어붙이면서 13-14 1점 차까지 따라붙었고, 14-15에서 빅토리아의 공격 범실이 나오면서 마침내 동점에 도달했다. 흥국생명은 20점대 진입을 앞두고는 기어코 역전까지 성공시켰다. 18-18에서 김연경이 네트 싸움으로 천신통을 찍어눌렀고, 빅토리아의 공격까지 블로킹으로 저지했다. 막바지에 잡은 리드를 끈질기게 지킨 흥국생명은 23-21에서 피치가 블로킹을 잡아내며 매치포인트에 올라섰고, 투트쿠가 25점째를 책임지며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