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구교혁이 ‘특급 조커’로 떠올랐다. 웜업존에서 때를 기다리다가도 일단 코트만 밟으면 소나기처럼 공격을 퍼부으며 승부의 물줄기를 바꿔 놓는다. 한국전력 창단 첫 개막 3연승에 그의 역할이 작지 않다.
구교혁은 3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4세트에만 9득점 하며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4세트 초반 교착 상태가 이어지자 외국인 주포 루이스 엘리안 에스트라다(등록명 엘리안)를 빼고 구교혁을 집어 넣었다. 4-4 동점에서 투입된 구교혁은 세트 마지막까지 코트를 지키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상대 외국인 공격수 미힐 아히(등록명 아히)가 한국전력을 맹폭하는 동안, 한국전력도 구교혁과 임성진의 활약을 앞세워 외국인 공격수 없이 화력전을 버틸 수 있었다. 24-24 듀스에서 구교혁은 3연속 득점을 올리며 4세트를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결국 최고참 신영석의 끝내기 서브 에이스가 나오면서 한국전력이 또 다시 웃었다.
직전 경기에서도 구교혁은 게임 체인저로 활약했다. 4세트 활약이 빛났던 우리카드전과 달리 지난 26일 삼성화재전엔 1세트부터 해결사 노릇을 했다. 4-11로 크게 지고 있던 상황에서 역시 엘리안을 대신해 들어간 구교혁은 퀵오픈과 오픈 공격을 연달아 터뜨리며 흐름을 바꿨다. 구교혁이 1세트에만 80% 공격성공률로 8득점 하면서 한국전력도 7점 차 열세를 뒤집고 첫 세트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프로 3년 차인 구교혁은 지난 시즌까지 ‘원 포인트 서버’ 이상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공격력은 두루 인정을 받았지만 수비 불안 때문에 활약이 제한됐다. 무릎 수술 후 재활을 거치면서 훈련할 시간도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재활은 끝났고 모처럼 100% 건강한 상태로 시즌을 준비했다. 약점이 뚜렷했던 만큼 과제도 명확했다. 부족한 수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같이 강훈련을 소화했다. 권 감독은 “내가 봐도 너무할 정도였다”고 했고, 구교혁은 “토하기 직전까지 했다”고 했다.
훈련의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우리카드전 승리 후 구교혁은 “훈련을 하면서 무릎 불안감도 떨쳐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수비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그러다 보니 공격까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상 이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던 불안감을 훈련으로 씻어냈고, 수비 실력을 끌어올리면서 원래도 잘했던 공격에도 더 자신감이 붙었다는 얘기다.
권 감독도 구교혁의 활약이 그저 반갑다. 지난 시즌만 해도 교체 선수가 부족해 고민이었는데, 구교혁이 등장하면서 걱정거리가 해결된 셈이다. 엘리안의 경기 중 기복이 작지 않은 탓에 구교혁의 역할이 더 크다. 삼성화재전이나 우리카드전처럼 엘리안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할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카드가 됐다.
한국전력은 개막 3연승으로 승점 7점 고지에 올랐다. 리그 선두 현대캐피탈과 승점 동률이다. 에이스 임성진이 이번 시즌 더 성장했고, 신영석이 이끄는 블로커진이 든든하다. 엘리안이 기복을 보이면, 구교혁이 들어가 흐름을 바꾼다. 이제 개막 초반이지만 이번 시즌 한국전력이 심상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