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8시즌에 첫 번째 별을 단 뒤, 대한항공은 V-리그 남자부를 대표하는 강자로 거듭났다. 특히 2021-22시즌부터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를 모두 쓸어 담는 통합우승 행진을 시작했고, 2023-24시즌까지도 통합우승을 해내면서 4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썼다. 그렇게 V-리그에 또 하나의 왕조를 세운 대한항공은 이제 전인미답의 5연속 통합우승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번 시즌은 대한항공이 왕조를 세우는 동안 가장 큰 변화를 맞는 시즌이다. 우선 임동혁의 입대와 오은렬의 이적으로 인해 변화가 불가피했다. 임동혁의 자리에는 아시아쿼터 아레프 모라디(등록명 아레프)가 나선다. 오은렬의 공백은 유망주 듀오 강승일과 송민근이 메운다. 링컨 윌리엄스와 막심 지갈로프 등 왼손잡이 아포짓을 선호했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오른손잡이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가 팀과 함께 시즌을 맞는다. 이와 같은 다양한 변화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적응하는지가 대한항공의 2024-25시즌 결과를 정할 핵심이다. 6개 팀의 도전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더욱 강해졌다. 이들을 맞이할 디펜딩 챔피언 역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남자부에 불어 닥친 외국인 감독 열풍, 그 시작점에 있는 틸리카이넨 감독
2024-25시즌 V-리그 남자부에는 외국인 감독이 무려 다섯 명이다. 외국인 코칭스태프가 한 명만 영입돼도 화제가 되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외국인 감독 열풍이 불어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핵심은 리그에서 거둔 실적일 것이다. 그런 점으로 보아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V-리그 남자부에 불어온 외국인 감독 열풍의 시작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대한항공의 4연속 통합우승 중 최근의 세 번을 이끈 감독이자, ‘호기심 배구’라고 요약되는 틀을 깨는 훈련 및 경기 운영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감독이다.
2024-25시즌을 앞두고 틸리카이넨 감독의 ‘호기심 배구’는 업그레이드를 거듭했다. 컵대회에서는 리베로 정지석 카드를 꺼내들었고, 다양한 스타일의 공격 옵션과 리시브 옵션을 정비하며 5연속 통합우승의 역사를 쓰기 위해 진보했다. ‘어떻게 해야 우리의 배구를 더 강하고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에만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틸리카이넨 감독은 새로운 외국인 감독들에게 V-리그의 고수답게 한 수를 가르쳐줄 참이다.
4년 만의 재회! 다시 한 번 힘을 합치는 한선수X요스바니
대한항공이 연속 통합우승의 역사를 시작한 2020-21시즌, 팀과 함께 시즌을 시작한 외국인 선수는 안드레스 비예나였다. 그러나 불의의 무릎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결국 비예나는 팀과 함께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그런 비예나를 대신해 대한항공의 소방수로 나선 선수가 바로 요스바니였다. 요스바니는 총 12경기 40세트에 출전해 236점, 공격 성공률 53.42%의 맹활약을 펼치며 대한항공의 첫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그렇게 첫 번째 통합우승의 멤버로 남았던 요스바니가 4년이 지나 5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세터는 그대로다. 바로 대한항공의 상징과도 같은 세터 한선수다. 두 선수의 궁합은 좋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날카로운 판단과 빠른 패스 스피드로 승부를 보는 한선수와 상황에 맞게 강-연타를 섞으면서 다양한 코스를 공략하는 요스바니는 유연함이라는 강점을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4년 전에 비해 V-리그에도 더 익숙해졌고 노련미도 더해진 요스바니기에, 한선수와의 재회가 더욱 기대된다.
SWOT 분석
Strength(강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
-압도적인 리그 운영 및 빅게임 경험
-여전히 탄탄한 선수단의 뎁스와 퀄리티
-건재한 팀의 코어, 한선수-유광우-정지석-곽승석
Weakness(약점)
100% 전력으로 출발하지 못하는 리그 초반
-정지석의 OH 복귀까지는 아직 시간 필요
-컵대회서 날아오른 이준, 시간 벌어줄까
-부침 겪고 있는 정한용의 반등도 필수
Opportunities(기회)
내가 돌아왔다! 인천의 우승 청부사 요스바니
-리그 및 팀 적응 필요 없는 요스바니
-OH와 OP 병행 가능, 유연해진 팀의 전술
-대한항공 1기 때보다도 강해진 서브
Threats(위협)
떠나간 오은렬, 그 자리를 메울 사람은
-유망주 강승일-송민근, 경험 부족으로 인한 불안
-오은렬을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정성민의 역할은
-전역 임박 박지훈, 곧바로 힘 보탤까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