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모범 외인의 표본! 반가운 이름 가스파리니에게 좋은 외국인 선수를 묻다

입력
2024.09.19 19:50


V-리그를 거쳐 간 외국인 선수들은 정말 많다. 그렇기에 좋은 외국인 선수였다고 평가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단연 첫째로 좋은 기량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기억될만한 팀 성적을 남겨야 하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팬들에게도, 동료들에게도, 심지어 상대 선수들에게도 인상 깊었던 선수로 남아야 한다. 이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킨 선수가 있다. 바로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 몸담으며 V-리그에서 네 시즌을 활약한 슬로베니아 특급, 밋차 가스파리니다. 그는 좋은 외국인 선수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전하면서, 오랜만에 한국 팬들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인사까지 남겼다.

영광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가스파의 즐거운 회상!

가스파리니는 2012-13시즌 현대캐피탈의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입성했다. 당시는 아직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었기에, 전 세계의 배구 고수들이 자유계약을 통해 V-리그에 입성하던 시기였다. 가스파리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 입성 직전 두 시즌을 폴란드와 이탈리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뛰었던 가스파리니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첫 시즌에 30경기에 출전해 741점·공격 성공률 51.46%·블로킹 60개·서브 득점 66개를 기록했다. 준수한 활약이었지만, 더 높은 고점을 원했던 현대캐피탈은 리버맨 아가메즈를 새 외국인 선수로 선택하면서 가스파리니는 한국을 떠나게 됐다. 그랬던 그가 V-리그로 돌아온 것은 2016-17시즌이었다. 대한항공의 유니폼을 입고 다시 V-리그 코트에 선 가스파리니는 팀의 역대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대한항공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순간을 선물했다.

Q. 안녕하세요! 이 인터뷰는 V-리그를 거친 외국인 선수들 중 많은 사랑을 받으며 좋은 활약을 펼친 ‘좋은 외국인 선수’를 선정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입니다. 대상자가 된 소감을 들려주세요!

한국의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스파’ 밋차 가스파리니입니다. 우선 저를 이 인터뷰의 대상자로 선정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 제가 한국에서 해냈던 것들이 다시 한 번 알려지게 된 것에도 감사드립니다.

Q. V-리그 첫 시즌은 현대캐피탈의 유니폼을 입고 치른 2012-13시즌이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도전하게 됐었나요?

첫 도전은 우연의 일치였어요. 현대캐피탈이 저를 원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됐고, 흔쾌히 그 도전을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Q. 현대캐피탈에서 한 시즌을 치른 뒤, 2016-17시즌 대한항공에 입단하며 다시 V-리그 무대로 돌아오게 됐죠. 그리고 대한항공에서 역사적인 팀의 첫 우승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에서의 3년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현대캐피탈에서의 시즌도 정말 좋았고 좋은 기억들이 있지만, 대한항공에서의 3년은 역시 놀라운 여정이었습니다.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대한항공의 일원이 된 첫날부터 제가 그곳을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정말 훌륭한 동료들이었습니다.



Q. 대한항공에서 뛴 세 시즌 중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두 개 있어요. 서브 직후 넘어온 볼을 바로 백어택으로 연결했던 장면과(2017-18시즌 4R OK저축은행전) 1세트에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했던 장면(2017-18시즌 2R 우리카드전)입니다. 본인의 두 장면에 대한 감상이 궁금해요.

두 순간 모두 기억납니다. 먼저 다이렉트 백어택의 경우, 제가 커리어 내내 연습한 플레이 중 하나였어요. 그 경기는 제가 연습해왔던 플레이를 실제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경기였고, 그걸 해내는 순간 정말 놀라운 감정이 휘몰아쳤습니다. 1세트 트리플 크라운의 경우는 달성 직후에는 제가 그걸 해냈다는 걸 몰랐답니다. 정말 솔직하게요! 돌아보면 제가 해낸 정말 커다란 성취 중 하나입니다. 두 순간 모두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입니다.

“몸 관리가 정말 중요하죠. 절대 쉬운 과정이 아니랍니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탄탄한 실력부터 강인한 체력과 훌륭한 인품까지 필요하다. 이 모든 걸 갖췄던 가스파리니는 동료들과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다. 아시아쿼터 제도까지 생기면서 V-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지금, 좋은 외국인 선수의 표본 가스파리니에게 후배들에게 전해줄 그의 노하우를 물었다.

Q. 이제 본격적으로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는 것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자유계약 제도와 트라이아웃 제도를 모두 경험해본 몇 안 되는 V-리그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죠. 두 제도를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아무래도 자유계약 제도의 경우 클럽팀에게 이점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트라이아웃 제도와는 달리 정해진 풀이 없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더 넓으니까요. 다만 트라이아웃 제도의 경우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할 의향이 있는지, 또 가벼운 부상이 있는지와 같은 부분들을 체크할 기회가 있고 선수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도 더 많기 때문에 보다 다양하게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Q. V-리그 말고도 다양한 나라의 프로 리그를 경험해봤죠. V-리그와 다른 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V-리그의 경우 늘 3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이어집니다. 진짜 어려운 일정이죠. 또 그 사이에 훈련까지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강인하게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타 리그의 경우 한 경기를 치르면 그 다음 경기를 준비할 기간이 1주일 정도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훈련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는 충분한 휴식과 회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Q. 역시 몸 관리가 중요하군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노력들을 했었나요?

처음엔 저도 정말 적응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갈수록 적응이 되면서 좀 나아지긴 해요! 물론 절대 쉬운 과정이 아니랍니다(웃음). 저 같은 경우 워낙 좋은 트레이너 선생님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그 분들이 짜주신 스케줄을 철저히 따랐어요. 또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제 몸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함께 찾았죠. 팀 닥터·물리치료사 선생님들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Q.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 말고는 V-리그와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일단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음식이에요. 몇몇 음식은 선수들이 기존에 먹던 것들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문화적인 충격을 느끼거나 먹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적응이 필요하죠. 또 타지에서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을 잘 달랠 필요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제 아내와 딸들이 함께 했기에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내와 딸들이 없었다면 정말 힘든 시간이었을 겁니다.

Q. 외국인 선수들이 V-리그에서 외로움을 달래는 또 다른 방식 중 하나가 타 팀 외국인 선수들과의 적극적인 교류죠.

저도 가끔 타 팀 외국인 선수들과 만났어요. 하지만 경기가 계속되다보니 시간을 맞추기가 정말 어렵긴 했어요. 하지만 그 때 사귄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연락을 나눌 정도로 좋은 친구가 됐습니다.

Q. 지금까지도 V-리그에는 늘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높은 공격 비중에 대한 논쟁이 존재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물론 공격 비중이 높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V-리그는 쉬운 리그가 아니에요. 하지만 V-리그에 도전하는 순간부터 이미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 잘 알고 들어가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왜 외국인 선수들의 높은 공격 비중에 대해 비판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Q. V-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이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기 위해, 연맹이나 팀에서 추가로 지원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전혀 없어요. 대한항공과 함께 했던 저의 여정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추가로 요청하고 싶은 건 없습니다.

“Love, Gaspa” 소중한 팬들에게, 가스파리니가 보내는 인사

어느덧 한국을 떠난 지도 5년이 지났지만, 가스파리니의 마음속에 V-리그와 한국은 여전히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는 언제든, 어떤 역할로든 V-리그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또 자신을 늘 지지해준 팬들을 향한 진심어린 인사도 잊지 않았다. 역시 ‘좋은 외국인 선수’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부족함이 없는 가스파리니였다.

Q. 외국인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는 요소 중 하나는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입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보내주는 팬들의 존재는 얼마나 큰 힘이 되나요.

정말 큰 힘이 되죠. 팬 여러분들이 보내주는 엄청난 응원과 사랑은 코트 위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온전히 느껴집니다. 제가 V-리그에서 치렀던 모든 시즌 내내 저에게 팬 여러분들이 보내주셨던 모든 지지에 대해 정말 큰 감사를 표합니다. 저는 항상 팬 여러분들을 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어요!

Q. 한국에서 쌓았던 모든 추억들 중 가장 행복하게 만들었던 추억은 무엇인가요?

우선 코트 위에서는 단연 대한항공과 함께 일궜던 팀의 첫 우승이었죠. 놀라운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낸 놀라운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코트 밖에서는 가족-친구들과 함께 호숫가를 거닐었던 기억을 꼽고 싶어요. 늘 조용하고 평화로웠어요. 아, 좋은 음식들도 빼놓을 수 없죠!

Q. 동료들이나 후배들에게 V-리그 도전을 추천하는 편인가요?

그럼요. 가끔 저한테 V-리그에 대해 질문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그들에게 항상 V-리그를 추천해요.

Q. 그렇다면 그 선수들을 포함해 V-리그에 도전장을 내미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지금도 트라이아웃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니, 그에 맞는 이야기를 해줘야겠네요. 현장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을 정말 열심히 해야 합니다. 코트 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는 각오로 트라이아웃에 임해주세요.

Q. V-리그를 호령했던 가스파도 벌서 40살이 됐네요. 이제 선수로서의 복귀는 쉽지 않겠지만, 코칭스태프와 같은 다른 역할로 V-리그에 돌아올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을 의향이 있나요?

제 대답은 YES입니다. 저는 한국을 정말 좋아해요. 만약 그런 기회가 제게 온다면, 새로운 역할로 V-리그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Q. 끝으로 가스파를 여전히 응원해주는 한국의 팬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남겨주세요!

사랑하는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여러분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던 첫날부터 제가 여러 해 동안 V-리그에 머물 동안,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제게 보내주시는 모든 응원을 믿을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저와 제 가족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줬어요. 우리는 항상 이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언젠가, 꼭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 Love, Gaspa(사랑을 담아, 가스파가)

 

글. 김희수 기자

사진. KOVO,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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