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매직' 광주FC, 초대형 기적 쓰다…0-2→3-2 대역전극! 日 고베 꺾고 시민구단 최초 ACLE 8강 진출 [현장 리뷰]

입력
2025.03.12 21:39


(엑스포츠뉴스 광주, 김환 기자) 또 '이정효 매직'이다.

광주FC가 기적을 썼다. 

2023시즌과 2024시즌 J1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일본의 신흥 강호 비셀 고베를 홈으로 불러들여 합산 스코어를 뒤집으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진출에 성공했다.

K리그 시민구단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진출한 것은 광주가 최초다.

이정효 감독이 지휘하는 광주FC는 12일 오후 7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비셀 고베(일본)와의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2차전 홈 경기에서 박정인과 아사니의 멀티골을 앞세워 3-0으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0-2로 패배했던 광주는 전반전 박정인의 선제골과 후반전 아사니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갔고, 이어 연장전 후반 막바지 아사니의 환상적인 득점으로 합산 스코어를 3-2로 뒤집고 대회 8강에 올랐다. 



홈 팀 광주는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김경민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이민기, 조성권, 민상기, 김진호가 수비라인에서 호흡했다. 오후성, 이강현, 박태준, 아사니가 중원에 섰다. 박정인과 헤이스가 투톱으로 출전해 광주의 공격을 이끌었다.

원정 팀 고베는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마에카와 다이야가 골문을 지켰다. 이와나미 다쿠야, 마테우스 툴레르, 야마카와 테츠시, 히로세 리쿠토가 백4를 구축했다. 미드필드에는 이데 하루야, 오기하라 다카히로, 구와사키 유야가 배치됐다. 미야시로 다이세이, 오사코 유야, 사사키 다이주가 최전방에서 광주 골문을 노렸다.

광주가 먼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전반 6분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한 끝에 나온 김진호의 크로스를 마에카와 골키퍼가 제대로 쳐내지 못해 반대편에 있던 오후성이 잡았는데, 오후성의 슈팅이 마에카와의 선방에 막히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는 헤이스가 골문 바로 앞에서 슈팅 기회를 잡았으나 박태준의 슈팅 역시 마에카와를 넘지 못했다.

고베는 전반 9분 프리킥 상황에서 이데의 슛으로 반격했지만 광주 수비가 몸을 던져 막았다.

경기를 풀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듯했던 광주가 한 번의 세트피스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18분경 헤이스가 경기장 왼편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박태준이 문전으로 붙였고, 이를 박정인이 헤더로 연결해 고베 골네트를 흔들었다.

지난해 11월 ACLE 리그 페이즈에서 처음 고베를 만난 광주는 16강 1차전과 이번 경기를 포함해 세 경기 만에 고베 상대 첫 골을 터트렸다. 박정인의 선제 득점으로 합산 스코어는 1-2로 좁혀졌다.



실점을 허용한 고베는 더욱 공격에 집중했다. 전반 30분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광주 수비를 모두 넘어 반대편의 미야시로에게 향했고, 미야시로가 골문 먼 쪽을 바라보고 때린 공이 골문 위로 넘어갔다.

광주가 다시 한번 고베를 위협했다. 전반 34분 페널티지역 왼편에서 헤이스가 오후성과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슈팅을 시도했지만 고베 수비에게 막히며 땅을 쳤다. 이정효 감독 역시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움을 표했다.

고베는 전반 40분 높은 위치에서 역습을 시도한 끝에 사사키가 페널티지역 오른편에서 골문 가까운 쪽을 향해 시도한 슈팅으로 광주 골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사사키의 슈팅은 김경민이 침착하게 잡아냈다.

추가시간 3분이 주어진 전반전은 광주가 1-0으로 리드한 채 끝났다.



후반전의 포문도 광주가 열었다. 후반 2분 아사니가 페널티지역 인근에서 공을 몰고 안쪽으로 전진한 뒤 강력한 왼발 슛을 쐈지만 빗나갔다.

고베는 후반전 초반 주도권을 내주자 교체카드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후반 12분 미야시로가 빠지고 과거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무토 요시노리가 투입됐다.

그러나 고베는 여전히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광주가 주도하는 경기가 계속되자 다급해진 고베 선수들은 파울을 범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박태준과 신경전을 벌였던 고베 미드필더 오기하라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광주가 계속 고베를 흔들었다. 후반 20분 헤이스가 박스 바깥쪽 먼 거리에서 과감하게 때린 중거리슛이 골문 방향으로 향했지만 마에카와 골키퍼가 간신히 쳐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나온 조성권의 헤더도 마에카와가 잡았다.



광주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후반 22분 박정인을 박인혁으로 교체하면서 공격에 변화를 줬다.

고베도 교체카드를 추가로 꺼냈다. 후반 24분 구와사키와 오사코가 에릭과 이데구치 요스케와 교체됐다. 

득점 기회는 광주가 더 많이 만들었다. 광주는 후반 27분 상대 진영에서 공을 끊어낸 뒤 빠른 역습을 전개한 끝에 아사니의 슈팅으로 공격을 마무리했으나 아사니의 슈팅은 골키퍼에게 잡혔다.

고베는 후반 28분 광주 수비진이 멀리 걷어내지 못한 공을 무토가 잡았고, 이것이 사사키에게 연결됐다. 페널티지역 오른편에 있었던 사사키는 크로스 대신 슈팅을 선택했는데, 골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광주는 중원 싸움에서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오고 더욱 유기적으로 패스를 연결하기 위해 후반 31분 베테랑 미드필더 주세종을 투입했다. 주세종은 이강현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경기 막바지 변수가 발생했다. 고베의 브라질 출신 수비수 마테우스가 크로스를 걷어내기 위해 경합하는 도중 핸드볼 파울을 범했다는 신호가 전해진 것이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실(VOR)과 소통한 뒤 직접 온 필드 리뷰까지 진행한 끝에 광주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는 '알바니아 특급' 아사니. 아사니는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을 노리는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고베 골망을 가르면서 합산 스코어를 2-2 동점으로 맞췄다. 이대로 90분이 모두 지나면 경기는 연장으로.

고베는 후반 43분 무토의 중거리슛이 광주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기뻐했지만 이전 과정에서 사사키 손에 맞았다는 판정이 내려져 들고 있던 팔을 내렸다.

후반전 추가시간은 6분이 주어졌다. 후반 추가시간 1분 아사니가 페널티지역 오른편에서 강력한 왼발 슛을 시도했으나 위로 높게 떴다. 고베는 후반 추가시간 3분 에릭의 슈팅으로 맞섰지만 이 슈팅은 수비 맞고 나갔다.

남은 시간 동안 광주도, 고베도 골을 넣지 못하면서 두 팀의 경기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고베는 연장 전반 6분 이데구치가 박스 중앙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광주는 연장 전반 8분 역습으로 맞불을 놓았는데, 오후성이 날린 슈팅은 수비에 걸려 골키퍼에게 향했다.

고베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력이 올라오는 듯하자 사사키를 야마우치 가케루로 교체해 교체카드를 추가 소진했다. 다만 연장 전반 13분 이데구치의 슈팅이 허공을 가르는 등 결정력이 따르지 않았다. 

반면 광주의 공격은 유효타였다. 연장 전반 15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박인혁이 헤더로 연결했으나 골키퍼가 간신히 쳐냈다. 연장전 전반 추가시간 1분은 금세 소진됐다.

고베의 공격도 거셌다. 연장 후반 2분 야마우치가 먼 거리에서 시도한 슈팅이 광주 골문 상단을 스치고 지나갔다.



광주는 연장 후반 3분 역습 끝에 아사니의 슈팅으로 반격했지만 고베 수비에 가로막히며 땅을 쳤다.

많이 뛴 광주 선수들이 지치기 시작했다. 연장 후반 7분 민상기가 주저앉았고, 광주 벤치는 민상기 대신 수비수 브루노를 투입시켰다. 연장 후반 11분에는 최경록이 오후성과 교체되어 들어갔다.

광주가 기어코 합산 스코어를 뒤집었다. 또 아사니였다.

아사니는 연장 후반 13분 고베 페널티지역 인근에서 동료들이 패스를 주고 받은 후 최경록이 내준 공을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아사니의 슈팅은 고베 골문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합산스코어 3-2. 광주가 합산 스코어에서 역전하는 순간이었다.

연장전 후반 추가시간은 3분.

광주가 남은 시간을 버텨내면서 결국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광주의 기적이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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