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재건 필요한 전북
새 사령탑으로 낙점
빌드업 대신 롱볼 전술
‘현대 축구와 거리 멀다’
대표팀 감독 후보서 탈락
이견없는 최고 수준 이력
성과 내야 자신도 명예회복
K리그 전북 현대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사령탑은 우루과이 출신의 거스 포옛 감독(57)이다.
유럽 빅리그 경험과 함께 리그 역사상 최고 수준의 이력을 지닌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지만, ‘옛날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서 최종 탈락한 과거를 안고 있다. 전북에서 전술적 역량을 보여주며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지난여름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정 기자회견에서 포옛 감독의 축구 철학이 현대 축구와 맞지 않는다고 탈락 배경을 에둘러 설명했다. 대표팀이 지향하는 방향은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빌드업을 통해 주도권을 쥐는 축구라며, 포옛의 축구가 이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포옛은 이후 축구 유튜브 채널 이스타TV와 인터뷰에서 “대면 미팅 후 자신이 대표팀 감독이 될 것이라 믿었다”며 탈락 소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적은 보수와 한국 상주 조건까지 모두 수락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강조하며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강한 열정을 내비쳤다.
포옛의 전술은 수비 조직을 탄탄히 한 뒤, 롱볼과 세컨드볼 싸움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과거 잉글랜드 리그에서 하위권 팀들이 즐겨 사용하던 방식이다. 빠른 공수 전환과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지향하는 현대 축구와는 다소 동떨어진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이러한 축구 스타일은 선덜랜드 감독 시절 리그컵 준우승, 브라이턴을 3부에서 2부로 승격시키며 빛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그리스 대표팀에서 유로 2024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프랑스 리그앙 보르도와 그리스 리그 AEK 아테네 등에서 한계를 보이며 경력도 하락세를 탔다. 특히 볼 점유율을 포기하고 특정 지역에서 압박을 시도하는 전술은 중원에서 균형을 깨뜨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북은 2024시즌 강등권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으며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간신히 1부 잔류에 성공했다. 특히 선수단 내 파벌 문제와 약한 조직력으로 팀 분위기가 크게 흔들린 상태다.
전북은 이전에도 외국인 사령탑 체제에서 실패를 경험한 바 있어 장밋빛 전망만 하기는 어렵다. 지난 시즌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4-4-2 포메이션에 공격수를 최대한 박스에 많이 투입하는 축구로 ‘닥공’을 재현할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전북 왕조 시절 김신욱 같은 확실한 장신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단조로운 롱볼 축구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결국 중도에 스스로 물러났다.
전북은 이승우, 권창훈, 이영재 등 타구단 에이스들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지만 초보 사령탑 김두현 감독 체제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 포옛 신임 감독은 기존의 전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현대 축구의 요구에 맞는 세밀한 빌드업과 창의적 공격 전술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전북의 팬들과 K리그에서 기대하는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포옛 감독은 최근 취임사에서 “소통과 신뢰가 전술과 전략보다 앞선다”고 강조하며 선수단과 관계를 우선시 하겠다는 가치관을 강조했다. 과거 전북이 강력한 측면 공격과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전방 압박 축구로 리그를 지배했던 만큼 포옛 감독의 전술 조정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