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서울)
허정무 후보자는 줄탁동시의 각오로 장에 도전한다.
25일 오후 2시, 올림픽파크텔에서 허정무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이 열렸다. 허정무 후보자는 1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한국 축구계의 방향성에 대해 소신껏 의견을 전개했다. 다음은 허정무 후보자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 KFA 회장 출마 이유
"처음에는 다소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결심을 하게 된 동기가 있다. 이런 질문을 받았다. 축구인들을 위한 KFA인데, 왜 축구인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자신감이 없느냐고.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
- 현 KFA 집행부의 문제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았다. 사면 파동, 클리스만 감독, 현 감독 선임 문제 등 많이 불거져 나왔다. 모든 문제의 단초는 의사 결정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독단적 의사 구조 결정 과정이 문제다. KFA 회장의 결정만으로는 안 된다. 시스템이 제대로 발휘됐다면 이런 일도 없을 거다. KFA는 투명하고, 공정하고, 상식에 맞아야 한다. 혼자만의 결정이 아닌, 윗사람의 눈치만 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그런 풍토가 돼야 한다."
- 유쾌한 도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이유
"몸이 굳어 있으면 경기장에서도 경기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밝은 분위기로 해야 한다. 직원들이 밝은 분위기 안에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스스로 이뤄내려는 책임감과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힘든 일일 지라도 유쾌하게 도전하는 것이 좋다."
- 축구인이 세대나 이념으로 나뉘어서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온다.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봉합하실지
"축구인들의 의견은 갈릴 수 있다. 다만, 축구라는 대의를 위해서 전체가 힙을 합쳐야 한다. 함께해야 한다. 어떤 자리든 마다하지 않고 통합과 화합을 위해 뛰어다니겠다. 금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일도 있겠다. 화합을 위해 내가 모든 걸 내려놓겠다. 우리 축구인들이 함께하는 길을 만들어보겠다. 간담회와 모임도 필요할 거다. 다른 종목을 보면, 다투다가도 종목에 대한 문제가 나올 때 힘을 합치는 모습이 부러웠다. 권위적인 거 보다는 발로 뛰고 함께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있던 곳에서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듣는데 중심을 두고 해나갈 생각을 하곤 했다."
- 현 집행부에 정면 도전이다. 외부의 압박은 없었나
"많이 들었다. 많이 들려오고 있다. 옆에서도 이렇다 저렇다 얘기도 한다. '감히' 이런 소리도 들려왔다. 그런 면에서는 두려움이 없다. <도전하는 이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미숙한 책도 있다. 어떤 소리든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를 둬 최선을 다하겠다."
- 당선을 위한 준비 과정은
"급박하게 꾸리다보니까 캠프도 못 꾸렸다. 기자회견을 마치면 구체적으로 선거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출마해서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겠다. 축구인으로서,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마지막 헌신하고 힘을 쏟아보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설사 당선이 안 되더라도 제가 최선을 다하면 후회 없다고 생각을 한다. 만약에 제가 중임을 맡게 되면 제대로 해보겠다. 확실하게. 난 징검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제 후진들, 후배 축구인들이 해외 경험이 많고 똑똑하다. 맘 놓고 해나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 축구팬들이 긍정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겠다."
- 지금 집행부와 비교해서 후보자가 가진 강점은
"장점이라면 현장을 안다. 유스에서부터 프로팀까지 밑바탕을 잘 안다. 이런 바탕에서 우리 축구인들과 발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을 한다. 축구인으로서 감히 도전하는 이유기도 하다."
- 한국여자축구연맹이 리그 운영을 포기할 상황이다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거나 미흡하다. 자체 스폰서로 겨우 명맥을 이어간다. 북한은 FIFA U-17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약이 오르지 않나. 여자축구는 좋아지다가 멈춰 서 있다. 리그가 중단되면 어떻게 되겠나. 여자축구 자체가 없어진다. 유명무실하게 된다."
-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를 살릴 수 있을까
"NFC를 왜 그렇게 급박하게 없애버렸을까. 축구의 요람이다. 지금이라도 파주시와 협의를 해서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자 축구나 연령별 대표선수들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직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NFC가 KFA와 계약 만료 후 몇 차례 유찰을 겪은 거로 안다. 파주만한 좋은 입지 조건을 가진 곳이 어디 있나. 천안 축구 센터가 건립 중이지만, 투 트랙으로 이용해야 한다. 현재 활용할 기업이나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파주와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파주를 살릴 필요가 있다. 그곳의 시설 모두가 축구를 위한 시설이다. 항상 아쉽게 생각했다."
- KFA의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계획인가
"민감한 질문이다. 이런 문제는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다. 일단 축구 센터 추진이 너무 성급했다. 난 직접 참여한 관계자가 아니라, 면밀하게 파악을 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 기업이 아닌 다 기업 참여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천안 센터를 급하게 추진해 상당히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 성급하게 얘기할 수 없다. 분석부터 해야 한다. 비즈니스맨이 되어 전문가들과 상의하겠다."
- 현 KFA 회장이 대기업 총수다. 대기업 총수도 예산 문제를 어려워하는데
"대기업 회장이라서 기부도 하고 찬조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은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내가 2001년에 용인 축구 센터를 건립했다. 국가 보조금 없이. 용인시 자체로 300억을 만들었다. 시에 들어가서 브리핑을 많이 했다. 지역 국회의원의 방에서 브리핑을 하고, 시의원과 직원들을 설득했다. 그렇게 용인 축구 센터를 만들었던 기억이다. 난 발로 뛰겠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천안시‧문화체육관광부‧기업 어디에서든 좋은 방안을 찾겠다. KFA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정몽규 회장이 만들어줬지만, 이 상태로 가면 빚더미에 앉는다. 최소화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재정이 튼튼해져야 한다.
- 비즈니스맨처럼 뛰어다니겠다는 의지인가
"야구를 예로 든다. 허구연 총재가 취임해서 야구가 어렵다가 최고의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그분이 어떤 기업 총수냐? 아니다. 난 야구의 허구연 못잖게 해낼 자신도 있다. 발로 뛰면서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
- 정몽규 회장이 과거와 비교해 변했다는 시각
"정몽규 회장은 착실하고 성실하고 일에 몰두한다. 근래 들어와서 행정의 난맥이 있지만, 사람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근본적으로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많이 가지셨다. 단, 이제는 바뀌어야 되지 않나 싶다. KFA는 의사결정이 잘 안 된다. 조직에서 의사결정이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안건이 올라왔을 때는 그 처리가 각 전문가 부서에서 의견 조율이 돼야 한다."
- 회장이 되면 현 집행부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나
"일단 1부리그부터 7부리그까지 합치는 건 많이 검토를 해야 한다. 그리고 파주는 우리 재산이다. 축구인의 터전이다. 하루아침에 내놓는 건 너무 아깝다. 천안은 느린 걸음으로 갔으면 어땠을가 싶다. 다 바꾸자는 건 아니다. 잘 된 건 계속 추진하고, 잘못된 건 바꿔야 한다. 전문가 그룹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 홍명보 감독 선임의 난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홍명보 감독을 바라보며 고난의 연속이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 집행부에서 결정하고 진행되는 사항이다. 저는 후보자일뿐이다. 이런 이야기는 부적절하다. 나에게 기회가 주어져 상황이 오면 분명하게 의견을 밝히겠다. 어쨌든 전력강화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본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KFA 회장이 감독을 선임하고 해임하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게 도와줘야 하며, 위원회의 사람 구성도 중요하다. 대외와 대내의 전문가들과 검토해야 한다."
- 해외 축구 자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까
"일본은 뒤셀도르프에 마련했다. 우리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유스 선수들이 유럽에 굉장히 많다. 그런데 정보를 몰라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또 한 가지는 외교적인 문제에서도 꼭 필요하다. 선수들이 해외 거점하고 연계가 되어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성정해야 한다. 해외 거점은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내가 임무를 맡게 되면 반드시 추진할 거다.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겠다."
- 박지성 등 제자들을 축구 행정에 참여시킬 생각인지
"생각이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제대로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과 함께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발전시켜야 나가야 한다."
- 미래세대와 축구가 가까워지는 복안
"일단 축구인들이 실제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팬들과 소통법에 있어서는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볼까 생각한다. 축구에 대한 사랑을 함께 나눠갈 수 있는 그런 제도가 필요하다. 아직은 혼자만의 생각이다. 기회가 있으면 추진해야 한다.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
- 과거엔 파부침주를 말했다. 이번의 줄탁동시는 무슨 뜻
"함께해야 한다는 뜻. 양쪽에서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생각을 한다."
- 각오
"그간 국가대표팀 감독을 영예롭게 했다. 예전엔 바둑을 두다가 박지성을 뽑았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거는 다 감수한다. 내가 KFA 회장이 되면 공정하고 투명한 KFA를 만들겠다. 한국 축구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기초를 만들겠다. 바꿀 건 바꾸고, 키울 건 키우겠다. KFA다운 KFA를 만들겠다. 이제는 16강이 아니라, 8강과 4강으로 가는 기틀을 마련하겠다. 그게 내 꿈이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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