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월드컵 예선 순항에도 뒷문이 불안했던 홍명보호가 결국 수비 문제로 '약체' 팔레스타인에 발목이 잡혔다. 뼈아픈 실수로 선제골을 내주며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파상 공세를 펼칠 때도 몇 안 되는 상대 반격에 아찔한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6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1-1로 비겼다.
승점 1을 보탠 한국은 4승2무(승점 14)로 B조 단독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을 잡고 5연승과 함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으려던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의미 있는 기록이 작성된 경기였다. 주장 손흥민은 전반 16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어 A매치 통산 51호 골을 기록, 황선홍(50골)을 넘어 한국 축구 남자 A매치 최다 득점 단독 2위에 올랐다. 황선홍이 2002년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뒤 22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그렇지만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경기였다. 불과 닷새 전 쿠웨이트전(3-1)에서 전반전에 완벽한 경기력을 펼쳤던 모습이 팔레스타인전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지배하며 파상 공세를 펼치긴 했지만, 무수히 많은 찬스를 얻고도 결정력이 떨어져 한 골에 그쳤다.
특히 뒷문은 너무 허술했다. 앞서 월드컵 3차 예선 경기에서도 수비 집중력 결여로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나마 상대 공격수의 결정력 부족, 오프사이드 판정, 골대 강타 등 행운이 따르면서 실점을 더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전에서는 가장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전반 12분 실점은 완벽한 수비 실수였다.
김민재가 백패스 한 것이 짧았고, 조현우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이를 처리하려 했으나 상대 공격수가 더 빨랐다. 결국 공을 뺏겼고, 팔레스타인은 빈 골문을 향해 공을 차 넣었다.
손흥민이 4분 만에 동점 골을 넣어 분위기를 바꿔놓았으나, 경기를 그르칠 수 있던 끔찍한 실수였다.
실점은 한 골이었지만 위험천만한 상황은 더 많았다. 한국이 1-1 동점을 만든 뒤 일방적으로 공세를 퍼부었고, 팔레스타인은 수비하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후반 25분과 26분 두 번의 반격을 펼쳤는데 한국 수비가 이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팔레스타인의 결정력이 좀 더 좋았다면 한국의 골문이 또 열릴 뻔했다.
팔레스타인은 화력이 뛰어난 팀이 아니다. 한국을 만나기 전까지 5경기에서 3골에 그쳤고,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런 약체의 몇 안 되는 공격에 한국 수비가 휘청거렸다.
홍 감독은 취임하면서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본선은커녕 3차 예선에서 구멍이 난 수비로 고전하고 있다. 이런 수비로는 월드컵 본선에서 '최악의 결과'를 낼 수 있다. 더 짜임새 있고 견고한 수비벽을 구축해야 한다. 홍명보호로선 약체와 경기에서 매우 따끔한 주사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