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비록 우승에 실패하긴 했지만 이번 시즌 강원FC 보인 행보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이번 시즌 강원은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겨우 잔류를 확정지은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기세를 이어갔다. K리그에 고교생 돌풍을 일으킨 양민혁 발굴을 비롯해 이상헌, 황문기, 이기혁 등 많은 선수들이 윤정환 감독 밑에서 잠재력이 만개하면서 강원 전체 경기력이 올랐다. 여기에 강원의 조직적이고 공격적인 전술이 맞아떨어지면서 강원은 상위 스플릿에 안착한 건 물론 우승에 도전할 만큼 강한 팀으로 성장했다.
끝내 우승에 가닿지는 못했다. 강원은 지난 1일 울산HD와 정상결전에서 1-2로 패하며 울산의 리그 3연패를 지켜봐야 했다. 창단 최초이자 시민구단 최초 K리그1 우승을 노리고 마지막까지 움직였으나 결과적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다. 강원은 현재 3위를 확보한 상태다. 준우승을 두고 경쟁하는 팀이 군경팀 김천상무로 AFC 규정에 따라 ACL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리그 순위를 기준으로 울산 다음에 ACL 진출권을 얻는 팀은 강원이다. 코리아컵에서 포항스틸러스, ACL 엘리트에서 광주FC, ACL2에서 전북현대가 동시에 우승하지 않는 이상 아시아 무대에 나설 수 있다.
팀 인기도 높아졌다. 강원은 이번 시즌 18번의 홈경기에서 16만 2,503명을 끌어모았다. 지난 시즌 12만 2,772명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아졌다. 시즌 중반 강릉종합운동장에서는 매 경기 1만 명 이상이 모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강원의 훌륭한 성적과 더불어 양민혁과 같은 스타가 나왔기 때문에 경기력과 선수 모든 면에서 관중을 불러들이기 좋은 환경이었다.
원정팬도 상당히 증가했다. 지난 주말 수원FC 원정 경기에서 강원을 보기 위해 찾아온 팬은 1,986명이다. 6개월 전 572명이 모인 것과 비교하면 350% 가량 늘어난 수치다. 강원 관계자는 이날 경기를 위해 강릉에서 원정버스 4대, 춘천에서 원정버스 2대가 출발했다고 밝혔다. 강원도 연고 팬들과 수도권 팬들이 모두 늘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는 요소다.
실제로 시즌 초반에 비해 시즌 후반 강원 원정팬은 상당히 증가했다. 다른 예로 인천유나이티드 원정 2경기에서 6월 30일에는 663명이 찾아왔으나 10월 6일에는 2,119명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방문했다. 단순 수치만 비교하면 3.2배 늘어났다. 관련해 윤 감독은 "반 이상은 양민혁 팬이지 않겠나"라고 농담하면서도 강원 팬들의 높아진 관심에 큰 감사를 전했다.
강원이 발전했다는 건 대표팀에 지속적으로 가는 선수가 생겼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윤 감독은 5월 말 경기력이 높던 강원 선수들이 6월 A매치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것에 대해 "올해 돋보이는 선수들은 있는데 국가대표는 꾸준하게 오랫동안 잘해온 선수들이 뽑히는 자리"라며 지속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후에도 강원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내자 9월 A매치에 황문기와 양민혁이 대표팀에 발탁됐고, 황문기는 부상이 아니라면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11월 A매치에는 이기혁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물론 강원이 꾸준히 대표팀을 배출하는 팀이 되려면 다음 시즌에도 변함없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윤 감독은 "나중에 다른 선수들도 대표팀에 간다면 꾸준히 대표팀을 만든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는 없다"라며 섣부른 전망을 경계했다.
강원이 이번 시즌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관중이 증가하고 대표팀 선수도 배출하는 팀이 됐다. 구단 운영 차원에서도 지난 시즌보다 발전한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다음 시즌에도 이러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면 강원이 K리그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는 일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강원FC 제공<저작권자 Copyright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