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왕이여 안녕' 강등 시기에 유독 만나기 싫다던 인천은 이제 없다

입력
2024.11.11 07:05
 10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가 열렸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면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될 수도 있던 상황. 인천은 끝내 위기를 탈출하지 못했다. 대전하나시티즌에 1-2로 지면서 창단 처음 2부리그로 내려간다. 대전은 잔류를 확정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인천, 조용운 기자] "강등 싸움 가서는 인천 유나이티드를 만나면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생존 DNA'를 강조하던 문구는 이제 옛말이 됐다. 창단 처음으로 강등의 아픔을 겪으면서 잔류왕 명성에도 금이 갔다.

인천이 안방에서 눈물을 흘렸다. 지난 10일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에서 대전하나시티즌에 1-2로 졌다.

경기 전까지 승점 36점으로 최하위에 있던 인천이 포인트를 획득하지 못한 사이 전북 현대가 대구FC를 이기고 승점 41점을 만들었다. 대구가 11위로 내려왔지만 이미 승점 40점을 확보한 상태라 인천이 잔여 1경기를 이긴다 해도 넘지 못하게 됐다. 10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가 열렸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면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될 수도 있던 상황. 인천은 끝내 위기를 탈출하지 못했다. 대전하나시티즌에 1-2로 지면서 창단 처음 2부리그로 내려간다. 대전은 잔류를 확정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결국 인천은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 자리잡은 뒤 끝까지 반등하지 못한 대가로 강등이 확정됐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위험 상황에도 번번이 K리그1에 생존했던 인천은 사상 처음 2부리그로 내려가게 됐다.

시민구단 인천은 늘 위기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매년 하위권을 전전하는 전력이었다.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시즌 막바지 늘상 고난을 맞이하는 포지션이었다. 인천의 뒷심은 대단했다. 시종일관 하위권에 있다가도 운명이 결정될 막판에는 귀신처럼 살아났다. 뒷심을 반복하면서 생존왕, 잔류왕이라는 애칭이 따랐다.

근래에는 하위권 딱지를 떼려는 듯 이런 부름과 거리를 두는 팀으로 변모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매번 자리하던 하위 스플릿을 벗어나 상위권과 경합하는 힘을 보여줬다. 2022시즌에는 4위에 올라 이듬해 K리그를 넘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경험하기도 했다. 지난해 역시 파이널A에 들면서 일찌감치 강등권 싸움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포지션이었다.

그랬던 인천이 다시 생존을 당면 목표로 잡았다. 오래 유지한 조성환 감독 체제에 힘이 빠졌다. 주요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맞물리면서 초반부터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강등 우려가 큰 위치에 계속 머물자 지난 7월 조성환 감독은 자진 사임했다. 10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가 열렸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면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될 수도 있던 상황. 인천은 끝내 위기를 탈출하지 못했다. 대전하나시티즌에 1-2로 지면서 창단 처음 2부리그로 내려간다. 대전은 잔류를 확정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10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가 열렸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면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될 수도 있던 상황. 인천은 끝내 위기를 탈출하지 못했다. 대전하나시티즌에 1-2로 지면서 창단 처음 2부리그로 내려간다. 대전은 잔류를 확정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동안 지도력에 공백이 생긴 가운데 8월 최영근 감독을 12대 사령탑으로 맞았다. 2020년부터 3년간 인천에서 수석코치를 역임해 내부 분위기를 잘 안다는 점에 기댔다. 그런데 최영근 감독이 부임하고도 인천은 이겨야 하는 경기들을 놓쳤다.

최영근 감독도 "첫 경기 제주 유나이티드전부터 포백으로 변화를 줬다. 첫 승을 가져가고 대전하나, 전북 현대전에서 결과를 내지 못해 꼬이기 시작했다"며 "선수들도 많이 위축됐다. 스리백으로 전환해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고, 신진호 부상과 요리치 퇴장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위기를 이겨내는데 고전하게 됐다"라고 퍼즐을 맞출 정도였다.

생존왕의 명성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파이널B도 가장 밑에서 시작했다. 다시 마지막 힘을 짜냈다. 광주FC를 이기고 전북 현대와 비기면서 쉽사리 강등을 용납하지 않았다.

올라온 기세를 앞세워 대전하나까지 조준했다. 그런데 너무 이른 시간에 흐름을 넘겨줬다. 킥오프 15분 만에 상대에 2골을 내주며 승기를 잃었다. 절박함으로 무장해 전반이 끝나기 전 제르소의 만회골이 있었지만 한 골 차이를 끝까지 극복하지 못했다.

1년 전 성공적인 구단의 지표인 ACL을 경험하기도 했던 인천은 이제 K리그2로 내려가 다시 1부리그를 희망해야 하는 정반대의 처지가 됐다. 10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가 열렸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면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될 수도 있던 상황. 인천은 끝내 위기를 탈출하지 못했다. 대전하나시티즌에 1-2로 지면서 창단 처음 2부리그로 내려간다. 대전은 잔류를 확정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강등의 순간 인천 팬들은 야유보다 박수를 보냈다. 그런 모습에 선수들은 더욱 자책했다. 마이크를 든 이명주는 "힘든 시기에도 여러분의 응원 덕에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해 드릴 수 없지만 정말 감사드린다"며 "내년에 더 노력해서 인천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놓겠다"라고 약속했다.

다만 강등에 따른 어수선함은 감수해야 한다. 인천에서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한 전달수 대표이사가 사퇴를 표명했다. 그는 "6년 동안 팀을 맡아 좋은 구단으로 만들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노력했다. 인천 팬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과 주변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는 게 자산이었다"며 "큰 어려움을 겪고 구단에 상처가 생긴 건 최고 경영자의 책임이다. 더는 선수와 팬이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인천 관계자는 "경기 후 가진 팀장 회의에서 대표이사가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내일 대표이사가 구단주(유정복 인천시장)와 면담을 진행한다. 이후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등으로 인한 여러 포지션의 변화와 쇄신이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가 열렸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면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될 수도 있던 상황. 인천은 끝내 위기를 탈출하지 못했다. 대전하나시티즌에 1-2로 지면서 창단 처음 2부리그로 내려간다. 대전은 잔류를 확정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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