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ISSUE] 문체부는 "불공정+불투명" 지적→축협은 "심각한 오해"…파국으로 치닫는 한국 축구

입력
2024.10.02 18:02


[인터풋볼] 주대은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를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심각한 오해"라며 반박했다.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체부는 2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감사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려 5개월 동안 새로운 감독을 물색했다. 여러 감독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최종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

다만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한 뒤 역할을 이어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 자택 근처로 찾아가 대표팀 감독을 맡아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이에 "규정상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 3명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최종 감독 후보자를 추천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도 아니고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위촉된 바도 없다"라며 문제를 짚었다.사진=대한축구협회

홍명보 감독과 진행한 면접도 문제였다. 문체부는 "면접 과정이 불공정하고 불투명했다. 7월 5일에 있었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와 홍명보 감독 후보자의 대면 면접 과정은 다른 외국인 후보자와 달랐다. 사전 인터뷰 질문지, 참관인 없이 단독으로 장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요청하는 등 상식적인 면접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독대한 상황에서 실제 면접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뤄진 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홍명보 감독과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며 "(감독 선임은) 내부적인 절차다. 우리 내부적으로 토론을 통해 결정된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의 독립성 존중이 이유였다. 문체부는 "감독 부처로서 문체부가 고발하기는 어렵다. 축구협회의 독립성이 존중받아야 한다. 전문적인 분야다. 축구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의 여론,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특정한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홍명보 감독도 물러날 생각이 없다. 지난 24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감독 선임 절차 중 문제가 발견될 경우 사임할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 "난 이 문제 가지고 사임할 생각은 없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언젠가 경질될 것이다. 지금 내가 맡은 역할은 남은 기간 동안 우리 팀을 정말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남은 건 대한축구협회의 판단이었다. 이미 한국 축구 팬들은 비정상적인 감독 선임 방식을 비롯해 여러 졸속 행정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국가대표 경기에선 몇 달째 '정몽규 나가'라는 외침이 들린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감독 선임 절차를 거치는 것이 팬들의 용서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반박이었다. 감사 중간발표가 나온 뒤 빠르게 입장문을 공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과정에 과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에 "기술총괄이사가 전력강화위원회가 행하는 추천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전력강화위의 업무가 마무리된 가운데 기술총괄이사가 추천된 후보와 면담 및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홍명보 감독을 향한 특혜 논란에 "외국인 감독 후보 2인에 이어 마지막으로 진행한 1순위 홍명보 감독과의 면담 및 협상의 경우 기술총괄이사가 자택 근처에서, 4~5시간을 기다린 것은 외국 감독들을 만날 때도 협회에서 4명이나 되는 인원이 수일간 출장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노력 속에 그들의 일정에 맞춰 그들이 머물고 있는 유럽의 도시로 찾아가 만남을 성사하는 것과 비교할 때 만남의 방식은 다를 수 있으며 따라서 특혜라고 부를 수 없다"라고 부인했다.

불공정 논란에 대해선 "먼저 면담을 실시한 2명의 외국 후보들은 현재 맡은 팀이 없는 무직이지만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으려면 소속구단과 계약을 중도해지하는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안 방식 역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불공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내정한 지도 벌써 석 달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된 의혹은 국회 현안질의까지 올라갔다. 오는 22일엔 정몽규 회장이 국정 감사에 출석한다. 한국 축구 역사에 없었던 초유의 사태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저작권자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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