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지난겨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어느 때보다 과열됐다. 10개 구단은 '우승'을 목표로 전력 보강에 열을 올렸다. 큰 기대를 받으며 유니폼을 바꿔 입은 이적생들의 활약은 한 해 농사를 좌우할 큰 변수다.
즉시 전력감을 얻을 수 있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부터 거래가 활발했다. 10개 구단은 60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하며 대형 선수 영입에 공을 들였다.
4년 110억 원에 도장을 찍은 최정을 비롯해 노경은(이상 SSG 랜더스), 김원중·구승민(이상 롯데 자이언츠) 등 13명의 FA는 잔류했지만 6명은 팀을 옮겼다. 외부 FA 6명의 계약 규모는 무려 304억 원으로 FA 계약 총액의 절반을 넘었다.

◇외부 FA 2명씩 영입한 한화-LG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구단은 한화다. 2018년을 끝으로 6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독수리 군단은 지갑을 열어 '새 안방'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시대를 여는 2025시즌에 높은 곳까지 오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화의 레이더망에는 KT 위즈에서 나온 FA 선수가 포착됐다. 발 빠르고 수비가 뛰어난 내야수 심우준과 4년 50억 원, 지난해 13승을 올린 투수 엄상백과 4년 78억 원에 계약하며 마운드와 내야를 보강했다.
엄상백은 4선발, 심우준은 주전 유격수로 나설 예정이다. 둘은 시범경기를 통해 기대감을 키웠다. 엄상백은 두 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2.08로 준수한 투구를 했다. 심우준 역시 무실책 수비를 펼쳐 내야의 안정감을 높였다.
지난해 뒷문이 흔들려 한국시리즈 2연패에 실패한 LG 트윈스도 FA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영입 대상은 예상대로 검증된 불펜 투수였다.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을 이끈 장현식과 4년 52억 원, 그리고 두산 베어스 불펜을 책임지던 김강률과 3+1년 14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필승조를 맡는 장현식과 김강률이 얼마나 잘 버텨주느냐에 따라 LG의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김강률은 시범경기에서 4차례 나가 평균자책점 0.00으로 잘 막으며 염경엽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스프링캠프 도중 부상을 당한 장현식은 시범경기를 건너뛰었으나 빠르게 건강을 회복, 정규시즌부터는 LG 마운드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수 최원태(LG→삼성 라이온즈)와 3루수 허경민(두산 베어스→KT)도 새 소속팀의 고민을 해결해줘야 할 책임감이 있다.
특히 삼성과 4년 70억 원 계약을 한 최원태는 시범경기에서 기복 있는 투구를 펼쳤는데, 정규시즌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트레이드 시장도 활발, '롯데→두산' 김민석 두각
거액이 오가는 FA 말고도 전력을 보강하는 방법으로 다른 구단과 선수를 맞교환하는 트레이드가 있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MLB)와 비교해 구단이 선수를 맞바꾸는 것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 스토브리그에서는 조금 달랐다. 각 구단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핵심 미래 자원과 즉시 전력감을 트레이드 카드로 꺼냈다.
지난 두 시즌 각각 5위와 4위에 머물렀던 두산은 이승엽 감독이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아 승부수를 띄웠다.
두산은 롯데에 2022시즌 신인상을 받은 투수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롯데에 내주고 외야수 김민석과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내부 평가는 '대만족'이다.
스프링캠프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김민석은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0.333에 4타점 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00으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합격점을 받은 김민석은 곰 군단의 새로운 돌격대장으로 나선다.
롯데 역시 정철원의 가세로 마운드가 단단해지는 효과를 봤다. 정철원은 시범경기에서 세 차례 등판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아웃 카운트 9개 중 5개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정철원이 뒷문을 든든하게 지킨 롯데는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2.06으로 1위를 차지했다.

2년 연속 통합 우승에 도전하는 KIA는 키움 히어로즈에 신인 지명권 두 장과 현금 10억 원을 지급하고 2020년 세이브왕 조상우를 데려왔다.
KIA는 각각 88세이브, 121세이브를 거둔 조상우와 정해영이 뒷문을 책임지면서 마운드가 더 높아졌다.
이밖에 '김광현의 후계자'로 주목받았던 투수 오원석은 KT 5선발로 새출발한다. 오원석의 반대급부로 SSG로 향한 투수 김민은 핵심 셋업맨의 중책을 맡았다.
대형 선수의 FA 계약 때문에 갑작스럽게 팀을 옮긴 이들도 있다. 최채흥(LG), 강효종(KIA), 김영현(두산), 장진혁, 한승주(이상 KT)는 'FA 보상선수 신화'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