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도곡동 박승환 기자] "1년차라고 주전이 되지 않는 법은 없다"
헐크파운데이션은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야구회관에서 열린 '제8회 이만수 포수상 및 홈런왕'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 고교 무대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터뜨린 홈런상의 주인공은 함수호였다면, 포수상의 주인공은 이율예였다.
2022년 19경기에 출전해 12안타 10타점 타율 0.293을 기록하며, 강릉고 1학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이율예는 2학년이던 지난해 32경기에 출전해 32안타 1홈런 15타점 타율 0.327로 한 단계 더 발전했고, 그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율예는 9경기에서 5안타 6타점 타율 0.250 OPS 0.725의 성적을 남기며 동메달의 기쁨을 맛봤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율예는 올해 24경기에 나서 27안타 2홈런 16타점 타율 0.370 OPS 1.022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냈다. 그리고 다시 한번 U-18 대표팀에 합류해 동메달을 수확,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SSG 랜더스의 지명을 받았다. SSG는 이율예의 짧은 팜 타입을 비롯해 수비력을 높게 평가했고, 당시 김재현 단장은 "2028 청라돔 시대를 맞이해 이율예를 간판선수로 만들어 보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KBO리그 '레전드 포수' 출신의 이만수 이사장 또한 이율예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재호 감독이 '최고의 포수'라고 이야기를 해서 알게 되었다. 학교에 여러번 가서 봤고, 경기 하는 것도 봤는데, 나 보다 잘하더라"고 활짝 웃으며 이율예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만수 이사장은 현역 시절 22번의 등번호를 사용했고, 이는 삼성 라이온즈의 영구결번으로도 지정돼 있다. 이율예도 아마추어 시절 내내 22번의 등번호만 사용했다. 그는 "올해 좋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상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받게 돼 기분이 좋다"며 "이만수 선배님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중학교 시절 감독님께서 '포수는 22번'이라고 하셨다. 이만수 선배님 처럼 야구를 잘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SSG의 지명을 받고 계약금 2억 2000만원에 도장을 찍은 이율예는 최근 진행된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해 짧지만 '프로의 맛'을 봤다. 어땠을까. 그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해외에 나가서 운동을 해보는 것이 처음인데,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고, 목표가 뚜렷해졌다"며 "많은 것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수비에서는 디테일한 부분을 더 해야 될 것 같다. 타격에서는 형들이 치는 것을 보면서 느낀게 많았다. 아직 부족한게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율예는 "프로의 훈련을 많이 다르더라. 고등학교 때는 시간을 많이 가져가고 훈련량이 많은 편이라면, 프로에서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질을 챙겨야 한다. 고등학교 때 훈련했던 것으로 인해 체력적인 부분은 자신이 있었는데, 매 순간 집중을 하다 보니, 빨리 지치고 쉽게 피로해지기도 했다. 이 부분이 많이 다르더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연습경기 출전이었지만, 프로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경기였던 만큼 이율예는 그 어떠한 경기보다 많이 긴장했었다고. 그는 "연습 경기를 한 번 나가봤는데, 고등학교와 대표팀에서 뛰었던 것보다 그렇게 긴장되는 것은 또 처음 느꼈다. 교체 출전으로 들어가는데, 확실히 많이 떨렸다"고 돌아봤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무리캠프에서 경험한 프로의 세계는 이율예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듯했다.
많은 어린 선수들이 프로 유니폼을 입은 뒤에는 체격을 키우는 쪽에 초첨을 맞춘다. 하지만 이율예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선 벌크업보다, 지금의 체격을 더 다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체격을 조금 더 키워야 할 것 같다'는 말에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나의 장점 중 하나가 민첩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힘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벌크업을 하기보다는 지금의 몸에서 더 많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서 순발력 운동을 함께 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스프링캠프는 물론 1군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이율예는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롤 모델은 강민호 선배님이다. 이지영 선배님, 양의지 선배님 다 좋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것이 있기에 이는 변함이 없다. 강민호 선배님은 팀워크와 리더십, 공·수가 모두 좋으시다. 강민호 선배님을 보고 배우면서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나도 야구를 오래 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끝으로 이율예는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투수들의 공을 받아보고 싶다. 고교 레벨과는 다르기 때문에 많이 받고, 많이 깨지기도 하면서 붙어보고 싶다"며 "지금의 목표는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하루빨리 1군 엔트리에 합류되는 것이다. 코치님들께서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경기를 뛴다. 1년차라고 주전이 되지 않는 법은 없다'고 하셨다. 이 말씀이 내겐 동기부여가 됐다. 1등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내가 잘하면 기회도 빨리 올 것이기 때문에 잘 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