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우승후보로 주목받은 일본 야구 대표팀이 대회 2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동시에 국제대회 연승 행진을 '27'에서 마감했다.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0-4로 완패하면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은 2015년 1회 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삼켰고, 3위에 만족했다. 2019년 2회 대회에서는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하면서 정상에 올라섰다.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12일 호주전부터 전승 행진을 달리며 슈퍼라운드까지 8전 전승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결승전에서 타선의 침묵을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일본은 결승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변수와 마주했다. 23일 슈퍼라운드 일본전을 앞두고 결승 진출을 확정한 대만이 갑자기 선발투수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날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에이스' 린위민 대신 천보칭이 급하게 선발로 나섰다. 일본 측의 반발에도 대회를 주관하는 WBSC는 벌금 2000달러(281만원)를 조건으로 대만의 선발투수 교체를 받아들였다. 대만으로선 린위민을 결승에서 선발로 기용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대만의 움직임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던 만큼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본은 조별리그 B조 맞대결에 이어 슈퍼라운드 맞대결까지 대만을 상대로 두 차례 만나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이날 린위민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투수는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 중인 토고 쇼세이였다. 토고는 6시즌 통산 122경기 789⅔이닝 55승 35패 평균자책점 2.75의 성적을 남겼으며, 지난해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해 2경기 5이닝 2홀드 평균자책점 1.80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일본이 기대했던 대로 토고는 경기 초반 순항을 이어가면서 대만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4회까지 단 1점도 허용하지 않는 짠물 투구로 린위민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문제는 린위민 공략법을 찾지 못한 타선이었다. 1회말에 이어 2회말을 무득점으로 마감한 일본은 3회말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엮어 1사 1·2루의 기회를 만들었으나 쿠와하라 마사유키의 삼진, 코조노 카이토의 중견수 뜬공으로 득점에 실패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건 5회초였다. 토고는 5회초 선두타자 린자정에게 선제 솔로포를 내주면서 헌납했다. 천제시엔의 스리런 홈런까지 터지면서 순식간에 두 팀의 격차는 4점 차까지 벌어졌다. 일본 쪽 더그아웃도, 도쿄돔 관중석도 침묵에 빠졌다.
일본은 경기 후반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린위민이 내려간 뒤에도 대만 마운드 공략에 실패했고,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9회말을 맞았다. 일본은 선두타자 타츠미 료스케의 안타로 추격의 불씨를 살리는 듯했으나 모리시타 쇼타의 2루수 땅볼 이후 1사 1루에서 쿠리하라 료야의 1루수 직선타가 나왔다. 1루주자 모리시타가 1루로 귀루하지 못하면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
일본은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부터 올해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까지 국제대회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27연승을 질주했다. 지난해에는 '야구 종주국' 미국을 물리치고 WBC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그 사이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등 많은 일본인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갔다.
'디펜딩챔피언'의 자격으로 올해 프리미어12를 준비한 일본의 목표는 당연히 대회 2연패였다.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즈)를 비롯해 몇몇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긴 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결승에서 대만의 일격에 당한 일본은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무너졌고, 홈에서 대만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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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