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왕 노경은이 SSG 랜더스와 FA 계약을 맺었다. SSG랜더스(대표이사 김재섭, 이하 SSG)는 22일 “노경은과 계약기간 2+1년, 총액 25억원(계약금 3억 연봉 13억 옵션 9억)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노경은은 41세 시즌인 내년부터 최소한 2시즌, 최대 3년을 더 현역에서 뛰게 될 전망이다. 2+1년의 옵션까지 발동된다면 계약 종료 시기 노경은의 나이는 43세다.
특히 노경은의 FA 계약이 더 인상적인 것은 기존 개정 전 한국 나이로는 이미 불혹의 나이였던 2022년부터 매년 7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팀의 필승조 역할을 담당하며 그 가치를 다시 인정 받았다는 점이다. 2022년부터 노경은은 194경기에 출전해 29승 15패 75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KBO리그 역대 최초 2년 연속 30홀드 기록과 함께 최고령 홀드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또한 SSG 구단 소속 선수로 단일 시즌 최다 홀드(38개)를 달성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실제 이런 노경은을 향해 복수의 팀이 영입에 관심을 보였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SSG도 40세를 훌쩍 넘은 불펜 투수에게 유례가 없었을 정도의 상당한 규모의 대형 계약을 제시했고, 노경은도 잔류를 선택했다.
이런 노경은에 대해 SSG는 “노경은 선수가 평소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팀의 베테랑으로서 후배 선수들에게 많은 조언과 모범을 보여주는 등 선수단에 귀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이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노경은 잔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계약을 체결한 노경은은 “팬분들께서 계약 소식을 많이 기다리셨던 걸로 알고 있다. 협상 기간 동안 많이 기다리셨을 팬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전하고 싶다”면서 “그리고 좋은 조건으로 팀에 남을 수 있게 해준 구단에게 감사하고 선수로서 좋은 기억을 가진 구단에 남을 수 있어 기쁘다. 내년 시즌 준비 잘해서 항상 마운드 위에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굴곡이 많았던 노경은의 프로 커리어지만 흔히 황혼기로 부르는 시기에 그 가치가 더 빛나고 있다. 2003년 1차 지명으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노경은은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두 자릿 수 승리를 거두며 첫번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당시 노경은은 2012년 42경기서 2차례의 완봉승 포함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 2.53의 역투를 펼쳐 두산의 새로운 토종 에이스로 떠올랐다. 이후 노경은은 이듬해인 2013년에도 30경기서 10승 10패 평균자책 3.84의 성적을 내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후 부상 등으로 급격한 부진에 빠진 노경은은 현역 지속 여부를 두고 두산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국 진실공방 끝에 선수 생활에 대한 진심이 밝혀지면서 롯데로 소속을 옮겨 2018년 33경기서 9승 6패 평균자책 4.08을 기록하며 다시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노경은도 어느덧 3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게 됐고 2021년 14경기 3승 5패 평균자책 7.35의 부진한 성적 끝에 롯데에서 방출됐다. 결국 입단 테스트를 거친 끝에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SSG에 입단했다. 그리고 노경은은 곧바로 필승조로 자리 잡으면서 12승 5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 3.05의 특급 성적을 내면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힘을 보탰다.
SSG로 팀을 옮긴 이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영광과 함께 올해 개인 첫 타이틀 홀더를 달성하는 등 개인 통산 19시즌 561경기 86승 86홀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4.86의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는 노경은이다.
이런 노경은의 모습을 보면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바로 KBO리그 최다승인 210승의 주인공인‘송골매’ 송진우다. 통산 210승과 3003이닝을 기록, KBO리그의 유일한 200승과 3000이닝을 동시에 달성한 송진우의 커리어 자체는 노경은의 통산 기록을 비교하는 건 무리일 정도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송진우가 현역 시절 막바지 불혹을 훨씬 넘은 나이에도 철저한 몸관리와 피 나는 노력을 통해 21년의 프로 커리어를 불태우며 각종 최고령 기록들을 경신했던 황혼기의 모습과 현재의 노경은의 모습은 사뭇 닮은 점이 있다.
노경은 역시 현역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식단을 완전히 바꾸고, 과거 20대 초중반시절보다 더 많은 운동량을 가져가면서 지금도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마운드 등판을 마다하지 않는 투지는 젊은 투수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
SSG가 충분히 동행 가능한 2+1년의 3년 계약을 제시한 까닭도 성실한 그의 평소 생활 태도나 워크에식 등을 높이 고려했기 때문이다. 노경은 역시 현역 은퇴는 떠올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3년 계약 종료 후에도 현역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공을 던질 수 있을 때 까지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는 게 평소 노경은의 지론이다. 불혹을 넘어 제2의 전성기를 연 노경은이 대선배의 위대한 그림자를 좇아 또 하나의 별이 될 수 있을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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