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8일 대만에 입성해 2024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준비에 한창이다. 9일 현지에서 첫 공식훈련을 소화했고, 10일에는 대만 프로야구팀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12일에는 타이베이돔 적응 훈련 및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고, 13일 대망의 첫 경기 대만전에 임한다.
11일은 휴식일이었다. 10월 24일 소집 후 지금까지 맹훈련에 임했고, 또 대만 출국 날에는 새벽에 일어나 피로가 쌓였던 만큼 류중일 감독은 하루 휴식을 줬다. “11일에 쉬지 않으면 쉴 시간이 없다. 훈련도 좋지만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라는 게 류중일 감독의 이야기였다.
이날 선수들은 단합 회식을 가졌다. 첫 경기 대만전 이틀 전에 앞서 회식을 하고 싶다는 뜻을 KBO에 전한 것. 한식 고깃집 예약만 도움을 주고, 계산은 베테랑급이 할 것으로 보였지만 KBO가 계산하며 선수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데에만 집중토록 했다.
분위기는 최상이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8 LA올림픽을 바라보며 세대교체를 꾀하고 있는 대표팀이다. 류중일 감독도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고, 선수들의 훈련 태도 및 분위기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좋다.
회식 때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외야수 홍창기(LG)는 “성문이가 주장으로서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 ‘한 번 잘해보자’라는 식의 느낌으로 편안하게 회식 분위기를 주도했다”라고 전했다.
포수 박동원(LG)은 “우리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KBO에서 지불을 해줘 맛있게 잘 먹었다. 우리가 먹은 만큼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 선수들 모두 도쿄에 가고 싶다. 한마음으로 잘 뭉쳐 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내야수 김도영(KIA)은 “성문이 형이 서서 한마디 이야기하더라. 오타니처럼. ‘여기까지 왔으니까 한국 야구 강국을 되찾자’라고. 달리 보였다(웃음). 그 한 마디로 똘똘 뭉쳤다”라고 미소 지었다.
김도영이 언급한 ‘오타니처럼’은 2023 WBC 때를 이야기한다. 당시 오타니는 미국과 결승전을 앞두고 “오늘만큼은 미국을 동경하지 말자. 1루에는 골드슈미트, 중견수에는 마이클 트라웃, 외야에는 무키 베츠가 있다. 야구를 하고 있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선수들”이라며 “오늘만큼은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자.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 가자”라고 선수들과 하나가 되었고, 3-2로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단합 회식 이후 선수단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12일 타이베이돔 적응 훈련에서도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 수비하는 그림도 괜찮아 보인다. 4만 관중이 들어오는 부분도 괜찮다. 오히려 재밌을 것 같다. 막 떠들면 더 재밌다. 텅 빈 야구장에서 하는 것보다 꽉 찬 게 더 집중력이 생길 거라 본다”라며 “대만은 투수력도 좋고, 힘이 있는 장타자들이 많다. 요 근래 국제 대회에서 대만에 많이 졌다. 대만 잘 잡아서 예선 5경기를 순조롭게 치르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송성문도 “영광스러운 자리에 뽑히게 되어 설레는 마음이 크다. 좋은 팀, 좋은 선수들과 경쟁을 한다는 거 자체가 값진 경험이다”라며 “주장을 맡게 되었는데 나도 대표팀에 처음 뽑혔다. 적응에 노력하고 있고, 팀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선수들과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런 부분이 잘 어우러졌다. 대회 때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타이페이(대만)=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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